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 전, 남대문에 본점을 둔 한 금융기관에서 상담 요청이 왔다. 사회공헌팀을 만든지 얼마 되지 않은 시점이다. 이들이 필요로 한 정보는 “은행이 사회공헌을 어떤 방식으로 하는 것이 효과적인가?”에 대한 상담이었다. 자본주의의 중심에 있는 금융기관이 사회공헌에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는 점에서 의미 있는 만남이었다.
여기서 ‘사회공헌’이란 기업이 수익 창출 이후에 사회 공헌 활동을 하는 것이 아니라 기업 활동 자체가 사회적 가치를 창출하면서 장기적으로는 경제적 수익을 추구할 수 있는 방향으로 이루어지는 행위를 말한다.
사례하나. 영국의 한 자선단체가 노숙자 문제를 해결해보려는 실험을 했다. 노숙자 14명을 뽑아서 1인당 약 500여 만원을 조건 없이 지원했다. 그 결과, 11명이 즉시 노숙생활을 청산했다. 그동안 영국 정부가 노숙자 1인당 지출한 복지예산만 매년 2000만원 수준이었다는 점을 감안하면 획기적인 결과였다.
하지만 언급한 사례처럼 그동안 NPO가 해왔던 사회공헌활동의 주체가 달라지고 있다. 최근의 흐름은 기업의 사회공헌 활동인 CSR(Corporate Social Responsibility)을 넘어 CSV(Creating Shared Value)로 발전하고 있다. 즉, 기업이 단순히 기부나 일회성 이벤트가 아닌 사회와 함께 고민하고 해결하는 참여형 사회공헌으로 나아가고 있는 것이다.
대표적인 CSV 기업으로는 네슬레가 있다. 동사는 저소득층 아이들의 영양결핍을 지원하기 위해 영양강화 제품을 개발했다. 더 나아가 커피농가에게 재배교육을 지원함으로써 더욱 질높은 커피원두를 얻을 수 있었다. 기업들이 CSV를 통해 사업에 투자해 얻은 이익보다 더 의미 있는 사회적 가치를 실현함으로써 새로운 이익을 창출하는 좋은 선례다.
최근들어 많은 기업들이 사회공헌 비즈니스모델에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 하지만 목적사업이 아니어서 내부인력으로는 아이디어에 한계가 있다. 이러한 CSV(Creating Shared Value)를 하려는 기업에 비즈니스모델을 제공해주는 전문가가 필요하다.
바로 ‘사회공헌전략컨설턴트’다.
우리나라에서 사회공헌이란 용어가 나타나기 시작한 때는 2002년쯤이다. 20년이 다돼 가지만 아직 이렇다 할 전문가가 거의 없다. 올해 SK 최태원 회장이 “사회적 공유가치를 통해 미래로 나아가자”는 메시지를 자주 던지고 있다. 그동안 소극적 사회공헌인 CSR 위주였던 대기업이 견인하는 만큼 올해가 본격적인 CSV의 원년이 될 가능성이 높다.
한국기업평판연구소 같은 일부 기관들이 사회공헌지수를 내 놓고 있어서 기업의 CSV는 소비자들에게 좋은 이미지를 심어줄 기회이기도 하다. 게다가 참여하는 임직원들의 애사심도 커지는 효과가 있고, 조직문화 혁신 등에도 영감을 얻을 수 있다.
한편 윤리소비 확산을 올해의 목표중 하나로 선정한 한국사회적기업진흥원은 다양한 방법으로 소비자들의 윤리소비를 견인할 것으로 보인다. 지금도 소비자의 58%가 “착한기업으로 인식한 회사의 제품을 사는데 상대적으로 더 많은 비용을 지불하더라도 주저 없이 지갑을 연다.”고 할 정도여서 CSV를 지향하는 기업은 그만큼 효과를 볼 가능성이 크다.
‘사회공헌전략컨설턴트’를 하려면 우선 사회적경제 기업으로 접근하는 것이 좋은 방법이다. 가장 좋은 조직은 사회적협동조합이 될 것 같다. 다양한 역량을 가진 전문가들이 모여 함께 CSV 비즈니스모델을 만들어 낸 다음, 기업에 제안하는 방법 등이 있겠다.
때로는 기업의 요청에 의해 개발된 모델이라도 자체적인 운영보다 전문기업에 위탁운영을 요청할 가능성도 있다. 소위 ‘제3자 경영모델’이다. 이 경우, 비영리기관이 유리할 수 있다. 2020년대에는 인구감소, 빈부격차, 환경공해 등 다양한 사회문제를 풀어갈 집단지혜가 필요한 시점이다. 그 중심에 사회공헌전략컨설턴트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