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출처=이미지투데이

[이코노믹리뷰=권유승 기자] 포화된 보험 시장 속 보험사들이 올해 가망고객 타겟으로 어린이와 유병력자에 집중하고 있어 눈길을 끈다. 보험사들은 새해 첫 상품으로 유병력자와 고령자도 가입이 가능한 간편심사보험은 물론 보장성을 확대한 어린이보험을 선보이면서 고객몰이에 나선다는 각오다. 

담보를 세분화해 필요한 보장만 가입할 수 있는 DIY(Do It YourSelf) 보험 출시도 이어지고 있다. 이는 주요 고객층인 중년층의 보험가입률이 90%에 달하면서 새로운 고객층 확보가 절실한 시점이라는 보험사들의 판단이 선 결과로 풀이된다.

◇ 새해 첫 상품 줄줄이 출시

NH농협생명은 지난 2일 새해 첫 상품으로 ‘하나만묻는NH암보험’을 출시했다. 이 상품은 유병력자도 하나의 고지사항으로 가입이 가능하다는 점이 특징이다. 제자리암‧5년 이내 암‧간경화 등의 치료 이력만 없으면 고령자와 유병력자도 가입할 수 있다.

한화생명도 이날 간편보험 상품을 선보였다. ‘간편가입 100세 건강보험’은 간편심사를 통해 고혈압‧당뇨 환자도 가입이 가능하며, 기존 70세까지의 가입연령도 80세로 확대했다. 납입면제 범위도 늘려, 유방암‧전립선암‧갑상선암(초기 이외) 등이 발병하면 납입이 면제된다.

어린이보험 출시도 이어지고 있다. 현대해상은 이달 새로운 담보를 추가한 ‘굿앤굿어린이Q’를 개정 출시했다. 이 상품은 상해수술 관련 담보 12종 선천적 기형으로 인한 보험사고 등 선천성질환(Q코드)을 보장한다. 원형탈모증, 특정언어장애 및 말더듬증 진단 담보도 추가했다.

DB손해보험도 종합형 담보를 대거 탑재한 어린이보험 개정상품 ‘아이(I)러브(LOVE)건강보험’을 이달 선보였다. 이 상품은 77대질병수술비‧입원일당을 보장하며, 1~5종 수술비의 가입금액을 상향했다. 성인용 담보에만 있던 뇌전증‧심근병증 진단비도 추가했다.

일명 ‘DIY 보험’도 속속 등장하고 있다. DIY보험이란 보장을 세분화해 자유롭게 고객이 필요한 특약만 선택, 구성할 수 있는 상품을 말한다. 흥국생명은 지난해 말 총 74가지 특약으로 고객이 원하는 담보만 선택 할 수 있는 ‘다사랑통합보험’을 출시했다. 이 상품은 표준하체인수특약 핵심담보를 신설해 유병자도 가입이 가능하다.

한화생명이 지난 2일 선보인 유병력자보험 ‘간편가입 100세 건강보험’도 DIY보험이다. 이 상품은 뇌출혈, 암, 급성심근경색증, 입원, 수술 등 5개에 불과했던 특약을 25개로 확대했다. 대상포진 및 통풍, 뇌혈관질환, 당뇨, 백내장, 녹내장 수술자금 등을 특약을 통해 보장할 수 있도록 했다.

◇ 중년층 가입자 포화상태…틈새시장 공략해야

보험사들이 새해 첫 상품으로 어린이와 유병력자를 점찍은 것은 새로운 고객층 유입이 절실한 시기이기 때문이다. 보험 주요 고객층이라고 알려진 40~50대의 가입률은 90%에 육박하는 상황이다. 보험사들이 고객몰이를 위해 2030세대는 물론 고령층에 집중해야할 수밖에 없는 이유다.

어린이보험의 경우 일반 상품 대비 해지율이 적고 태아부터 2030세대 고객층까지 아우를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특히 최근 출시되고 있는 어린이보험은 가입연령을 30세까지 늘린 일명 ‘어른이보험’이 주를 이룬다. 일반 성인 상품과 비교했을 때 보험료가 저렴하고 보장성이 좋아 20대의 선호도가 올라가고 있다. 실제로 가입연령의 40%가 20대인 상품도 여럿이다.

어린이보험의 가입자 수도 급증하고 있다. 어린이보험 출시 이후 줄곧 30% 이상의 시장점유율을 차지하던 현대해상의 어린이보험 가입건수는 지난해 11월 기준 전년 동기 대비 21.9% 증가했다. 지난해 들어 어린이보험 1위 자리를 넘보고 있는 메리츠화재의 어린이보험 가입건수도 전년 동기 대비 39.90% 증가했다. DIY보험 역시 보험료를 낮추고 필요한 보장으로만 구성할 수 있다는 점에서 젊은 고객층에게 인기를 끌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과거 보험 가입이 어려웠던 유병력자들도 새로운 고객층으로 떠오르고 있다. 유병력자들도 가입이 가능한 간편심사보험의 가입자 수는 2012년 약 11만명에서 2016년 80만명으로 약 7배 넘게 증가했다. 손해율 악화 우려가 컸던 간편심사보험 운영이 가능한 것은 ‘3.2.5 법칙’이라고 불리는 알릴 의무 사항이 가입조건에 포함됐기 때문이다. ‘3.2.5 법칙’은 ▲최근 3개월 이내 입원·수술·추가검사 ▲2년 이내 질병이나 사고로 입원·수술 ▲5년 이내 암진단·입원 및 수술기록 등의 알릴 의무를 의미한다. 최근에는 ‘3.2.5 법칙’ 항목도 점차 줄어들며 유병력자 고객 모시기가 더욱 치열해지는 분위기다.

보험업계 한 관계자는 “보험시장이 포화상태에 이르다 보니 이제 가입유인책이 있는 고객층은 아프거나 젊은 사람들 뿐”이라며 “다양한 상품 개발로 새로운 시장이 열려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