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이가영 기자] 국내 조선3사(현대중공업그룹·대우조선해양·삼성중공업)가 올해 수주목표 달성에 실패했다. 미중 무역분쟁에 따른 세계 경기 불확실성 확대 등의 영향으로 발주량이 줄어든 영향이다. 하지만 2020년부터 액화천연가스(LNG)선 등의 대형 프로젝트가 기다리고 있어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조선 3사, 수주목표 달성은 ‘실패’… IMO2020 관망세, 미중 무역분쟁 등 영향

업계에 따르면 조선 3사(현대중공업그룹·대우조선해양·삼성중공업)는 올해 총 259억8000만달러(한화 약 29조2360억원)의 수주 금액을 달성해 목표치인 320억7000만달러의 약 81% 달성에 성공했다. 

미·중 무역분쟁과 글로벌 경기부진, 국제해사기구(IMO)의 환경규제 강화 관망세 등에 따른 발주량 감소가 이어진 가운데, 연말 11월~12월 두 달간 55억달러의 수주 랠리가 이어지며 그나마 선방했다는 평가다. 

영국의 조선·해운 분석기관 클락슨리서치에 따르면 올해 1~11월 누적 기준 전 세계 선박 발주량은 2006만CGT(표준화물선 환산톤수)로 2017년 2519만CGT, 2018년 3172만CGT에 비해 적다. 지난해 발주량과 비교하면 1년 새 37%나 급감했다. 

가장 높은 실적을 기록한 곳은 삼성중공업이다. 총 71억달러를 수주하며 목표치 78억달러의 91%를 달성했다. 이는 조선 3사 중 목표치에 가장 근접한 성적으로, 지난해 실적 63억달러(77%)를 훌쩍 넘어서는 금액이다. 

선종별로 보면 액화천연가스(LNG)운반선 13척, 컨테이너선 6척, 원유운반선 16척, 석유화학제품운반선 2척, 특수선 1척, 부유식 원유생산저장하역설비(FPSO) 1기 등 총 39척이다.

대우조선해양은 최근 8900억원 규모 컨테이너선 6척을 수주, 막판 수주전에서 뒷심을 발휘했음에도 불구하고 목표 달성에는 아쉽게 실패했다. 총 39척, 68억8000만달러를 수주해 목표액 83억7000만달러의 82%를 달성했다. 지난해 수주 목표 73억달러의 약 93%(68억1000만달러)를 달성한 것과 비교할 경우 현저히 줄어든 수치다. 

선종별로 보면 LNG운반선 10척, 초대형 원유운반선 10척, 컨테이너선 11척, 초대형 LPG운반선 2척, 잠수함 5척(창정비 1척 포함), 해양플랜트 1기 등 총 39척을 수주했다. 

다만, 대우조선해양은 수주 실적은 저조한 가운데서도 12월 13일 미국 에너지 회사 셰브론으로부터 5년 만에 해양플랜트를 수주해 해양설비 사업에서 부활의 뱃고동을 울렸다. 

현대중공업그룹은 올해 누적 135척, 120억달러를 수주하며 연간 연간 수주목표량인 159억달러의 75%를 달성에 그쳤다. 12월에만 총 24척, 약 22억달러 규모의 선박 수주 계약을 체결하며 수주행진을 이어왔지만, 최종 목표 달성엔 실패한 모양새다. 

선종별로 살펴보면 컨테이너선 22척, 유조선 65척, 벌크선 4척, LNG선 23척, LPG선 17척, 기타 3척, 특수선 1척 등이다. 

조선업계 관계자는 “지난 10월까지만 하더라도 조선 3사의 수주금액이 올해 목표치의 60%를 겨우 웃도는 수준에 그쳤었다. 그러나 통상 선박 발주의 20% 가량이 연말에 몰리는 경향이 있어 올해도 80%는 넘길 수 있었던 것으로 보고 있다”고 분석했다.

▲ 연간 상선 발주 추이. 출처=현대차증권

2020년 국내 조선업 ‘볕’들까… IMO2020·대형 프로젝트 등 ‘호재’

조선업계가 올해 목표달성에는 실패했다지만 분위기는 크게 나쁘지 않다. 2020년 조선 업황이 올해보다 좋아질 것으로 예측돼서다. 특히, 내년 ‘국제해사기구(IMO)’ 2020 환경규제 시행으로 국내 조선사들이 주력으로 삼는 LNG선 등의 선종 발주가 계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또한 전세계 LNG 소비가 빠르게 증가하면서 선박 수요 또한 증가해 2020년 이후 연평균 50척 정도의 LNG선박 발주가 필요할 것으로 전망된다. IEA가 발표한 ‘Gas 2019’에 따르면 전세계 LNG 시장은 2024년까지 연평균 4%의 성장을 이어나갈 것으로 관측된다. 

실제 업계에 따르면 지난 7월 기준 총 20개였던 건설중인 LNG 프로젝트는 10월 기준 러시아 아크틱(Arctic) 프로젝트가 추가되면서 22개로 늘어났다. 

우선 카타르 카타르페트롤리엄(QP)은 노스필드 가스전 확장사업을 추진하며 최소 40척의 LNG운반선을 발주할 예정이다. 사우디 아람코와 국영 해운선사 바흐리가 미국산 LNG 수입 증대를 위해 12척의 LNG선 발주에 나섰다. 미국 에너지업체 아나다코 역시 모잠비크 LNG가스전 개발 프로젝트를 통해 15척 안팎의 LNG운반선도 발주할 전망이다. 

업계에서는 카타르, 모잠비크, 골든패스, 아틱 등 4개의 프로젝트에서 예상되는 발주 규모만 90척 가량으로 보고 있다. 여기에 아크틱 프로젝트(총 17척 예정)까지 더해지면서 필요한 선박은 154척에 달할 전망이다. 

이에 조선업계와 금융투자업계는 내년도 국내 조선 시황이 개선될 것이라는 데 공통적으로 뜻을 모은다. 

박무현 하나금융투자 애널리스트는 “내년 주요 상선의 발주량은 588척으로 올해 예상 발주량 496척보다 18.5% 늘어날 것”이라며 “탱커와 LNG선, 컨테이너선 중심으로 채워진 조선업수주잔량을 고려하면 2020년에도 한국 조선업 영업실적은 견조한 성장이 예상된다”고 예측했다. 

이봉진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내년 발주량은 올해보다 크게 늘어 2018년 수준은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내년 LNG선 발주는 2018년 수준을 넘어설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어 “카타르, 모잠비크, 미국 등 다양한 에너지 프로젝트에서 내년에 발주될 LNG 운반선만 90척으로 이 중 대부분을 대형 조선 3사가 수주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조선업계 관계자는 “내년에는 모잠비크·카타르 등 대형 LNG선 프로젝트가 기다리고 있기에 업황 개선이 기대된다”며 “그간 국내 조선업계가 LNG선 등 고부가가치선에 집중해 온 만큼 LNG 관련 대형 프로젝트 발주를 싹쓸이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