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等式(Sign Equality)76-33, 162×130㎝ Oil on canvas, 1976

한국미술에 대한 고조된 분위기를 타고 작가는 상하이 SPSI 미술관에서 열린 《텅빈 충만》(2013), 파리 페로탱 갤러리에서 열린 《오리진》(2016), 도쿄 오페라시립 미술갤러리에서 열린 《한국 추상회화 단색화에 있어서 리듬》(2017) 등의 초대전에 참여해왔고, 도쿄갤러리(2000), 페이지 갤러리(2015,2019), 대구 신라갤러리(2017) 등의 개인전을 개최해왔다.

그동안 재직해오던 홍익대를 정년퇴임하고 희수(喜壽)까지 넘긴 작가이지만 창작에 관한 열의는 좀처럼 식을 줄 모른다. 소소한 병치레로 몇 차례 위기를 맞는 등 고생을 한 적이 있지만 병에 굴복할 만큼 의지가 약한 그가 아니다. 노경에 접어들었음에도 불구하고 지금까지도 젊은 작가 못지않은 창작활동과 저력을 과시하고 있다.

이 글에서는 최근 페이지 갤러리에서 열린 개인전에 발맞추어 그가 추구해온 작품 경향과 흐름, 그리고 독특성 등을 간략히 점검해보자. 전시는 그의 작품을 시기별로 나누어 첫 번째 공간에는 90년대와 2000년대 초의 십자구도의 작품들을, 두 번째 공간에는 70년대와 80년대의 평면작품을, 끝으로 세 번째 공간에서는 2017년 이후의 근작으로 되어 있다.

작가가 ‘평면조건’을 시작한 것은 1973년경으로 캔버스에다 물감을 묻혀 지인(指印)을 찍고 샌드페이퍼로 페이퍼로 문지르는 작품과 역시 규칙적으로 손에 물감을 묻혀 찍는 작품을 출발점으로, 이후에는 그림에 어떤 이미지도 등장시키지 않은 채 신체와 물감이 조응하는 데서 연상되거나 유출되는 무언가를 〈등식>이라는 타이틀로 발표하였다.

이때의 작품은 신체의 행위를 하나의 ‘작용적 매체’(이일)로 끌어다 쓰면서 작품을 구현하는 계기로 삼았다. 개인전에 출품된 작품들은 균질직인 표면이 화면을 가득 메운 작품, 그리고 수평과 수직이 교차하는 십자형 구도를 취한 작품으로 대별해서 볼 수 있을 것이다.

우선 균질적인 표면의 작품들에서 우리는 70년대 추상미술의 성격을 헤아려 볼 수 있을 것이다. 먼저 이 작품에서 눈에 띄는 것은 올오버의 표면과 그 위에 오톨도톨한 점들, 그리고 화면 가장자리의 물감들이다.

작가(한국단색화 최명영, Korean monochrome painter CHOI MYOUNG YOUNG, Dansaekhwa CHOI MYOUNG YOUNG, 최명영 화백, 최명영 작가, 단색화가 최명영, 韓国単色画家 崔明永)는 여기서 그림의 기본조건인 형상을 버리고 있다. 색을 사용하긴 하지만 색 자체에 대한 관심보다는 질료 자체의 관심 쪽에 기울어져 있다. 이 작업에 대해 이일 교수는 “회화작품으로서의 평면을 가능케 하는 ‘조건’을 회화의 ‘평면성’을 가능한 한 침범하지 않는 최소한의 것으로 규제하고 있다”고 보았다.

△서성록, 미술평론가/미술평단(한국미술평론가협회), 2019년 가을호(제134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