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가구회사 이케아(IKEA)는 기업들이 기후 변화에 적극 나서고 있음을 나타내는 측정 변수를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고 주장한다.   출처= Ecotextile

[이코노믹리뷰=홍석윤 기자] 기업들은 기후변화에 적극 대처(climate positive)한다고 말하지만, 그것이 무엇을 의미하고 또 그것을 어떻게 측정할 것인지에 대해서는 의견이 다르다.

기온 상승과 인간의 소비로 인한 환경 영향에 대한 우려가 높아지면서 기업들은 소비자를 향해 다양한 녹색 공약을 내놓고 있다. 그러나 그러한 노력과 관련한 용어의 무분별한 확산이 논쟁과 반대를 불러일으키고 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최근 보도했다.

환경론자들과 일부 기업들은 용어의 모호함이 환경 진보를 해치고 소비자들을 혼란스럽게 하며 기업들로 하여금 여론을 피하기 위한 무늬만 친환경인 행보(greenwashing)를 하게 하고 있다고 지적한다.

세계자연기금(World Wide Fund for Nature)에서 기후 문제를 연구하는 마크 그리피스는 "우리의 목표는 기후 변화에 적극 대처하는 것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업계의 견해 차이를 극복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세계자연기금은 지난해 12월 마드리드에서 열린 유엔기후변화회의 COP25에서 기업들이 이에 대한 글로벌 정의를 위해 측정 변수를 토의하는 장을 마련했다.

앞으로 어떻게 구현될지는 분명하지 않지만, 세계자연기금 임원들은 독립적인 인증 기구가 기준을 정하고 그것이 준수되고 있는지 검증하는 방식이 될 것이라고 말한다.

기업들은 기후 변화에 적극 대처한다는 것이 온실 가스 배출량보다 더 많은 량을 감축하는 것을 수반한다는 데에 대체로 동의하지만 그것을 어떻게 달성해야 하는지에 대해서는 의견이 각기 다르다.

가구업체 이케아(IKEA)는 2030년까지 기후변화 적극 대처에 들어갈 것임을 약속하며 이를 위해 2억 유로(2600억원)를 지출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케아는 재생 에너지로 전환하고, 에너지 효율을 추구하며, 운송에 관련된 배출량을 절반으로 줄이고, 대기의 탄소를 제거하고 이를 저장하기 위해 산림 개간에 투자할 것을 약속했다.

기후 변화 적극 대처의 정의를 수립하자는 운동을 주도하고 있는 이케아는 이번 유엔 회의에서 그 접근법을 개략적으로 발표했다.

이케아는 기업들이 상대적 기준보다는, 성장에 관계없이 절대적 기준에 따라 기후변화에 적극 대처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케아는 한 회사가 제품 한 개 당, 또는 매출액 1달러 당 기후변화 적극대처를 약속하는 방식은 전반적인 가스 배출량만 증가시킬 수 있다고 주장한다.

이케아 그룹의 기후변화팀장인 안드레아스 아렌스는 "그동안 기후변화 적극대처에 대한 많은 정의가 있었다. 중요한 것은 무엇이 신뢰할 만한 것이냐 하는 것이다. 우리는 고객을 오도하고 싶지 않다."고 말했다.

그러나 기업들에게 ‘재활용’ 같이 수십 년 된 용어에 대해 공통적으로 합의하도록 하는 것은 어려울 수 있다.

250개 이상의 단체가 플라스틱 쓰레기 삭감을 약속하기 위해 모인 영국의 비영리 단체 엘렌 맥아더 재단(Ellen MacArthur Foundation)은 지난해 ‘재활용’이라는 용어의 정의를 발표했지만 업계가 이 정의에 동의하도록 만드는데 1년이 걸렸다고 말했다.

재단에서 플라스틱 문제를 연구하고 있는 샌더 데프루이트 연구원은 “기술적으로 재활용 가능한 많은 재료들은 높은 처리 비용이나 열악한 인프라 때문에 그대로 매립지로 간다”고 지적했다.

"우리는 재활용의 개념을 이론적으로 재활용할 수 있는 물건에서 실제 재활용할 수 있는 물건으로 신속하게 바꾸었습니다. 가장 큰 어려움은 재활용 규모의 기준이 무엇인지 결정하는 것이었습니다.”

많은 논쟁 끝에 회사들은 최소 4억 명의 주민이 사는 여러 지역에서 각종 포장재가 30%의 재활용률을 가져야 한다는 데 합의했다.

▲ 의류 소매업체 H&M은 2040년까지 탄소 배출권(carbon offset) 사용하지 않고 탄소배출 제로 방식으로 옷을 생산할 것이라고 약속했다.    출처= RetailDetail

기후변화 적극대처 방법에서 가장 의견 차이가 큰 부분은, 대기에서 이산화탄소를 제거하는 나무 심기 같은 프로젝트에 투자한다는 명분으로 오염 기업들이 스스로 탄소 배출 감축 대상에서 제외시키는 이른 바 탄소 배출권(carbon offset, 배출된 이산화탄소의 양만큼 온실가스 감축활동을 하거나 환경기금에 투자함으로써 탄소 배출량을 할당 받는 것)의 사용이다. 이케아는 탄소 배출권에 의존하지 않을 것이며 다른 회사들도 탄소 배출권을 사용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

기후 운동가들도 이 관행이 대체로 바람직하지 않다고 생각한다. 국제 환경보호 단체 그린피스(Greenpeace)의 기후 운동가 게리 쿡은 "탄소 배출권에 간단히 의존하는 것은 기업의 마케팅 전략일 뿐이며, 화석 연료를 줄인다는 근본적 목표에도 기여하지 못한다"고 지적했다.

유럽 5개국에 152개의 직영점을 운영하고 있는 스칸디나비아의 패스트푸드 체인점 맥스 버거 AB(Max Burgers AB)는 탄소 옵셋을 사들였기 때문에 이미 기후 변화에 적극 대처하고 있다고 말한다. 아프리카에서 나무를 심는 프로젝트를 통해 제품과 관련한 탄소 배출량의 110%를 확보하고 있으며, 이런 전략을 홍보해 판매에도 도움이 되고 있다고 회사측은 밝혔다. 이 회사의 웹사이트에는 "맥스 버거를 한 입 먹을 때마다 우리의 기후에 도움이 됩니다"라는 문구가 표시되어 있다.

맥스의 지속가능성 책임자 카이 퇴르크는 "맥스는 나중에 다른 방법들이 나올 때까지 기다리기 보다는 지금 당장 기후변화 적극대처를 최대화하기를 원한다"고 말했다.

환경 개선 차원에서 식물성 버거의 판매량을 늘리고 있는 이 회사는, 이케아의 절대적 기준에 따른 전반적인 배출량 감소 주장에 반대 입장을 표명하고 한 끼당 배출량을 측정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절대적 감축은 회사가 총 배출량을 줄이기 위해 너무 많은 성장을 해서는 안 된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이것은 작은 회사에게는 불리하며 큰 회사만 유리한 주장입니다.”

프리트(Pritt) 접착제와 다이얼(Dial) 보디워시를 만드는 헨켈(Henkel AG & Co.)도 절대 감축에 반대한다. 헨켈은 산업용 접착제 같은 자사의 제품들이 자동차를 더 가볍게 만들어 고객들로 하여금 탄소 발자국(carbon footprints, 온실 효과를 유발하는 이산화탄소의 배출량)을 줄이도록 도와준다고 주장한다.

헨켈의 지속가능성 책임자 우에 베그만은 "우리의 사업 모델에 있어서는 상대적 감축이 타당하며, 사회적 관점에서도 우리는 그것을 정당화할 수 있다."라고 주장한다.

"IKEA의 기존 시장 점유율을 보면, 이케아 관점에서는 절대적인 감소가 더 쉽고 사회적 책임을 더 많이 질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탄소 배출권 없이 2040년까지 기후변화 적극대처를 약속해 온 글로벌 의류회사 H&M은 이 용어가 어떻게 정의되어야 하는지에 대해 이케아와 견해를 같이 한다. 이 회사도 통일된 글로벌 정의를 만들어야 한다는 유엔 행사에 참여했다.

H&M의 환경전략가 김 헬스트룀은 "우리는 기후변화 적극대처라는 용어에 입각해 전략을 세우고 있다”면서 “만일 이 용어의 뜻이 희석된다면 우리의 전략도 술에 물탄 듯 희석되고 말 것”이라고 우려했다.

"그것은 결코 기후 변화에 긍정적인 영향이 되지 못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