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전현수 기자] 지난 2018년 국내 콘솔 게임 시장 규모가 5000억원을 돌파한 것으로 나타났다. 전년 대비 41.5% 급증한 수치다. 규모 증가를 견인한 건 닌텐도 스위치의 발매와 인기 PC 패키지 게임의 콘솔 버전 출시 등으로 분석된다. 앞으로의 콘솔 게임 시장 규모는 넥슨, 엔씨소프트, 크래프톤, 펄어비스 등 주요 게임사들의 대작 콘솔 프로젝트의 성과에 영향을 받을 것으로 전망된다.

한국콘텐츠진흥원이 지난달 발간한 ‘2019 대한민국 게임백서’에 따르면 국내 콘솔 게임 시장은 지난 2016년부터 매년 두 자리수 성장을 기록하며 빠르게 커졌다. 2015년 1661억원에 불과하던 시장 규모는 2018년 5285억원을 기록하며 4년 사이 3배 이상 성장했다. 

▲ 국내 콘솔 게임 시장 규모. 출처=2019대한민국 게임백서

유통되는 콘솔 게임도 많아졌다. 2018년 콘솔용 게임에 진행된 등급분류 수는 전년 대비 12.4% 증가한 586건으로 집계됐다. 플랫폼 별로는 플레이스테이션4용 게임이 278건으로 가장 많았고 닌텐도 스위치용이 151건, 엑스박스원용 게임이 111건의 등급분류를 받았다. 그외 플레이스테이션 비타용 게임의 등급분류는 22건, 닌텐도 3DS용 게임은 3건 등을 기록했다. 

플레이스테이션4용 게임이 여전히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했지만, 성장세에서는 닌텐도 스위치가 앞섰다. 플레이스테이션4용 게임은 2017년 302건에서 278건으로 줄어든 반면, 닌텐도 스위치용 게임은 2017년 41건에서 151건으로 3배 늘었다.

‘닌텐도 스위치’ ‘배틀그라운드’ 국내 콘솔 시장 쌍끌이

▲ 닌텐도 스위치 이미지. 출처=닌텐도

한국콘텐츠진흥원은 닌텐도 스위치의 인기가 본격화되며 국내 콘솔 게임 시장 규모 증가를 견인했다고 분석했다. 지난 2017년 12월 출시된 닌텐도 스위치가 빠른 속도로 판매고를 늘려나간 한편, 닌텐도 스위치용 게임 타이틀 판매도 자연스럽게 늘어난 결과라는 것이다. 콘솔 게임 시장 규모에는 콘솔 게임기 판매액도 반영된다. 

닌텐도 스위치는 거치용 콘솔로도 활용할 수 있고, 휴대용으로도 즐길 수 있어 유연성을 높였다. 별도의 모니터가 있는 곳에 셋톱박스를 설치하고 즐겨야하는 기존 거치용 콘솔 게임기와의 차별화에 성공했다는 평이다. 게다가 성능도 이전 닌텐도 기기 보다 크게 높아져 고사양 트리플A(AAA) 게임의 구동도 가능해졌다. 또한 닌텐도의 대표 지식재산권(IP) ‘슈퍼마리오’ 게임들을 비롯해 ‘젤다의 전설’ 등 일부 대작 게임들이 매우 높은 평가를 받으며 게이머들의 호응을 이끌어냈다. 2019년 초엔 유저들이 꾸준히 요구해온 한글화 패치도 이루어졌다. 

펍지의 ‘배틀그라운드’ 열기도 시장 성장에 한 몫했다는 평이다. 지난 2017년 PC 플랫폼으로 먼저 등장한 배틀그라운드는 국내외 폭발적인 인기에 힘입어 2018년 9월 엑스박스원 버전, 같은해 12월 플레이스테이션4 버전으로 출시됐다. 엑스박스원 버전은 발매 이틀 만에 판매량이 100만장을 돌파했다. 배틀그라운드 IP 게임의 매출에서 콘솔 플랫폼이 차지하는 비중은 약 5~8%로 작은 편으로 파악된다. 그러나 기본적인 판매량 자체가 높기 때문에 국내 콘솔 시장 규모에 적지 않은 영향을 줬을 것으로 분석된다. 아울러 인기 PC온라인 게임 ‘테라’ 또한 지난 2018년 4월 엑스박스원과 플레이스테이션4 버전으로 각각 출시된 바 있다. 

콘솔 비중 4.3%…여전히 미미

▲ 2018년 국내 게임 플랫폼 시장 규모 및 점유율. 출처=2019대한민국 게임백서

2018년 국내 콘솔 게임 시장의 비중은 늘어났지만, 여전히 PC·모바일 플랫폼에 비해선 미미한 수준인 것으로 나타났다. 2018년 국내 전체 게임 시장에서 콘솔의 비중은 4.3%로 나타났다. 이는 전년 3.3%에서 1%포인트 증가한 수치다. 비중 순위 1위는 모바일 게임(53.7%), 2위는 PC게임(40.5%)로 나타났다. 아케이드 게임은 1.5%를 차지했다.

콘솔 게임 시장은 2019년 주춤했을 것으로 예상된다. 규모 증가의 주역인 닌텐도 스위치가 시장에서 자리를 잡으며 기기 판매 실적이 감소하고 게임 타이틀 구매도 안정화됐을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한국콘텐츠진흥원은 2019년 콘솔 게임 시장 매출을 전년 대비 3.4% 증가한 5467억원으로 전망했다. 이어 2020년엔 2.4% 감소한 5334억원, 2021년엔 다시 32% 반등해 7042억원을 기록할 것으로 내다봤다. 

국산 콘솔 '트리플A' 출격 시동

한국콘텐츠진흥원은 콘솔 게임 개발이 활성화된 점을 긍정적으로 언급했다. 최근 언리얼, 유니티 등의 유명 게임 엔진이 적극적으로 멀티 플랫폼 개발을 지원하기 시작했고, 콘솔 게임의 개발도 점차 쉬워지고 있다는 설명이다. 한국콘텐츠진흥원은 보고서를 통해 “이에 따라 소수 인디 게임 스튜디오를 중심으로 멀티 플랫폼 대응이 활성화되었으며 이제 그러한 움직임이 점점 더 확대되는 중”이라고 밝혔다.

▲ '카트라이더 드리프트' 인게임 이미지. 출처=넥슨
▲ 붉은사막 이미지. 출처=펄어비스

국내 주요 게임사들도 주요 신작을 멀티 플랫폼으로 준비하고 있는 상황이다. 넥슨은 자사 인기 IP ‘카트라이더’를 활용한 차기작 ‘카트라이더: 드리프트’를 엑스박스원 버전으로 우선 출시하고, PC, 모바일로 크로스 플레이를 지원할 계획이다. 배틀그라운드 신화의 주역 크래프톤은 2019년 로그라이크 RPG ‘미스트오버’를 내놨다. 2019년 검은사막으로 콘솔 플랫폼 진출에 성공한 펄어비스는 콘솔 신작 ‘플랜8’ ‘도깨비’ ‘붉은사막’ 등 오픈월드 MMO 슈팅부터 MMORPG 등 대작 3종을 공개하며 유저들의 기대감을 높이고 있다. 또한 엔씨소프트는 MMORPG ‘프로젝트TL‘을 콘솔 플랫폼용으로도 준비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한국콘텐츠진흥원은 “이러한 개발 프로젝트들이 원활히 진행되고 또 그 결과로 발매된 게임 타이틀들이 좋은 성과를 거둔다면, 한국 콘솔 게임 시장의 성장세가 더 오래 지속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