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최진홍 기자] 국내를 대표하는 가전업계의 맞수인 삼성전자와 LG전자가 당분간 휴전모드에 들어간다. 지난해 다양한 분야에서 전면전에 가까운 난타전을 벌였으나 이제는 자의반, 타의반으로 서로를 향한 ‘디스전’을 멈출 전망이다.

▲ 용석우 삼성전자 영상디스플레이사업부 상무가 삼성 QLED 8K TV와 타사 OLED TV를 비교하고 있다. 출처=삼성전자

두 기업의 가장 유명한 충돌은 TV에서 불거졌다. 지난해 IFA 2019 당시 LG전자가 경쟁사인 삼성전자의 8KTV를 두고 CM(Color Modulation‧화질선명도) 문제를 제기하며 논란이 커졌다. 프리미엄 TV 시장에서 삼성전자의 QLED TV가 LG전자의 OLED TV를 점유율 측면에서 압도하자 TV 품질 문제를 제기하며 선제적 대응에 나섰다는 분석이 나온다.

삼성전자는 초반 대응하지 않는다는 방침을 정했으나 LG전자의 맹공이 이어지자 곧바로 반격했다. 당장 CM의 경우 1927년 만들어진 개념이며 지금은 큰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고 일축하는 한편 OLED TV의 번인 문제를 제기하며 역공에 나섰다.

서로 기술 설명회를 열어 경쟁사의 기술력을 비판하는 한편, 광고를 통한 장외 비방전도 벌어졌다. 실제로 LG전자는 지난해 9월 광고를 통해 자사의 OLED TV 기술력을 강조하는 한편 어떤 이름을 써도 OLED TV의 기술력은 따라올 수 없다는 점을 강조하기도 했다. 광고에는 삼성전자 QLED TV 명칭이 나오지 않지만, 누가 봐도 삼성전자의 TV 경쟁력을 ‘저격’하는 프레임으로 눈길을 끌었다. 이에 삼성전자는 OLED TV의 번인 문제를 다루는 영상을 유튜브에 제시해 맞불을 놨다.

현재 두 기업의 디스전은 공정거래위원회까지 휘말린 역대급 신경전으로 비화되는 중이다.

▲ LG전자 직원이 OLED-8K 기술설명회에서 8K QLED TV와 4K OLED TV 화질을 비교하고 있다. 출처=LG전자

두 기업의 대립은 여기서 끝나는 것이 아니다. LG전자가 건조기 불량 논란으로 홍역을 치르던 당시 삼성전자는 자사의 건조기인 그랑데의 기능을 강조하는 영상을 게시하며 LG전자 건조기 경쟁력에 문제가 있다는 점을 시사했고, 나아가 LG전자의 의류케어 기기인 스타일러를 비꼬는 영상까지 내보냈다.

최근에는 노트북으로 신경전이 번지기도 했다. LG전자는 자사의 노트북인 LG 그램 17 – gram을 유튜브를 통해 홍보하며 “설마 화질이 아직도 Full HD?", "이 정도 안 되면 노트든 북이든 접어야죠”라는 문구를 내보내 눈길을 끌었다. 사실상 QLED 풀HD(1920X1080) 디스플레이를 탑재한 삼성전자의 최신 노트북 '갤럭시북' 시리즈를 겨냥했다는 말이 나왔다. 일각에서는 LG전자가 갤럭시 폴드를 통해 ‘접는 스마트폰’을 출시한 삼성전자를 노트북과 연계해 교묘하게 디스했다는 말까지 나온다. LG전자는 아직 폴더블 스마트폰을 출시한 상태가 아니다.

두 기업의 치열한 공방전은 해를 넘겨도 계속될 가능성이 높지만, 당분간은 휴전 모드에 접어들 것으로 보인다.

가장 눈길을 끌던 TV 분야에 있어 자의반, 타의반 휴전이 예고되고 있다. 조만간 미국 라스베가스에서 열리는 CES 2020를 주관하는 미국소비자기술협회(CTA)가 상대 기업을 향한 비방을 금지한 상태기 때문이다. 이를 통해 두 기업 모두 필요이상의 비방전을 멈추는 쪽으로 선회했다는 말이 나온다.

최근 삼성전자가 논란이 되던 CM에서 기준을 충족한 점도 눈길을 끈다. 실제로 삼성전자는 2020년형 QLED 8K 전 제품에 대해‘8K 협회(8K Association)’로부터 8K 인증을 획득했다고 밝혔다. 2019년 라인업과 달리 2020년 라인업은 CM적 측면에서 기준을 통과했기 때문에 LG전자의 지난해 비판이 재연될 가능성은 사라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