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좌측부터 우리금융지주, BNK금융지주, DGB금융지주 전경

[이코노믹리뷰=강민성 기자] 금융지주가 연초부터 대규모 장기채 발행을 준비하고 있다. 당분간 채권시장에 강세흐름이 지속될 것으로 전망되는 가운데 이달 연기금과 보험사 등 기관 투자자들의 자금집행이 시작되면서 금융지주 자금조달에 관심을 보일지 주목되고 있다.

2일 금융업계에 따르면 이달 장기채 발행을 위한 수요 예측을 앞둔 금융지주사는 우리금융지주, BNK금융지주, DGB금융지주다. 우리금융지주는 지난해 12월 20일 이사회를 열고 4000억원 규모의 신종자본증권 발행을 결정했다. 우리금융지주는 지난해 장기채 발행규모 한도를 정하기 위한 이사회 결정을 진행하고 주관사 선정을 비롯한 발행 절차는 이달부터 진행하고 있다.

우리금융지주는 은행 자본건전성 기준인 BIS총자본비율을 개선하기 위해 대규모 자금조달을 준비중이다. BNK금융지주와 DGB금융지주는 각각 1500억원, 1000억원 규모의 신종자본증권 발행을 추진하고 있다. BNK금융지주와 DGB금융지주 이사회도 우리금융지주와 마찬가지로 지난해 12월 발행 한도와 지출 계획만 결정한 뒤 구체적인 발행절차는 올해 초부터 진행한다고 밝혔다.

◇ 금융지주 장기채 발행규모, 초우량 신용기업보다 많아…발행금리 관심↑

▲ 출처=금융감독원 전자공시

이달 초부터 진행되는 금융지주의 장기채 발행규모는 총 6500억원에 달한다. 발행규모가 막대한 만큼 금융권은 사전청약을 앞두고 발행금리가 얼마나 정해질 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같은 기간 일반 회사채 발행을 앞두고 있는 우량채 등급 신용기업들은 △SK텔레콤 △LS전선 △LG헬로비전 △한화솔루션 △현대제철 등이다. SK텔레콤은 이달 2000억원 회사채 발행을 위한 수요예측을 앞두고 있고, LS전선과 한화솔루션은 각각 1200억원, 1300억원 수준이다.

일반적으로 일반 선순위채권(회사채) 발행은 장단기 국고채 기준금리와 신용등급, 사전청약 수요 등이 종합적으로 판단돼 결정되지만 금융사가 발행하는 장기채는 채권의 상각 조건 등이 금융그룹마다 달라 일반적으로 장기채(신종자본증권) 민평 4사에서 제공하는 10년만기 국고채 수익률을 기준금리로 선정한다. 이에 따라 최근 동종 금융지주의 발행금리가 중요한 산정기준이 된다.

금융권 관계자는 “신종자본증권의 경우 공모희망금리 산정을 위해 동일 등급 회사채의 최근 발행 금리가 활용된다”면서 “이에 최근 발행하는 금융지주의 발행금리가 영향을 준다”고 밝혔다.

금융권의 장기채 공모 희망금리는 10년물 국고채 금리가 활용되는데, 이달 2일 기준 10년 물 국고채권 금리는 1.68% 수준으로 보합권을 나타내고 있다. 금융권 채권 분석 전문가들은 1월 기관투자자들이 자금집행이 시작되는 만큼 장기물에 대한 수요가 충분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한편 최근 1년간 국내 AAA등급 은행과 금융지주의 조건부자본증권 발행금리는 3.2%에서 4.9% 수준에서 결정됐다. 우리금융지주의 경우 지난해 10월 5000억원 규모 신종발행증권을 3.32%에 발행했다. 우리금융지주가 지난해 10월 발행한 영구채 금리는 10년물 국고채권 금리(1.48%)와 동종 금융지주사인 신한금융지주가 같은 해 7월 발행한 신종자본증권 공모 희망금리가 활용됐다. 

당시 신한금융지주는 공모희망금리를 2.90%~3.30%에서 결정한 뒤 최종 발행금리를 3.27%로 발행했다. 2일 10년물 국고채권 금리수준이 1.68%로 지난해 10월 1.48%보다 0.2%포인트 상승한 것을 감안하고 이달 큰폭의 변동이 없을 경우 발행 기준금리는 다소 상승할 것으로 보인다.

◇ 금융지주, 올해 장기물 발행 증가 전망 왜?

금융업계 전문가들은 이달 우리금융지주, BNK금융지주, DGB금융지주까지 세 곳의 금융지주가 장기채 발행 추진과 함께 앞으로도 금융지주의 자본확충은 계속 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금융지주가 장기적인 성장기반을 마련하기 위해서는 신규 금융사 인수와 해외 영업 확대가 관건이기 때문에 금리 상황이 좋을 때 미리 자본을 확충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이유에서다. 

최근 금융지주들은 사업포트폴리오 강화차원에서 생보사, 증권사 등 M&A가능성을 열어두고 있다.

매물로 나온 푸르덴셜생명은 KB금융지주와 우리금융지주가 인수 후보로 언급되고 있다. 또한 지방은행 지주사인 BNK금융지주와 DGB금융지주는 지주 소속 증권사에 자금을 지원해주고 있다.

BNK금융지주와 DGB금융지주가 이달 진행하는 장기채 발행도 각각 BNK투자증권와 하이투자증권에 유상증자를 진행하기 위해서다. 두 금융그룹도 1000억원 규모의 신종자본증권을 계획했다.

신종자본증권과 같은 장기채권은 중도 상환하지 않는 이상 계속 보유하는 채권이기 때문에 발행금리 절감이 중요하다. 전문가들은 지난해 국내 채권시장이 시장금리 하락으로 강세를 보였는데, 올해도 장기채 수급물량이 증가하면서 금리 수준이 더 낮아질 수 있을 것으로 예상했다.

김상훈 KB증권 애널리스트는 “자금집행 연초효과 등으로 1월 국고채 응찰 강도가 금리하단에 영향 미칠수 있다”면서 “특히 10년물 이상 초장기물에 대한 수요강도가 주목된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