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출처=이미지투데이

[이코노믹리뷰=박자연 기자] 2020년을 맞으면서 식품업계가 연이어 가격 인상에 나섰다. 라면, 햄버거, 음료, 과자 등 소비자들이 가격 인상을 바로 체감할 수 있는 제품들이 그 대상이다. 이는 기업들이 연말과 연초에 소비자들이 지갑을 여는 시기를 노리고 가격을 올렸다는 지적이다. 또한 한 업체가 가격을 올리면 다른 업체가 따라서 가격을 인상할 수 있어 올해 물가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1일 업계에 따르면 농심은 작년을 기준으로 지난 27일 ‘둥지냉면’과 ‘생생우동’의 출고가를 인상했다. 둥지냉면 출고가는 8년 만에 12.1% 올랐고, 생생우동 출고가는 3년 만에 9.9% 인상됐다. 이는 소매 판매 가격으로 모두 200원가량 오른 수치다. 다만 다른 면류 제품 가격은 유지했다.

▲ 농심 생생우동. 출처=농심 홈페이지 캡쳐

음료 업체도 가격인상에 합류했다. 코카콜라는 같은 날 11개 품목의 출고가를 평균 5.8% 인상했다. 지난해 1월 출고가를 평균 4.8% 인상한 지 2년도 채 안 된 시점에서 또다시 가격 인상을 단행한 것이다. 코카콜라의 인상 품목은 전체 191개 중 11개 품목으로 인상폭은 전체 매출액 대비 1.3%대로 한정했다. 주요 품목별 인상률은 ‘코카콜라’ 250ml 캔 제품과 500ml 페트병 제품이 각각 4.8%, 1.5L제품이 5.0%, 캐나다드라이 5.2% 등이다.    

▲ 코카콜라 제로X스타워즈 라이즈 오브 스카이워커 스페셜 패키지. 출처=코카콜라코리아

마치 짠 듯이 햄버거 프랜차이즈 업계도 가격 인상에 동참했다.

같은 날 버거킹은 ‘와퍼’, ‘통새우와퍼’, ‘트러플머쉬룸와퍼’ 등 버거류 20종과 ‘21인치 치즈스틱’ 등 사이드 메뉴 6종, 음료 1종 등 모두 27종의 가격을 올린다고 밝혔다. 제품별 가격 인상 폭은 최소 100원에서 최대 300원으로 평균 인상률은 2.5%다. 이번 가격 인상으로 버거킹의 버거 세트 가격은 최대 1만500원까지 오를 것으로 보인다.

앞서 지난 19일에는 롯데리아가 버거와 디저트 등 26종(버거류 13종, 디저트류 6종, 드링크류 2종, 치킨류 5종)의 판매 가격을 올렸다. 이에 따라 ‘불고기버거’와 ‘새우버거’는 3800원에서 3900원으로 100원, 디저트류 ‘롱치즈스틱’은 1700원에서 1800원으로 100원 인상됐다. 평균 인상률 2.0%다. 우유는 1000원에서 1500원으로, 핫초코는 1500원에서 2000원으로 500원씩 올랐다. 

KFC도 최근 일부 메뉴에 대해 100~200원씩 가격을 올렸다. KFC의 대표메뉴인 핫크리스피·오리지널 치킨은 2017년 한 조각에 2200원이었지만 3년 연속 가격이 올라 현재 2500원이다. 징거버거는 같은 기간 4000원에서 4700원으로 올랐다.

CJ제일제당도 지난해 1월부터 햇반·어묵·장류 등 7개 제품 가격을 인상했다. 햇반(210g)을 1480원에서 1600원으로 올리는 등 평균 9% 인상했다. 햇반 컵반 스팸마요덮밥은 2980원에서 3180원으로 평균 6.8% 올랐다. 이어 4월에는 두부와 낫토 등 국산 콩으로 만든 두부 품목 가격을 평균 9.4% 인상했다. 이어 풀무원도 국산 콩으로 만든 두부 가격을 평균 5.6% 올린바 있다.

▲ 버거킹 와퍼. 출처=버거킹

업계는 가격 인상의 이유를 하나같이 ‘원재료’와 ‘인건비 상승’ 등 전반적인 제반비용의 상승으로 탓을 돌렸다. 주 52시간 근무제 도입과 최저임금이 7530원에서 8350원으로 인상되면서 인건비 부담이 크다고 호소해왔기 때문이다.

식품업계 관계자는 “가격인상은 원재료와 인건비 상승 등 전반적인 제반 비용 상승 부담으로 시행하는 것이 대부분의 이유”라며 “연말에 결산해보고 적자폭이 커질 경우 불가피하게 가격인상을 결정하는 경우도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이는 매년 연말 연초의 회식과 같이 매번 나타나는 업계 고질적인 관행으로 자리잡았다는 지적이다. 최저임금은 2018년 16.4%, 2019년 10.9% 인상됐지만, 2020년 최저임금은 이전에 비해 2.9% 오른 8590원이다. 2010년 이후 최저 수준의 인상폭이다.

특히 연말과 연초에 가격 인상이 잇따르면서 경쟁업체들이 새해부터 동시에 가격을 올릴 가능성도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실제로 버거킹이 가격 인상을 결정하기 6일 전인 지난 19일 이미 롯데리아도 버거와 디저트 등 26종의 가격을 평균 2% 인상했다. 지난 2018년 말에는 우유업계와 치킨업계가 일제히 가격을 올렸고 제과업계도 비슷한 시기 잇따라 가격을 올렸다. 일부 식음료 업체들이 가격 인상에 나서자 업계 후발 주자들도 줄줄이 가격 인상을 단행한 것이다.

또한 제조업체들이 소비가 증가하는 성수기를 노려 기습적으로 가격을 올린 것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매년 연말과 연초에 연례행사처럼 가격인상을 해왔기 때문이다. 지난 2018년 11월에는 농심이 새우깡·양파링 등 주요 스낵의 출고가를 평균 6.7% 올렸고, 팔도도 왕뚜껑과 비빔면 등 주요 라면 가격을 인상했다. 엔제리너스와 롯데리아 등도 새해가 오기 전 주요 제품 가격을 인상했기 때문이다.

이은희 인하대학교 소비자학과 교수는 “원자재 가격 등 가격 인상 요인은 모두에게 적용되기는 하나, 하나의 선두 업체가 가격 인상을 올리면 후발업체들도 연쇄적으로 가격을 따라 올릴 수밖에 없다”면서 “이는 곧 소비자들의 지갑을 여는 횟수와 마음 씀씀이가 소극적으로 변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