늦춰진 북한의 크리스마스 선물

지난 12월 초, 북한 리태성 외무성 부상이 담화를 통해 “크리스마스 선물이 무엇일지는 미국의 결정이 달려있다”며 의미심장한 발언을 했다. 한국은 물론, 미국이 발칵 뒤집혔다. 미국과의 협상기한으로 독자적으로 정한 12월까지 미국과 협상이 이뤄지지 않으면, 북한이 오히려 크리스마스 선물을 제공하겠다는 의사를 표현했기 때문이다.

6개월 전인 지난 6월 30일, 판문점에서 트럼프 대통령과 깜짝 회동을 한 김정은 국무 위원장. 그때만 해도, 북미 관계는 전향적인 상황으로 전개될 것으로 예상되었다.

하지만 북미관계는 6개월째 진전이 없었고, 급기야 5개월 만에 ‘크리스마스 선물’ 발언까지 나온 것이다. 발언 이후, 북미관계는 급속히 냉각되었고, 한반도의 긴장 분위기는 전쟁 직전 상황으로 고조되었다. 이와 함께, 스티븐 비건 미국 국무부 부장관 내정자의 방한과 베이징 방문, 트럼프 대통령의 ‘예의주시’ 발언 등이 뒤를 이었다. ‘크리스마스 선물’이 무력 도발일 것이라는 전망과 함께, 지난해 연말부터는 아예 한반도 상공에는 미군 정찰기가 계속해서 경계 근무에 나서기 시작했다. 북한 전역을 감시할 수 있는 전혀 다른 종류의 정찰기들이 끊임없이 비행에 나선 것이다. 미국 정찰기들의 주목적은 북한 미사일 기지, 야전군의 기동, 해안포 및 장사정포 기지 관찰.

과거 미군의 대북 감시 시간은 20-22시간 정도. 하지만 현재는 24시간 감시 상태. 미군의 방위 태세는 과거 북폭 준비 상황을 떠올리는 수준. 미군은 1994년 북핵 위기 당시 한국에 알리지 않은 채 정보 분석 요원들을 대거 입국시켜 북폭을 준비했었다.

 

북한 당 중앙위원회 제7기 제5차전원회의

‘크리스마스 선물’은 제공하지 않았지만, 북한은 지난 해 연말부터 이례적인 상황을 만들었다. 지난 12월 29일 토요일, 당 중앙위원회 제7기 제5차 전원회의를 개최한 것이다. 그런데 이 회의가 하루에 그치지 않고, 31일 화요일까지 3일째 이어진 것이다.

다른 사회주의 국가들처럼, 북한의 핵심적 결정은 노동당(다른 나라들은 공산당)에 의해 이뤄진다. 이런 북한에서, 가장 큰 권한을 지닌 것이 바로 당의 주요 대표들로 형성된 전원회의이다. 따라서 전원회의는 북한의 가장 권위 있는 정책결정기구이다.

조선중앙방송은 지난해 12월 28일 일요일에 시작된 전원회의가 31일 화요일까지 “계속 된다”고 전했다. 북한문제 전문가들은 김정은 위원장이 신년사를 준비해야 하므로, 늦어도 30일 월요일까지 이틀간 전원회의가 지속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렇지만 전문가들의 예상과 달리, 제7기 제5차 전원회의는 세밑 12월 31일까지 계속됐다.

조선중앙방송은 “조선노동당 위원장 동지께서는 전원회의에서 7시간이라는 오랜 시간에 걸쳐 조선노동당 중앙위원회 사업정형과 국가건설, 경제발전, 무력건설과 관련한 종합적인 보고를 하셨다”고 전하며, 김 위원장이 “나라의 자주권과 안전을 철저히 보장하기 위한 적극적이며 공세적인 정치외교 및 군사적 대응조치들을 준비할 데 대하여” 보고했다고 전했다. 사흘째 이어진 제7기 제5차 전원회의. 회의 귀추가 주목된다.

 

갑자기 떠오른 트럼프 대통령 인기 순위

지난 12월 30일 월요일, 미국 언론은 이례적인 여론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여론조사기관 갤럽이 공개 설문조사한 ‘2020년 미국인이 가장 존경하는 남성’ 순위를 공개한 것이다. 1위는 각각 18%의 지지율을 획득한 트럼프 대통령과 오바마 전 대통령.

미국인들이 가장 존경한 남성 10명에는 트럼프 대통령과 오바마 전 대통령 외에, 지미 카터 전 대통령,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 빌 게이츠 MS 창업자, 프란치스코 교황, 버니 샌더스 상원의원, 애덤 시프 하원 정보위원장, 달라이 라마, 워런 버핏 버크셔해서웨이 회장이 꼽혔다. 정재계는 물론 종교인까지 아우르는 다양한 인물들이다.

오바마 전 대통령이 ‘가장 존경받는 남성’ 1위에 이름을 올린 것은 이번까지 12번째. 12번째 1위 기록은 드와이트 아이젠하워 전 대통령이 세운 이 분야 최고 기록과 같은 기록. 오바마 전 대통령은 지난 2010년부터 이 부분에서 줄곧 1위를 지켜왔다.

반면 트럼프 대통령이 ‘가장 존경받는 남성’ 1위에 오른 것은 이번이 처음. 갤럽이 1948년 관련 여론조사를 시작한 이래 72차례 중 58차례가 현직 대통령이 1위에 올랐다. 임기의 마지막 해를 맞는 트럼프 대통령의 1위 소식은 여러 모로 의미가 있다.

무엇보다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미국 언론의 태도가 변했다는 사실. 트럼프 대통령에 대해 비판 일변도였던 미국 언론은 갤럽 조사 결과를 촌평 없이 보도했다. 경제 회복과 국제 문제에서 미국의 영향력을 과시한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국민 평가를 무시할 수 없었던 탓일 수도 있고, 차기 대선에 대한 전망을 포함한 것일 수도 있다.

 

트럼프 대통령 집권 2기의 핫이슈 북한 문제

지난 12월 30일, 차기 미국 민주당 대권 선두 주자 조 바이든 전 부통령은 자신이 당선되면, 오바마 전 대통령을 연방 대법관 자리에 앉히겠다고 밝혔다. 대통령 출신 연방 대법관 전례가 없는 것은 아니다. 제27대 대통령 윌리엄 태프트는 전 대통령으로서는 처음 퇴임 이후 1921년부터 1930년까지 대법원장을 지냈다. 가능한 일이다.

바이든 전 부통령이 오바마 향수를 불러일으키는 것에서 확인할 수 있는 사실은 차기 대통령 선거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바이든 부통령을 포함한 민주당 후보들이 넘볼 수 없는 확고한 지지율을 확보하고 있다는 점. 따라서 미국의 대외 정책은 지난 3년과 마찬가지로 향후 5년 내내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 북한 비핵화원칙도 마찬가지다.

한편 북한의 ‘크리스마스 선물’이 공개되지 않는 지난 12월 27일 금요일, 미국 국방부는 북한이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생일 2020년 1월 8일, 혹은 김정일 전 국방위원장의 생일 2월 16일에 도발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크리스마스 선물’을 언급한 북한에 대해서, 미국은 2020년 벽두 북한의 선물이 당도할 수 있다고 예측한 것이다.

이런 가운데, 지난 12월 31일 화요일 AP통신은 북한 문제가 트럼프 대통령의 재선이 확실해질 때까지 늦춰질 수 있다는 보도를 내보냈다. 10개월 남은 2020년 11월 3일 미국 대통령 선거. 트럼프 대통령은 재선을 위한 국내 정치에 주력할 것이라는 뜻이다. 따라서 대통령 선거를 위해서 총력을 기울일 트럼프 대통령은 선 비핵화 조치, 후 경제제재 해제의 원칙을 고수할 가능성이 높다. 따라서 북한의 뒤늦은 ‘크리스마스 선물’은 트럼프 대통령의 반사적 결단을 초래할 수 있다. 지금 한반도 위기 상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