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최진홍 기자] 구글 알파고와 이세돌 9단이 벌인 세기의 대국이 여전히 글로벌 ICT 업계에서 회자되는 가운데, 2020년에는 본격적인 인공지능(AI) 시대가 개화할 전망이다. 특히 민간은 물론 국가 이니셔티브 차원에서 힘있는 전략이 다수 공개될 가능성이 높아 눈길을 끈다.

▲ 알파고와 이세돌 9단의 대국. 출처=구글

인공지능의 시대, 2020년은?
2010년대는 인공지능 전성시대로 봐도 무방하다. 모든 ICT 기업들이 '인공지능 퍼스트'를 외치며 다양한 가능성을 타진했으며, 이와 관련해 초연결 사물인터넷과의 만남과 클라우드 및 빅데이터 플랫폼의 연계 플레이도 눈부시게 벌어졌다. 이러한 흐름은 스마트홈의 시대와 맞물리며 생활밀착형 플랫폼으로 발전하고 있다. 특히 5G의 등장으로 인공지능 상용화에 대한 가능성도 높아지는 중이다.

미국 스탠퍼드대 인간중심인공지능연구소(HAI)가 맥킨지와 공동으로 작성한 인공지능 인덱스 2019에 따르면, 현재 인공지능 기술의 발전은 상당히 빨라지고 있다. 특히 2012년을 전후로 인공지능의 성능 향상 속도는 3.4개월에 두 배씩 늘어나고 있다는 설명이다. 자연스럽게 인공지능 알고리즘을 효율적이고 빠르게 교육할 수 있는 여건이 만들어지고 있으며 당연히 비용도 줄어들고 있다. 인공지능 대중화 시대가 성큼 다가온 셈이다.

물론 현재의 인공지능 기술이 완벽한 것은 아니며, 2020년이 된다고 갑작스러운 '강 인공지능 시대'가 펼쳐질 가능성은 낮다. 우리는 이제 막 약 인공지능의 초입에 들어섰으며, 일종의 신참자에 불과하다고 보는 게 맞기 때문이다. 

실제로 옥스퍼드 대학교 인류미래연구소(Future of Humanity Institute)의 카티야 그레이스(Katja Grace) 연구진이 세계 최고의 석학들에게 “인공지능이 인류를 뛰어넘는 시기는 언제일까?”라는 질문을 던지자 “인류의 일자리가 완전히 인공지능에 넘어가는 시기가 20년 내 찾아올 것”라고 답한 사람은 10%에 불과했다.

인공지능 기술력이 아직 인간의 방향설정이 필요하고, 특화된 점에서만 작동되는 점도 눈길을 끈다. 환자의 정서적 안정을 돕는 로봇 파로, 강아지 형태로 감정교류를 위해 탄생한 소니의 아이보, 소프트뱅크가 개발한 페퍼는 요양원을 비롯해 다양한 의료환경에서 환자들과 만나고 있으나 정해진 알고리즘에서만 작동할 뿐이다. 

▲ 인공지능 작가 쉘리의 홈페이지. 출처=갈무리

뉴욕 로펌에서 실제로 변호사로 근무한 IBM의 인공지능 변호사인 로스도 인간의 도움이 없다면 업무를 볼 수 없으며 이는 인공지능 작곡가 야머스, 인공지능 작가 쉘리도 마찬가지다. 홍콩의 투자 금융회사 딥 놀리지 벤처스(Deep Knowledge Ventures)는 생명과학, 암 연구, 노화방지 등의 분야에 투자하는 인공지능 이사인 바이탈을 공개해 신선한 충격을 안겼으나 이 역시 아직은 인간의 영역과 연결되어 있다. 냉정하게 말해 구글 알파고는 ‘바둑을 엄청나게 잘 두는 인공지능’에 불과하다.

인공지능 기술력이 빠르게 강화되고 있으나 명백한 한계도 보인다는 뜻이다. 그러나 2020년에는 이를 개선하기 위한 다양한 전략이 가동될 전망이다. 그 연장선에서 스마트홈과 자율주행차를 연결하는 큰 그림이 다수 공개될 수 있다. 내년 1월 미국에서 열리는 CES 2020에서 이와 관련된 청사진을 확인할 수 있을 전망이다.

▲ 인공지능 기술이 들어간 미군함이 보인다. 출처=갈무리

국가경쟁 치열
2020년 인공지능 업계는 마이크로소프트 및 구글 등 실리콘밸리 기업의 강세속에서 국가와 국가의 대결도 주요 관전 포인트로 꼽힌다.

미국은 이미 민간기업을 중심으로 인공지능 생태계를 조성한 경험이 있다. 여기에 개방형 생태계를 이입해 누구나 참여할 수 있고 누구나 생태계에 기여할 수 있는 길을 열어두는 방식으로 인공지능 시대를 개척할 것으로 보인다. 그 연장선에서 미국 정부는 지난 6월 인공지능 이니셔티브를 통해 인공지능과 관련된 연구개발을 공개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았다. 정부기관의 성과를 민간기업이 확인하고 서로 기술을 공유하는 것이 골자다.

이를 통해 시장을 개척하면서, 후발주자에게는 개방형 생태계의 '달콤한 맛'을 내세워 일종의 종속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중국은 스마트제조 2025의 큰 틀 안에서 자국의 특기인 제조업과 인공지능의 만남을 추구할 가능성이 높다. 즉 소프트웨어적 측면에 치우친 것이 아니라 현실의 오프라인 제조 현장과 인공지능의 만남을 유도해 다양한 가능성을 타진하는 방식이다. 스마트팩토리 등 초연결 생태계가 구축된 산업현장에서 중국의 인공지능이 발전할 개연성이 높다.

여기에 중국 정부는 차세대 인공지능 발전계획 등 장기적인 플랜을 통해 2020년을 생태계 성장의 원년으로 삼을 전망이다. 미국의 인공지능 생태계에 종속되지 않는다는 전제에서 이를 비슷하게 모방하는 한편, 방대한 내수시장을 통해 안정적인 성장을 꾀할 것으로 보인다. 물론 정부 주도의 다양한 플랜을 통해 민간기업의 잠재력을 키우고 막강한 투자를 단행하는 작업도 이어질 전망이다.

한편 한국의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지난 29일 국내 인공지능 허브 사업에 2020년 기준 761억원을 투입, 다양한 생태계를 창출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인공지능 학습용 데이터 구축·개발 규모를 올해의 2배인 20종류 6000만건으로 확대하는 한편 고성능 컴퓨팅 자원도 올해보다 4배 이상 확보한다는 방침이다.

한국 정부는 지난 17일 범정부 인공지능 국가전략을 발표하기도 했다. 모든 산업에 인공지능을 덧대는 방식이며 이는 조선 및 가전, 소재, 자율주행차를 망라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