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김덕호 기자] 한화케미칼, 롯데케미칼 등 석유화학 빅 2가 2020년 1월 1일 각자의 통합 법인을 설립하고, 새로운 성장 전략을 펼친다. 사업 부문 및 계열사 합병을 통해 사업 영역 다각화와 사업 부문간 시너지 효과를 극대화한다는 계획이다. 

▲ 한화케미칼 CI

한화케미칼은 1월 1일부로 한화큐셀앤드첨단소재를 흡수합병하고, 한화솔루션이라는 새로운 법인으로 재탄생한다. 새로운 사명에는 에너지 및 소재산업 부문에서 새로운 해결책(솔루션)을 제시하겠다는 의미가 담겼다.

이번 통합은 핵심 사업인 석유·화학과 태양광, 첨단소재 부문 사업 역량을 융합, 계열사간 시너지 효과를 극대화 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에서 이뤄졌다. 특히 신성장동력으로 주목받는 '태양광' 부문에서는 기초 소재들을 자력 생산할 수 있고, 이를 통해 패널 제작과 판매, 기술개발에 이르는 전 과정을 수직계열화 할 수 있게 된다.

김승현 한화그룹 회장 장남 김동관 부사장이 본격적으로 화학업계에 진출하는 발판이기도 하다. 그는 한화솔루션의 핵심 직책인 전략부문장을 맡아 책임경영에 나선다. 태양광을 비롯해 석유화학, 소재 부문을 아우르는 중장기 전략을 수립하는 것이 과제다.

중국의 석유화학 자급률 상승, 첨단소재 및 자동차 산업 부진 등 악재를 타개하기 위해 사업구조 혁신, 소재 부문 강화, 스페셜티 제품군 확대에 나서고, 태양광 사업은 미래 신소재 개발, 유럽 및 일본 에너지 리테일사업(전력소매사업) 강화 등을 통해 차별화에 나설 계획이다.

한화 관계자는 “한화솔루션 출범을 앞두고 대내외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다”면서 “김 전무가 신시장 개척과 사업모델 혁신을 통해 한화솔루션의 글로벌 성장을 주도하는 핵심 역할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 롯데케미칼 CI

롯데케미칼도 자회사 롯데첨단소재를 1월 1일 합병한다. 이를 통해 전통적인 기초소재 범용제품(올레핀·아로마틱 등 화학제품)과 스페셜티(고부가 플라스틱) 등 첨단소재 분야로 사업 영역을 넓힌다.

롯데케미칼에 따르면 롯데첨단소재는 PC, 휴대폰 등 IT기기에사용되는 폴리카보네이트(PC)와 고부가 플라스틱(ABS), 기능성 스티로폼(EPS), 인조대리석, 이스톤 등의 양산 체제를 갖췄다. 이번 합병으로 롯데케미칼은 첨단소재 부문의 상공정과 하공정을 모두 수행하는 수직계열화 체제를 완비하게 됐다.

이를 위한 인적 준비도 마쳤다. 지난해 12월 이뤄진 정기 인사에서 통합될 롯데케미칼의 수장으로 김교현 화학BU장을 임명했다. 전통적인 영억 부문은 임병연 '기초소재사업' 대표가 담당하게 되고, 이영준 롯데첨단소재 전무는 부사장으로 승진하며 '첨단소재사업' 대표를 맡는다. 

▲ 롯데케미칼 여수공장

화학업계에서는 양사의 통합법인 전략은 중국 수요둔화와 자급률 증대, 수익성 악화 등 전통적인 사업 부문 시장 변화가 영향을 준 것으로 보고 있다. 규모의 경제가 전체 수익성을 좌우하는 설비산업의 특성상 미국·중국 업체와 범용재에서 경쟁하는 것은 한계라는 판단이다.

석유·화학 업종의 '슈퍼 사이클(초호황)' 종료도 소재, 태양광 사업 역량 강화의 배경이 됐다. 한화케미칼의 경우 지난해 3분기까지 누적 영업이익이 3483억원을 기록, 전년 대비 1019억원 적은 실적을 기록했다. 같은 기간 롯데케미칼의 영업이익은 전년의 절반 수준(9564억원)에 그쳤다.

화학업계 관계자는 "한화케미칼과 롯데케미칼 모두 2~3년 전 실적 대비 크게 낮은 수준의 수익률을 보이고 있다"라며 "설비산업의 특성상 새로운 성장 동력을 찾아 새로운 설비를 투자하는 것은 한계가 있고, 이에 사업 부문 역량 강화, 계열사간 시너지 효과 극대화로 경영의 방향을 잡은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