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출처= 네이버 영화

[이코노믹리뷰=박정훈 기자] 영화 ‘천문: 하늘에 묻는다(이하 천문)’은 같은 시대를 살아간 조선 최고의 두 천재 세종대왕과 발명가 장영실에 대한 이야기다. 노비였던 장영실의 재주를 알아본 세종이 그를 노비 신분에서 벗어나게 해주고 벼슬을 주면서 조선의 과학기술 발전에 이바지하게 했다는 기록은 그 자체만으로도 상당히 교훈적인 스토리텔링이다. 이에 세종에 대한 이야기를 다루는 드라마나 영화에서 장영실의 이야기는 자주 등장한다. 

그런데 이 스토리텔링에는 한 가지 아쉬운 점이 있다. 바로 장영실이라는 인물의 말년은 그 어느 역사 기록에도 나와 있지 않다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역사 그대로를 다룬다면 장영실의 이야기는 뭔가 극적으로 표현될 수 있는 요소가 없다. 이에 일부 관객들에게서는 “감정의 고조나 기승전결이 뚜렷하지 않아 영화가 다소 지루하다”는 혹평이 나오기도 했다. 

그러나 이처럼 중심 소재가 가진 약점이 확실함에도 불구하고 ‘천문’에 대한 불만을 압도하는 호평이 있었으니 바로 주연배우들의 ‘연기력’이다. 혹자는 이 작품에 대해 “조선의 두 천재들을 연기한 대한민국의 두 연기 천재”라는 말로 감상을 표현하기도 했다. 

한석규와 최민식이라는 두 주연의 연기 조합은 자칫 밋밋할 수 있는 작품의 스토리에 진한 감동을 불어넣었다. 물론 영화에서처럼 실제 역사에서 세종대왕이 장영실을 곁에 가까이 둘 정도로 아꼈는가는 확실치 않지만, 노비에서 고위관리까지 신분을 한 번에 격상시킨 파격인사의 기록을 보면 영화가 보여주는 세종과 장영실의 ‘브로맨스(두 남자의 진한 우정)’도 나름 설득력이 있다. 여기에 두 주연배우의 빼어난 연기력이 더해져 영화의 감동은 배가됐다. 그래서 천문에 대한 리뷰를 보면 스토리로 비판하는 사람들은 있어도 배우들의 연기를 비판하는 사람들은 거의 없다. 

▲ 출처= 네이버 영화

보기에 따라서는 다소 지루할 수 있는 잔잔한 스토리의 전개도 어떤 면으로는 이해할 수 있는 부분이 있다. 이 영화의 감독은 우리나라 영화계에 ‘절제된 감정’이 무엇인지를 제대로 보여준 시대의 명작 ‘8월의 크리스마스(1998)’를 만든 허진호 감독이다. 격하게 감정을 끌어올리지 않으면서도 은은하게 오래가는 감동을 선사하는 그의 방식은 이번 영화에서도 잘 드러난다.

정리하면, 영화 ‘천문’은 중심 소재의 약점이 분명하지만, 배우들의 뛰어난 연기력과 감독 특유의 감정 연출로 일련의 단점들을 압도해버린 영화라고 할 수 있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