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최진홍 기자] 한 때 글로벌 디바이스 업계의 '애물단지'로 취급되던 웨어러블이 화려하게 부활하고 있다. 나아가 고가의 스마트워치 중심의 시장이 완전히 자리를 잡은 가운데 히어러블의 시대가 도래하고 있어 눈길을 끈다. 여기에는 인공지능 등 다양한 전략적 포석이 깔려있다는 평가다.

▲ 에어팟이 보인다. 출처=애플

애플이 쏘아올린 공
글로벌 스마트워치 시장의 최강자로 군림하고 있는 애플은, 히어러블 시장에서도 승승장구 1위의 자리를 지키고 있다. 여기에는 에어팟 돌풍이 큰 역할을 했다는 평가다. 애플의 3분기 전체 웨어러블 제품 출하량은 8450만대로 집계되며, 2019년 전체로 보면 189억달러다. 여기에서 에어팟 매출은 3분의 1에 달하는 60억달러로 확인됐다.

에어팟은 2016년 9월 아이폰7과 함께 최초 등장했으며 오픈형으로 제작됐다. 가격은 21만9000원, 무게는 4g이다. 무선 이어폰 점유율 50% 이상을 차지하고 있으며, 애플은 스마트워치 최강자 애플워치까지 품은 상태에서 글로벌 웨어러블 시장 전체를 호령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삼성전자는 3월 갤럭시 버즈로 무선 이어폰 시장 공략의 시작을 알렸다. 15만9500원이며 커널형으로 제작됐다. 색상도 블루와 화이트, 옐로로 꾸며져 에어팟과 비교하면 선택지가 다양한 편이다. 기능은 이미 인정받았다. 컨슈머리포트 평가 결과 음질 평가에선 유일하게 '엑설런트(Excellent)' 등급을 받아 1위에 올랐다. 아마존도 최근 재미있는 행보를 보이고 있다. 에코 버즈가 주인공이다. 보스(Bose)의 노이즈 캔슬링 기술을 지원하며 역시 알렉사와 호환이 된다. 알렉사 앱에서 음성 명령으로 마이크를 끌 수 있는 기능도 지원된다. 가격은 129.99달러다.

LG전자도 기지개를 켜고 있다. 2010년 처음 등장한 넷밴드형 블루투스 이어폰 톤플러스의 후속작인 톤플러스 프리를 지난 1일 출시했다. 톤플러스의 경우 넥밴드형으로 블루투스와 호환되지만 기기와 귀를 연결하는 '라인'이 있었다는 것을 고려하면, 톤플러스 프리는 LG전자의 첫 무선 이어폰인 셈이다. 일종의 프리미엄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 명품 오디오 제조사 메리디안 오디오(Meridian Audio)의 신호처리 기술과 고도화된 튜닝 기술(EQ, Equalizer)을 적용했다는 설명이다.

히어러블 시장의 폭발적인 성장에는 각 제조사들의 노림수가 있다는 것이 정설이다. 라몬 라마스 IDC 웨어러블 연구 책임자는 "제조사들이 이어폰 단자를 제거하면서 무선 이어폰 시장이 급성장했다"며 "가격이 20% 이상 크게 떨어진 것도 시장 확대의 또다른 요인"이라고 설명했다.

가트너는 “2020년 기준 8600만 대의 스마트워치, 7000만 대의 히어러블 디바이스가 출하될 가능성이 높다”면서 “애플(에어팟), 삼성(갤럭시 버즈), 샤오미(에어닷), 보스(사운드 스포츠)와 더불어 아마존까지 히어러블 웨어러블 시장에 진입해 경쟁이 치열하게 벌어질 전망”이라고 강조했다. 여기에 뉴히어라(Nuheara), 마이크로소프트(Microsoft), 스타키(Starkey) 등 기타 경쟁 업체들은 향상된 음질을 제공하고 의사의 처방 없이도 청력을 향상시킬 수 있는 디바이스를 선보이는 등 수요를 이끄는 매력적인 제품을 내놓고 있다는 설명이다. IDC의 3분기 디바이스 출하량만 봐도 히어러블 제품의 점유율은 빠르게 상승하고 있다.

▲ 히어러블의 행보에 시선이 집중된다. 출처=갈무리

히어러블, 웨어러블의 강점과 데이터 눈길
웨어러블, 특히 히어러블이 부상하는 이유는 다양하다. 특히 인공지능 등 다양한 사용자 경험의 정지작업이라는 주장에 시선이 집중된다.

최근 다수의 인공지능 기업들은 스마트 스피커를 통해 자사 생태계를 확장하고 있다. 여기서 초연결 생태계의 핵심은 음성 인터페이스다. 물론 시각 인터페이스를 비롯한 다양한 전략이 수반되고 있으나 아직은 음성, 즉 보이스에 한정된 인공지능 사용자 경험이 대세로 부각된다.

이런 상황은 히어러블에 유리하다. 업계에서는 각 제조사의 인공지능 전략이 스마트폰에 탑재되며, 조만간 무선 이어폰 디바이스에도 비슷한 충돌이 벌어질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삼성전자의 빅스비 생태계가 갤럭시 스마트폰과 스마트워치를 비롯해 갤럭시 버즈에 스며들고, 애플의 시리 생태계가 아이폰은 물론 에어팟2를 묶는 방식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생체 데이터를 확보하는 웨어러블 특유의 존재감이 히어러블에 아직 도입될 기미는 보이지 않는다. 다만 이와 관련된 다양한 논의가 2020년 벌어질 가능성이 높으며, 업계가 주목해야 할 포인트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