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출처= BGF리테일

[이코노믹리뷰=최동훈 기자] 편의점 배달 시장 내 경쟁이 새해 들어 다시 불붙었다. 업계 4위 업체 이마트24가 가세하면서다. 업계의 기대가 커지는 가운데, 일각에서는 더 많은 소비자들이 배달 서비스를 누릴 수 있도록 배달 서비스의 양적·질적 수준이 높아질 필요가 있다는 말도 나온다.

3일 편의점 업계에 따르면 편의점 업체별 배달 서비스 제공 매장은 GS25 1410여개, CU 3000여개, 세븐일레븐 0개, 이마트24 35개 등으로 집계됐다.

GS25, CU, 세븐일레븐 등 3사의 업체별 점포 수가 1만개를 넘고 이마트24도 4400여개 이상 매장을 운영하는 점에 비하면 배달 서비스 제공 범위는 미미하다. 비슷한 시기 배달 앱 시장의 성장 추이와 대조된 추세다.

공정거래위원회와 한국프랜차이즈산업협회 등에 따르면 배달 앱 시장 규모는 2013년 3347억원에서 5년 뒤인 2018년 8배 가까이 늘어난 3조원으로 추산됐다. 1인 가구가 늘어나고 온라인 쇼핑을 활발히 이용하는 등 비대면 서비스를 선호하는 고객층이 늘어난 데 따른 현상으로 해석됐다.

업계에서는 편의점 배달 서비스가 그간 활성화하지 못한 이유로 “소비자들이 운영상 특장점을 누리기 위해 편의점을 이용하기 때문”이라는 의견이 주로 제시된다. 소비자들은 배달 서비스의 사각지대에 있는 편익을 편의점이 제공하는 점에 매력을 느끼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잡코리아·알바몬 등 두 일자리 플랫폼 업체가 2018년 성인남녀 1669명을 대상으로 ‘편의점에 방문하는 이유’(중복응답)를 설문한 결과 ‘늦은 시간까지 영업해서’라고 응답한 비율이 49.8%(831명)에 달했다. 이어 ‘도시락 등으로 식사를 간편히 해결할 수 있어서’(46.0%·767명)라는 답변이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했다.

통상 외식업체 등 배달 서비스를 제공하는 주요 사업장에서는 하루 종일 음식 메뉴를 판매하지 않는다. 또 일정 기준 이상의 주문 금액을 충족해야 배달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다. 고객이 편의점에서 주로 얻는 편익들은 배달 서비스 특성과 다소 괴리가 있는 셈이다. 외부 업체와 협력해 배달 서비스를 제공하는 편의점 업체 입장에선 오프라인 방문 수요를 대체할 ‘혁신적인’ 배달 서비스를 개발하기 어려운 처지였다.

편의점 업체들은 이 같은 업황 속에서도 올해 시장 공략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배달 서비스를 새로운 성장 동력으로 삼고 있기 때문이다.

CU는 올해 1분기 내 배달 서비스 점포를 현재 수준 대비 66% 많은 5000점으로 확대할 계획이다. 배달 수요가 있는 상권과 배달 서비스를 원하는 점주가 운영하는 매장을 중심으로 서비스를 추가 도입할 예정이다. GS25도 요기요와 제휴를 맺고 현재 강남권 소재 직영점 10곳에서 제공하고 있는 서비스를 향후 더 많은 점포에서 제공할 계획이다.

▲ 요기요 라이더가 이마트24 점포에서 배달 상품을 건네 받는 모습. 출처= 이마트24

이마트24는 지난 1일부터 전국 직영점 35점에서 배달 서비스를 개시했다. 직영점 위주 서비스를 통해 고객 데이터를 분석한 뒤 서비스 도입 점포를 가맹점 사이에서 늘려나갈 계획이다. 아직 배달 서비스를 제공하지 않고 있는 세븐일레븐은 현재로선 배달 사업을 전개할 계획이 없다고 이날 밝혔다. 배달서비스를 도입하기에는 아직 시장성이 불충분한 것으로 판단하고 있어서다.

편의점 업체들은 배달 서비스에 이 같은 혁신을 도모함으로써 새로운 수익원을 발굴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편의점 배달 서비스는 상품·서비스 측면에서 패러다임의 변화를 일으키고 있기 때문이다. 기존 외식업체나 배달 서비스 업체에서 취급하지 않은 제품을 배달이 이뤄지지 않았던 시간대에 고객에게 제공하고 있다. 기존 배달 서비스에 대한 고객의 ‘가려운 점’을 편의점 업체들이 긁어줄 수 있을 것이란 관측이다.

경쟁을 통해 지금보다 더 많은 소비자들이 배달 혜택을 누릴 것으로 예상되고 있지만 더 많은 수요를 이끌어낼 방안을 요구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현재 편의점 업체들은 앱 등 디지털 플랫폼을 통해서만 배달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디지털 기술에 익숙하지 않은 중장년 이상 연령대 고객들은 편의점 배달 서비스에 대한 진입장벽을 마주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배달 서비스는 비대면 서비스를 선호하는 젊은층 고객 뿐 아니라 거동이 불편한 시니어 고객에게도 필요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최소 주문 금액을 1만원으로 설정했지만 주문 금액에 상관없이 배송비를 일괄적으로 2500~3000원 가량 받고 있는 점도 개선돼야 할 부분으로 지목된다. 마켓컬리, 롯데마트 등 주요 유통업체들이 4만원 이상 주문하는 고객에게 무료 배송해주듯 편의점에서 다양한 고객 혜택을 제시할 수 있어야 한다는 주장이다.

업계에서는 아직 편의점 배달 서비스의 수준이 사업 초반에 머물러 있는 점에 동의하는 분위기가 나타난다. 편의점 업체들이 배달 서비스를 더욱 진화시켜 편의점 배달 시장의 저변을 확대하는 등 선순환을 일으킬 필요가 있다는 진단이 나온다.

편의점업계 관계자는 “최근 소비자들이 배달 비용을 지불하는 것에 대해 과거보다 수용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는 점은 배달 서비스 진화 과정의 청신호”라고 분석했다.

그는 “편의점이 아직 도입 초기 수준의 배달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지만 고객 선택폭을 확장한 점에서는 진일보한 상황”이라며 “편의점 업체들이 고객 맞춤 프로모션을 진행하는 등 전략으로 더 많은 고객 수요를 이끌어냄으로써 서비스 범위를 확대할 기반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부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