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뮤니케이션의 반대말은 대형사고다.

‘전략’이라는 말이 수식어로 사용되면 좀 멋있어진다. 군사전략 같은 말 외에도 전략적 사고, 전략적 경영, 전략적 커뮤니케이션과 같이 두루 활용되며, 이 전략이라는 말이 붙어 있으면 왠지 있어 보인다. 전략이란 전쟁에서 이기기 위해 여러 전투를 계획, 조직, 수행하는 방법들을 얘기하며 결과적으로 적을 속이기 위한 술책이라는 뜻이다. 그런데 이런 전략에서 아무리 우수한 계획이나 방책을 가지고 있어도 이를 조직하고 수행함에 있어 구성원들의 커뮤니케이션이 뒷받침 되지 않고는 허사가 된다.

우리에겐 신혼여행지로 각광받는 ‘괌’을 백과사전에서 찾아보면 다음과 같이 소개된다. ‘1521년 마젤란이 발견한 이후 에스파냐의 영토가 되었으나, 1898년 미국과 에스파냐의 전쟁으로 미국의 영토가 되었다.’ 에스파냐 즉 지금의 스페인이 점령하여 식민지로 삼은 곳인데, 미국과의 전쟁 중에 소유권이 미국으로 넘어간 것인데,그 중간에 있었던 참으로 실소를 금치 못할 내용은 잘 알려져 있지 않다.

1898년 당시 스페인은 미국과 한창 전쟁 중이었는데, 본국에서 멀리 떨어져 있던 괌에는 전쟁 중이라는 사실이 미처 통보가 되지 못했다. 그런데 미국이 군함을 괌에 접근시켜서 산타크루스 요새에 위협 포격을 가했다. 딱 열 세발. 그러자 괌에 주둔해 있던 스페인 관리들이 배를 타고 미군의 군함으로 왔다. 그리고는 ‘예포를 쏴줘서감사하다’는 뜻을 표했다. 그러고는 ‘자신들도 답례로 예포를 쏘려는 데, 대포를 옮기려면 시간이 좀 걸릴 것 같다’고 양해를 구했다.

 

“본국에서 연락 받은 것이 없어요!”…지금 전쟁 중인데???

이 어이 없는 상황에서 당황한 쪽은 미군이었다. 오히려 양국이 서로 전쟁 중임을 적국 관리들을 납득시켜야 했다. 침범을 해온 미군 쪽에서 전쟁 중이었음을 어찌어찌 설명을 하자, 스페인 관리들은 볼멘소리들을 해댔다. “우리는 본국으로부터 아무런 연락도 받은 것이 없어요.” 그러고는 어찌할 줄을 몰라 하며 서로를 쳐다보기만 했다. 다행이 미군은 이들을 포로로 사로잡지는 않았고 되돌려 보냈다. 한 명만 빼고. 그런데 그 한 명도 사로 잡힌 것이 아니라 미군 함장과 아는 사이라, 놀다 가려고 남았던 것이다. 되돌아 간 관리들은 서로 머리를 맞대고 의논을 한 끝에, 며칠 만에 투항했다. 그리고 그때부터 지금까지 쭉 괌은 미국의 영토다.

전쟁 영화에서 보면 언덕배기 고지 하나를 서로 차지 하기 위해 무수히 많은 병력이 희생되는 치열한 전투가 벌어지기도 한다. 그런데 폭이 6~14키로미터에 길이가 48키로미터에 달하는 거제도만한 섬 하나를 어이없는 커뮤니케이션의 부재 상황에서 거저 얻었다. 그런 작은 섬 하나 있어 봤자 하는 사람도 있겠지만, 지금 바다를 끼고 있는 세계 각국은 바다 위로 솟아 있는 작은 바위 하나도 서로 자기네 땅이고 섬이라고 우긴다. 그 섬 하나가 있는 것과 없는 것은 하늘과 땅 차이다. 그런데 스페인은 어렵사리 확보한 식민지를 커뮤니케이션 부재 때문에 그냥 잃었다. 우리에겐 없어서 그렇지 이런 비슷한 일들이 세계사에 제법 있다. 그리고 꼭 역사적인 내용이 아니더라도 비즈니스 현장에서도 비일비재하다.

비즈니스 현장을 얘기하기 전에 연말에 보고 들은 우스운 얘기부터 두 가지 풀어본다. 첫 번째는 회사 동료 얘기다. 이제 곧 대학 입학을 앞 둔 둘째 딸이 있는데, 아빠 신용카드를 가지고 다닌 모양이다. 하긴 요즘은 대중교통도 카드로 찍고 다녀야 하니 카드가 필수인데, 어찌하다 보니 연말에 귀가가 늦어지는 일이 잦아져 걱정이 이만 저만이 아니었다.

동료가 하루는 송년모임 때문에 한잔하고 늦은 귀가를 했는데, 핸드폰 문자 알림이 몇 번 연달아 울렸다. 딸이 가지고 있는 카드 지출 알림이었는데, 장소가 하필 ‘모텔’이었다. 화가 머리 끝까지 났지만, ‘가만있자 딸은 아까 집에 와서 자고 있는데’ 하는 생각이 들더라는 것이었다. 결론은 딸내미가 카드를 분실했는데, 어떤 멍청한 인간이 카드를 습득해서는 편의점에서 이것 저것 사고 모텔로 들어간 것이었다. 바로 경찰에 신고를 했고, 그 멍청한 범인은 편의점에서 겨우 군것질거리 조금 사서 모텔에서 자다가 새벽에 은팔찌를 연말 선물로 받았다.

다른 하나는 연말에 화제가 된 닭강정 30인분 사건이다. 예전에는 119에 거짓 신고를 하거나, 남의 집 초인종을 누르고 도망가는 놀이를 하던 애들도 있었다. 그리고 가끔 가다가는 누구를 골탕 먹이기 위해서 중국집 같은 데서 음식을 시키는 일들도 있기는 했다. 그런데 언제부터인가 이런 장난은 사라졌다. 네트워크 시스템의 발전 때문이다.

119 거짓 신고를 하더라도 전화 번호가 남는다. 그리고 남의 집 초인종 누르기는 동네 골목마다 CCTV가 다 보여주기 때문에 괜히 남의 집 벨을 잘못 누르다가는 큰 일 난다. 이런 것은 요즘 어린 애들도 다 아는 상식이다. 그런데 무려 남들에게 사기를 치기 위해 모인 20대 청년들이 이렇게 멍청한 일을 저질렀을까 하는 데는 실소를 금할 수가 없다. 덕분에 작업대출 사기단으로 역시 마찬가지로 연말 은팔찌 선물을 받게 됐다. 다 만일을 대비하기 위해 시스템적으로 갖춰놓은 커뮤니케이션 체계 덕분이다.

 

세상 똑똑한 사람들의 어처구니 없는 실수

똑똑하다고 소문난 사람들도 어처구니 없는 멍청한 사고를 저지른다. 나사(NASA)라면 미국만이 아니라 전세계에서 제일 똑똑하다고 소문난 사람들이 모여있는 곳이라 할 수 있겠다. 그런데 인류가 남긴 말도 안 되는 대형 사고를 쳤던 적이 있다. 미국 나사에서 쏘아 올린 화성탐사선 사고다.그냥 멋있게 사고라도 썼지만 사실은 어마어마한 천문학적인 돈이 들어간 화성탐사선이 화성에 그대로 처박아 버린 것이다. 이 탐사선은 1998년 12월 11일 저녁 플로리다 케이브케내비럴 공군기지를 출발했고, 1999년 9월 23일 오전에 화성에 다다랐다. 그런데 그 얼마 뒤 통신이 끊어져 버렸다. 당시 그 탐사선 개발에 1억9,310만 달러, 발사 비용 9,170만 달러 그리고 임무수행 비용에 4,280만 달러 정도가 들었으니, 합치면 무려 3억2,760만 달러나 들어갔다. 당시 환율이 1달러에 1,138원 꼴이었으니, 대략 우리 돈으로 3,728억원 정도인데, 지금부터 무려 2십여 년 전 가치다.

사고 원인은 사실 어이없는 것이었다. 당시 기체 제작을 맡았던 록히드마틴은 로켓분사의 총 운동량 변화를 파운드/초 단위로 계산해 나사에 넘겼는데, 나사 엔지니어들은 해당 수치를 그대로 자동분사시간 프로그램에 적용했다. 그런데 그 자동프로그램은 킬로그램/초 단위로 세팅이 되어 있었다. 화성 궤도상에서 탐사선의 위치를 맞추기 위해 조금씩 분사해야 했었는데, 실제로는 분사량이 몇 배씩이나 더 많았으니, 탐사선이 제대로 움직였을 리가 만무했다. 결국은 화성 상공 150키로미터 정도에 머물렀어야 하는 탐사선이 57키로미터 정도까지 접근하게 되었고, 천문학적인 금액의 돈과 수많은 사람들의 땀방울이 지구 사람들은 눈에 보이지도 않는 불꽃놀이로 끝나고 말았다.

우리나라에선 초등학교만 나와도 수학 선생님들로부터 귀에 딱지가 앉을 정도로 얘기를 듣는다. ‘단위를 헷갈리지 마라.’ 그런데 세계에서도 난다 긴다 하는 항공우주기업과 나사 박사들이 단위가 틀린 것도 모르고 그대로 시스템에 입력하는 코미디를 벌였다.

레이달리오는 그의 저서 ‘Principles (원칙)’에서 ‘거의 대부분의 사건은 유사한 사건의 다른 버전’이라고 했다. 즉 ‘지금 일어난 사건은 과거에 일어났던 비슷한 사건 가운데 하나’라고 말하여 역사 공부의 가치에 대해서 강조했다. 그런데 케임브리지대학에서 인류학과 사학, 과학철학을 전공하고 ‘버즈피드’의 편집장을 지낸 톰필립스는‘인간의 흑역사Humans’에서 ‘인간의 욕심은 끝이 없고, 똑 같은 실수를 반복한다’고 지적했다. 특히 그는 기록으로 남아 있는 인류의 참담하고 바보 같은 일이 결코 남의 일만은 아니라며, 말미에 우리가 사는 모습은 그 어느 때보다 빨리 바뀌곤 하는데, ‘인간은 과거에 했던 실수를 점점 더 빠른 속도로 반복하고 있다’고 강조하고 있다.

국제뉴스로 보도됐지만, 우리나라에서 발생한 것으로 2019년 연말을 아주 끔찍하게 보낼 수도 있었던 사고가 있었다. 크리스마스 다음날인 26일 밤, 경기도 동두천의 주한미군 캠프 케이시에서 취침 나팔 대신 공습경보 사이렌이 울렸다. 캠프 케이시는 북한 접경지역에서 가장 가까운 미군 부대로, 북한 공격이 있을 경우 미사일 타깃이 될 수 있는 기지라고 한다. 당시 기지 내에서 당황한 군인들이 제복 차림으로 달려 나오기도 했다는데, 일단은 실수였음이 금방 밝혀져 다른 문제가 생기지는 않았던 모양이다. 그런데 미국 MIT의 비핀 나랑 교수는 트위터에서‘트럼프 대통령이 골프장에서 휴대폰으로 이 경보를 봤는데, 이 사실이 틀렸다고 확인해줄 사람이 주변에 아무도 없었다고 상상해보라’ 면서 ‘그는 대응 조치로 미국의 핵무기 발사를 즉각 명령할 수 있고, 아무도 그를 막을 수 없을 것’이라고 비판했다고 한다.

실제로 우리 주위에도 웃어 넘기지도 못할만한 멍청한 일들이 늘 뒤죽박죽 되어 있다.비즈니스에서는 일을 잘 해내기 위해 서로 소통을 하는 것인데, 소통을 누출이나 배려로 잘 못 이해하는 경우가 많다. 전 직장에서 재무팀장과는 동갑내기였다. 회사에 불어 닥친 재무 위기 상황에서 재무팀장은 항상 찾는 사람이 많았다. 중요 정보를 많이 가지고 있었다.커뮤니케이션 팀장으로서는 당연히 그런 정보들에 민감할 수 밖에 없었다. 회사의 리스크를 방지하기 위해서 그런 리스크 사항은 미리 의논하자고 얘기를 했는데, 번번이 멋대로 공시하고 처리해서 불 난 집에 부채질하는 여론이 잠잠할 새가 없었다.

하루는 작은 공시하항 하나를 두고 작정을 하고 올라가서 재무실을 뒤집어 버렸다. 멱살이라도 잡을 기세로 큰 소리까지 내서는 결국 부사장이었던 CFO에게 불려가 함께 야단을 맞았다. 재무팀장은 ‘내가 귀찮게 한다’는 이유에서 자의로 일을 진행했다고 했고,나는 ‘회사의 리스크를 방지하기 위해 소통이 필요함’을 역설했다. 다행이 바로 화해를 하고 그 뒤론 작은 일도 협의했기에 여론의 물꼬를 많이 돌려놓을 수 있었다. 산에 걸려 넘어지는 사람은 없다. 우리를 넘어지게 하는 것은 작은 돌부리다. 모두가 알아야 한다. 큰 위기가 조직을 힘들게 하는 것 같지만, 사실 돌부리 같은 커뮤니케이션 문제가 대부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