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최진홍 기자] 지난해 국내 수출 전선에 적신호가 들어온 가운데, 특히 반도체 업계의 우려가 커지고 있다. 그러나 올해에는 메모리 반도체를 중심으로 시장이 반등할 가능성이 높고 중국의 반도체 업황 호조도 점쳐진다. 일각에서 조심스러운 낙관론이 나오는 가운데 국내 업체는 다시 한 번 신발끈을 조여매는 분위기다.

수출 전선 ‘빨간불’

산업통산자원부는 1일 지난해 수출액을 집계하며 총 5424억1000만달러라고 발표했다. 전년 대비 10.3% 떨어진 수치며 2년 연속 수출액 6000만달러 달성에는 실패한 것으로 확인됐다. 11년 연속 흑자기조는 유지했으나 전반적인 성장 동력이 떨어지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미중 무역전쟁과 더불어 메모리 반도체 수퍼 사이클 종료가 국내 수출 전선에 큰 타격을 입힌 것으로 확인됐다. ‘중국, 반도체’라는 키워드에 집중해야 하는 이유다.

수출 감소세가 뚜렷해도 전체 수출 물량은 전년 대비 0.3% 증가해 약간의 희망은 보였으나 역시 중국을 중심으로 하는 반도체 수출 전선이 무너지고 있는 것은 사실로 보인다. 반도체 수출은 전년 대비 무려 25.9% 줄어든 939억3600만달러로 집계됐으며 여기에는 대중국 수출이 떨어진 것이 결정타를 날렸다.

중국, 그리고 반도체

국내 수출 전선이 다시 회복하려면 중국 반도체 시장의 모멘텀이 살아나야 한다는 것에 이견은 없다.

올해 중국 전체 경제에 대한 전망은 다소 부정적이다. 중국 국무원 산하 연구기관인 중국사회과학원은 자국 성장률을 6% 수준으로 예상했으며 이는 지난해 전망한 수치보다 소폭 내려갔다. 중국 지방정부와 기업의 방만한 운영으로 부채비율이 상당히 높아진 상태에서 중국 경제가 단기간에 반등할 가능성은 낮다는 것이 중론이다. 1단계 미중 무역합의는 이뤄졌으나 2단계 협상은 난관이 많다는 것도 불안요소다.

중국 경제상황을 반영하는 12월 차이신(財新) 제조업 구매관리자 지수(PMI)는 51.5에 머물며 전월의 51.8에서 0.3 포인트 떨어지기도 했다.

다만 글로벌 반도체 업계가 1분기를 기점으로 살아나는 한편, 중국의 반도체 업황도 상대적으로 한국에 유리한 상황을 연출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당장 올해 글로벌 반도체 업계는 바닥을 찍고 성장할 것으로 예상된다. 실제로 시장조사업체 가트너는 올해 글로벌 반도체 매출 규모를 4707억달러로 예상하며 전년 4183억원보다 소폭 올라갈 것으로 봤으며, 세계반도체무역통계기구(WSTS)도 올해 4330억달러 수준의 매출을 기대한다고 집계했다. 5G 상용화 및 다양한 서버향 재품들이 메모리 반도체 시장의 성장을 견인할 것으로 기대된다.

글로벌 반도체 업계가 1분기 반등에 돌입할 것이 확실시되는 가운데, 중국 반도체 업계도 자연스럽게 긍정적인 영향을 받을 전망이다.

중국이 메모리 반도체 국산화 작업에서 의미있는 성과를 거두지 못하는 가운데, 한국 반도체 업계의 손을 뿌리칠 수 없다는 현실적인 전망도 나오고 있다. 중국의 자체 로드맵이 탄력을 받고있지 못하기 때문이다. 실제로 블룸버그는 지난달 17일 현재 중국에서 50개가 넘는 대규모 반도체 사업이 추진되고 있으며 그 규모만 2430억달러에 달하지만, 주요 투자 주체인 중국 지방정부들의 재정난이 심해지는 한편 기술 격차를 메울 수 없어 고전을 면치 못하는 중이라고 보도했다.

미중 무역전쟁의 ‘잔불’은 여전하지만 역시 두 나라의 긴장이 완화되면 글로벌 반도체 서플라이 체인이 살아나 한국 반도체 업계의 호조세로 이어질 수 있다는 주장도 있다. 여기에 중국 정부가 1일부터 메모리 반도체 부품을 비롯해 총 850개 수입 품목을 두고 관세 인하에 나서는 등 전향적인 모습을 보이는 장면도 고무적이다.

일각에서는 문재인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 주석이 정상회담을 통해 사드(고고도배치미사일) 논란으로 얼어붙은 양국관계 개선에 새로운 대안을 제시한 만큼, 당장의 한한령 철회는 아니더라도 핵심 ICT 사업 전반에 대한 협력에 탄력이 붙을 수 있다는 말도 나온다.

▲ 국내 반도체 업계의 반등이 예상된다. 출처=삼성전자

국내 전자기업 ‘2020년 대비’

글로벌 반도체 업황 호조, 나아가 중국의 반도체 시장 기회 확대 가능성이 제기되며 국내 반도체 기업들도 유연한 대응을 위한 가능성 타진에 나서고 있다.

선택과 집중으로 요약된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8월부터 일부 생산라인 전환을 통해 반도체 품목 다각화에 나서는 한편 설비 투자를 통해 1분기를 대비하고 있다. 메모리 반도체는 물론 시스템 반도체의 파운드리 중심으로 전략을 재편하며 도래하는 ‘호기’를 놓치지 않겠다는 각오다.

SK하이닉스는 다소 보수적인 설비투자를 단행하면서도 이미지 센서 중심의 제품 라인업으로 소위 매출 다각화를 꾀하고 있다. 삼성전자와 달리 투자를 최소화하고 D램 감산에 들어가며 스펙트럼 확장에 나서고 있다는 분석이다.

업계에서는 한일 경제전쟁의 여파로 한국 반도체 인프라가 크게 휘청일 수 있다는 우려가 나왔지만, 이 역시 극복했다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이러한 체력을 바탕으로 올해 1분기 글로벌 및 중국 반도체 시장의 순풍을 잘 활용하면 의미있는 성과를 거둘 수 있다는 분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