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누카(Hanukkah)는 기원전 2세기 유대인들이 그리스 신을 믿으라고 강요하고 유대교 의식을 금지한 것에 대항해서 예루살렘의 성전을 탈환한 것을 기념하는 유대교 명절이다.

예루살렘 성전을 탈환했을 때 성전의 등불을 밝힐 기름이 하룻밤 분량밖에 없었으나 신기하게도 무려 8일동안 등불은 꺼지지 않았고 이 기적 때문에 하누카는 종종 빛의 축제라고도 불린다.

하누카 명절은 히브리력의 아홉 번째 달인 키슬레브 25일에 시작해 8일 동안 계속되며 이 기간동안 가지가 아홉 개인 촛대 ‘메노라’(menorah)에 하루에 하나씩 불을 밝힌다.

하누카는 유대교 명절중에서는 유대인들의 이집트 탈출을 기념하는 유월절(패스오버, Passover)에 비해서는 중요도가 낮았지만 20세기에 접어들며 미국이나 유럽으로 이주한 유대인들이 크리스마스 기간과 비슷하게 겹치는 하누카를 성대하게 기념하기 시작하면서 유대인들의 축제로 알려지게 됐다.

2019년 하누카 축제 기간은 크리스마스를 포함하는 12월 22일부터 12월 30일까지였다.

그런데 12월 28일 하누카 명절 행사가 한창인 뉴욕의 한 주택에 복면을 한 괴한이 들이닥쳐 나무를 자르는데 사용되는 대형 칼인 마체테를 휘둘러 5명이 심각하게 다치는 사고가 발생했다.

▲ 하누카는 서기전 165년경, 하스몬(Hasmonaeans) 가문의 제사장 마타티아스(Mattathias)의 네 아들이 혁명을 일으켜, 팔레스타인을 지배하던 시리아계 그리스인 안티오코스 4세(Antiochus IV Epiphanes)를 물리치고 이스라엘 민족의 성지인 예루살렘 성전을 탈환한 마카바이오스 전쟁을 기념하는 날이다.

사고가 발생한 곳은 유대교 종교지도자인 랍비의 집으로 당시 100여명이 넘는 사람들이 하누카를 기념해서 모여 있었으며 부상당한 사람중에는 랍비의 아들도 포함됐다.

집안에 있던 사람들이 가구를 던지는 등 저항을 하면서 괴한은 차를 몰고 도망쳤는데 맨해튼에서 다리를 건너다가 붙잡혔다. 부상당한 사람들의 피로 얼룩진 옷을 입고 있었다고 한다.

범인은 즉각 붙잡혔지만 범행의 동기나 대상 등은 아직 공개되지 않은 가운데 범인측은 유대인을 공격한 것이 아니라 정신 질환이 있다면서 무죄를 주장하고 있다.

범인이 잡혔음에도 랍비의 집이 공격 대상이 됐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뉴욕과 인근 지역의 유대인들은 큰 불안감에 시달리고 있다.

이번 사건이 유대인을 겨냥한 첫 범죄가 아닌데다 올해 연말에 유대인을 특정지어서 공격한 범죄가 잇따라 발생한 때문이다.

뉴욕과 가까운 뉴저지의 저지시티에서 한 괴한이 유대교 식품을 파는 슈퍼마켓에 총기를 난사해 장보고 있던 사람 3명과 경찰 1명이 사망하는 사고가 12월초에 발생했다.

유대교 식품점 옆에는 작은 유대교 회당과 유대교 학교가 있었으며 학교내에는 수십명의 어린이들이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또 브루클린에서는 30대 여성이 지나가던 유대인 여성의 얼굴과 머리를 공격해서 경찰에 입건됐다가 풀려나자마자 다른 유대인 여성을 또 공격한 일도 알려졌다.

플로리다에서 뉴욕을 방문한 남성은 맨해튼 미드타운에서 길을 가던 유대인 남성에게 욕설을 퍼붓고 공격을 하다가 경찰에 잡히기도 했다.

이들 무차별 공격의 대상이 되는 것은 여러 유대교 종파가운데 주로 종교적으로 보수적인 것으로 알려져있는 정통파 유대교(Orthdox Judaism) 신자들로 이들은 검은색으로 통일한 상의와 하의, 검은색 모자와 길게 기른 수염 등으로 인해서 확연히 외모에서 유대인임을 알 수 있기 때문이다.

또 이들은 한 지역에 모여서 거주하면서 자신들의 상점과 학교, 예배당을 만들어 생활하는데 이 과정에서 다른 주민들과 확연히 다른 옷차림과 생활습관 등으로 인해서 쉽게 알아챌 수 있다.

뉴욕 경찰은 유대인 주민들이 많이 사는 지역에 경찰 배치를 늘리고 보안을 강화하겠다고 밝혔지만 일부 유대인들은 보안 강화로 문제가 해결될 수준을 넘어섰다고 불안해하고 있다.

이들은 유대인들에 대한 공격이나 폭력이 언론에 보도되는 것보다 훨씬 많지만 많은 사람들이 이를 신고했다가 보복이나 앙갚음을 당할까 두려워서 신고를 하지 않거나 인터넷 등의 IT에 익숙지 않아서 소셜미디어 등을 통해 이를 공개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고 설명한다.

괴한의 공격을 당했던 랍비는 다음날 마을 주민들과 함께 종교 행사를 가지면서 어둠속에는 항상 빛이 있다며 사고에도 불구하고 사망한 사람이 없다며 하누카의 기적을 설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