[이코노믹리뷰=최진홍 기자] 미국에서 열리는 세계 최대 가전제품 전시회, CES 2020 개막이 초읽기에 들어간 가운데 삼성전자와 LG전자의 이색 가전제품 열전도 관심을 모으고 있다. 초연결 인프라 시대가 열리며 스마트홈의 청사진도 CES 2020의 중요한 화두지만, 본연의 기능을 업그레이드한 새로운 가전생활 경험이 어떻게 구현될 수 있을지에도 업계의 시선이 집중되고 있다.

▲ 큐브 냉장고가 보인다. 출처=삼성전자

삼성전자 "화장품, 냉장고에 양보하세요"
삼성전자는 CES 2020 기간 와인큐브, 비어큐브, 뷰티큐브 등 큐브 형태의 소형 냉장고를 비롯해 의류청정기 에어드레서의 원리를 적용한 신발관리기를 등판시킨다.

모두 프로젝트 프리즘의 연장선에 있다. 프로젝트 프리즘은 단조로운 백색 광선을 갖가지 색상으로 투영해 내는 프리즘처럼 삼성전자가 밀레니얼 세대를 포함한 다양한 소비자들의 라이프스타일과 취향이 반영된 ‘맞춤형 가전’ 시대를 만들어 가겠다는 뜻을 담았으며, 삼성전자는 지난해 6월 프로젝트 프리즘을 발표하며 김현석 사장의 블루코랄 '깔맞춤' 의상 맵시와 함께 프로젝트의 첫 결과물인 비스포크를 발표하며 큰 화제가 된 바 있다.

▲ 김현석 사장이 프로젝트 프리즘을 설명하고 있다. 출처=삼성

CES 2020에 등장하는 큐브 냉장고는 보관하는 내용물에 따라 와인큐브, 비어큐브, 뷰티큐브 등 세 종류다. 최적의 온도를 설정해 보관한다는 설명이다. 와인까지는 이해가 되지만 굳이 '맥주와 화장품까지 최적의 온도를 유지해 보관해야 할까'라는 의문이 들지만, 흑백TV가 대세이던 시절에는 사람들이 '굳이 컬러TV를 봐야 하나'는 생각에 갇혔던 것을 고려하면, 단단한 한 방이 기대된다는 평가다.

흥미로운 점은 큐브 냉장고의 정체성이다. 삼성 공기청정기 무풍큐브에 적용되었던 큐브 디자인을 응용해 디자인 되었다는 설명이다. 공기청정기와 냉장고의 접점을 선뜻 찾기는 어렵지만, 자세한 내용은 CES 2020 현장에서 공개될 것으로 보인다.

침실이나 주방, 거실 등 집안 어디에나 자유롭게 두고 사용할 수 있다는 점도 강점이다. 이는 프로젝트 퓨리즘이 지향하는 일종의 모듈형 가전제품 라인업 건설과 관련이 있어 보인다. 단독으로 설치하거나 위아래로 쌓을 수도 있어 공간 활용이 용이하고 스타일리시한 인테리어 연출이 가능하다는 점도 마찬가지다.

신발관리기도 눈길을 끈다. LG전자와 의류 관리기 시장에서 격돌하고 있는 가운데, 이번에는 신발로 판이 커지는 분위기다.

집에서도 쉽게 신발을 청결하게 관리할 수 있는 혁신적인 제품이라는 설명이다. 신발관리기에 신발을 넣어두기만 하면 탈취는 물론 습기까지 제거해 최적의 상태로 보관할 수 있으며 장마철이나 눈이 많이 오는 날에도 외출 후 간단하게 신발을 말릴 수 있다. 일각에서는 현재 신발 청소업체가 동네마다 하나씩 있는 가운데, 삼성전자의 신발관리기가 골목상권을 뒤흔들 대형 아이템이 될 수 있다는 농담이 나올 정도로 뛰어난 기술력을 자랑한다는 후문이다.

사실 신발청소기의 원조는 삼성전자가 아니라 중국의 하이얼이다. 하이얼은 지난해 CES 2019에서 30칸이 넘는 신발장을 보유한 자외선 기반의 살균신발장과 신발세탁기, 신발건조기를 공개해 많은 호평을 받은 바 있다. 다만 삼성전자의 이번 제품은 다양한 기능을 하나의 제품에 넣었다는 점에서 진일보한 라인업으로 평가된다.

▲ LG전자의 물걸레 전용 로봇청소기가 보인다. 출처=LG전자

LG전자 "내가 가전의 왕"
백색가전의 강자 LG전자는 CES 2020에서 OLED TV 및 다양한 가전 라인업을 공개하는 한편, 이색적인 라인업도 대거 등판시킬 예정이다.

눈길을 끄는 것은 물걸레 청소가 가능한 로봇청소기 신제품이다. 물걸레 청소가 가능한 로봇청소기는 이미 시판된 상태지만, 기존 로봇청소기와 달리 본체를 움직여 주는 바퀴가 없다는 점이 눈길을 끈다. 대신 2개의 동그란 물걸레가 회전하며 바닥을 깨끗하게 닦으면서 이동한다.

바닥을 깨끗하게 유지하는 한국이나 일본 등 좌식문화가 발달한 곳에 특화됐다는 평가다. 다만 이럴거면 왜 미국에서 열리는 CES 2020에서 공개할까 의문도 드는데, 미국이나 유럽 등에서도 주방 및 마룻바닥 등 카펫을 사용하지 않는 공간을 청소할 때는 물걸레질이 필요하다고 보도자료에 알뜰하게 설명을 해뒀다. 역시 꼼꼼하다.

프리미엄 무선청소기 코드제로 A9에도 적용했던 기술이 물걸레 전용 로봇청소기도 지원되어, 청소하는 동안 걸레가 마르지 않도록 늘 촉촉하게 유지해 주는 자동 물공급 시스템을 탑재했다. 여기에 한층 더 진화한 듀얼 아이(Dual Eye)를 적용했다.  로봇청소기 상단과 하단에 각각 탑재된 두 개의 카메라를 이용해 위치 인식과 지도 작성을 동시에 수행하는 SLAM(Simultaneous Localization and Mapping) 기술이 최적의 주행성능을 구현한다는 설명이다. 물론 LG 씽큐로 가동된다.

LG 채소 재배기도 등장한다. 이론적으로, 만약 핵전쟁이 벌어져도 자가 발전만 가능하다면 싱싱한 채소를 섭취할 수 있는 길이 생겼다.

LG전자 채소재배기는 복잡한 채소 재배과정 대부분을 자동화했다는 설명이다. 고객이 식물재배기 내부의 선반에 일체형 씨앗 패키지를 넣고 문을 닫으면 자동으로 채소 재배가 시작된다. 일체형 씨앗 패키지는 씨앗, 토양, 비료 등 채소를 키우는 데 필요한 여러 요소들을 하나의 패키지에 통합해 구입과 관리가 간편하다. 상추, 케일 등 약 20종의 다양한 채소를 야외보다 빠르게 재배할 수 있으며 한꺼번에 재배할 수 있는 채소는 모두 24가지다.

LG전자 H&A사업본부장 송대현 사장은 “차별화된 생활가전 기술을 집약시킨프리미엄 식물재배기가 야외가 아닌 집안에서 다양한 채소를 편리하게 키우는 즐거움을 고객들에게 선사할 것”이라고 말했다.

▲ 채소재배기가 보인다. 출처=LG전자

이색가전, 이미 존재하는 가전의 '연장선'
CES 2020에 등판하는 삼성전자 및 LG전자의 이색가전 제품은 인공지능 및 클라우드, 5G와 같은 초연결 인프라와 큰 관련성은 없다. 최근 화두로 부상한 스마트홈의 일부로 작동할 수 있지만 그 자체를 목적에 두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의 기술 진화를 꾀하는 쪽에 방점이 찍혔다는 분석이다.

이러한 시도가 계속될수록 가전제품의 패러다임은 서서히 변하게 될 전망이다. 트렌드는 벌써부터 읽히고 있다. 당장 이제부터는 하나의 냉장고에 많은 물건을 넣는 것이 아니라 물품을 세분화시켜 보관하는 트렌드가 시작됐으며, 청소도 소위 분화의 영역으로 발전하고 있다는 트렌드도 확인할 수 있다. 가전제품 사용자 경험이 개인 맞춤형 생활플랫폼으로 발전하고 있고, 밀레니얼의 취향에 맞는 다양한 스펙트럼 확장도 중요한 키 포인트다.

재미있는 점은 이러한 이색가전, 즉 미래형 가전 트렌드의 변화 내부에는 기존의 기술력이 큰 역할을 하고 있다는 점이다.

실제로 삼성전자의 큐브 냉장고는 프로젝트 프리즘의 일부며, 디자인 모티브는 공기청정기 무풍큐브에 적용되었던 큐브 디자인을 응용했다. 또 신발관리기는 기존 의류청정기 에어드레서의 원리를 활용했다는 설명이다.

LG전자의 채소재배기도 마찬가지다. 적합한 최적의 온도를 자동으로 제어하고 유지하기 위해 디오스 냉장고의 정밀 온도 제어 및 정온 기술을 도입했으며, 컴프레서의 동작을 자유자재로 조절하는 인버터 기술도 디오스 냉장고와 경험을 공유한다. 

채소의 성장에 필요한 물을 지나치거나 모자라지 않도록 정확하게 공급하기 위해 LG 퓨리케어 정수기의 급수 제어 기술도 도입했으며 LG 휘센 에어컨의 공조 기술은 식물재배기 내부의 공기흐름을 최적화시켜주는 기술과 동일하다. 마지막으로 LED 파장 및 광량(光量) 제어기술은 채소의 광합성 효율을 높여주며 고객들은 스마트폰을 통해 채소의 생장상태를 실시간으로 모니터링하는 채소재배기의 핵심 역량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