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박자연 기자] 국내 패션기업들이 주얼리 라인을 늘리며 사업 다각화에 나서고 있다. K-패션과 자사 PB상품으로 인기를 얻은 국내 패션기업들이 이제는 K-주얼리를 내새워 글로벌 시장으로 범위를 넓히는 것이다. 국내 주얼리 시장은 고가의 결혼 예물 수요가 줄어들고 있지만. 중저가 시장은 해마다 성장하고 있어 밀레니얼 세대를 겨냥한 주얼리 시장은 긍정적일 전망이다.

시장조사기관 유로모니터에 따르면 올해 글로벌 주얼리 시장은 약 3650억 달러(429조4225억원)규모로 전년대비 3.4% 성장한 수치다. 반면 한국 주얼리 시장의 규모는 2019년 5조 4982억원으로 2010년부터 상승세를 지속해오다 2016년부터 감소세에 돌입했고, 2018년에는 -12.4%의 두 자릿수 하락을 기록했다. 역대 최저치였지만 2019년에 +0.8%를 기록하면서 성장세를 회복하고있다.

현재 국내 주얼리 시장의 트렌드는 값비싼 고가의 귀금속이 아니라 합금, 모조석, 유리 등 값싼 소재로 제작한 가성비 좋은 제품들이 인기다. 적은 돈으로 패션 감각을 뽐내길 원하는 젊은 층 위주로 주얼리 시장이 재편되고 있는 것이다. 실제로 패션 주얼리 중 가장 인기가 높은 품목은 귀걸이로 나타났다. 주얼리산업연구소에 따르면 지난해 온라인 주얼리 구매자 60%, 패션 주얼리 구매자의 34%가 귀걸이를 구매했다. 다른 주얼리보다 가격이 높지 않은 선에서 제일 합리적이기 때문이다.

이처럼 주얼리 시장이 중저가 시장에서 반응을 보이자 기업들은 화장품에 이어 K-주얼리를 신성장동력으로 삼았다. 국내 패션 기업들이 패션 사업으로만 살아남기 힘들어지자 화장품에 이어 다음 사업인 주얼리로 눈을 돌리는 것이다. 그 연장선에서 각 기업별 특화 전략이 눈길을 끈다.

▲ OST의 해리포터 시리즈 출간 20주년 기념 주얼리 컬렉션 라인. 출처=이랜드

중저가 주얼리 시장의 성장은 이랜드그룹이 운영하는 주얼리 사업의 성과에서 나타난다. 이랜드는 현재 ‘로이드’, ‘클루’, ‘오에스티(OST)’, ‘라템’의 주얼리 브랜드 4개를 운영 중이다. 이랜드에 따르면 로이드는 지난해 1100억원대 매출을 올린 메가 브랜드로 성장했고, OST는 360억원, 클루 300억원, 라템은 40억원의 연매출을 기록했다.

이랜드는 해외 진출도 함께 공략하고 있다. 로이드는 올해 3월 중국 타오바오몰 역직구관에 입점했다. 입점 당시 주얼리 부문 랭킹 2300위였지만 현재 70위까지 올랐다. 매달 3억원 이상의 매출을 꾸준히 기록했기 때문이다. 하반기엔 다른 3개 브랜드도 순차적으로 중국에 진출할 예정이다.

이랜드그룹 관계자는 “젊은이들은 옷에 맞춰 주얼리도 트렌디한 제품을 착용하고 싶어 한다”면서 “유행하는 디자인, 낮은 가격대의 주얼리는 앞으로도 성장 가능성이 높다”고 설명했다. 이랜드의 브랜드 특성과 '중저가' 주얼리의 특수성을 잘 살린 접근이라는 평가다.

'여성'이라는 타깃에 집중해 주얼리 사업에 집중하는 곳은 세정이다. 세정은 2013년 주얼리 브랜드 ‘디디에두보(DIDIER DUBOT)’ 출시 이후 계속해서 주얼리 사업부문의 포트폴리오를 확대하고 있다. 디디에부도는 30대 직장인 여성을 겨냥한 브랜드로 론칭한지 2년 만에 매출이 2015년 350억원에서 2017년 430억원, 지난해 460억원을 기록했다. 이는 명품 주얼리를 선호하던 여성들이 점점 합리적 가격대의 제품을 선호하게 된 것으로 분석된다.

▲ 세정의 30대 여성 주얼리 브랜드 '디디에두보' 제품 화보. 출처=세정

현재 디디에두보는 상해에 별도 법인을 두고 중화권 시장 확장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디디에두보에 따르면 당사의 지난해 매출 460억원에서 해외부문은 20%가량 차지했다. 해외에는 홍콩의 하비 니콜스 백화점과 복합쇼핑몰 하이산 플레이스에 입점해 있으며, 향후 대만과 중국 등 중화권 시장을 바탕으로 글로벌 브랜드로 성장시킬 계획이다.

디디에두보 관계자는 “올해는 지난해 매출 대비 20% 수준 상승할 것으로 긍정적으로 바라보고 있다”면서 “한·중 양국의 패션 크리에이터들은 브랜드 체험 내용을 영상으로 제작해 SNS에 포스팅하는 등 앞으로 온라인 쇼핑에 대응한 채널에도 집중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이후 세정은 주얼리 성장세에 힘입어 지난 6월 두 번째 주얼리 브랜드 ‘일리앤(12&)’을 선보였다. 일리앤은 개성을 중시하며 합리적인 소비를 즐기는 2030 여성을 메인 타겟으로 한다. 가격대 또한 가성비를 추구하는 소비자들을 만족시키기 위해 중저가의 합리적인 가격으로 구성됐다. 일리앤은 2020년 100억원의 매출 매출로 향후 쇼핑몰리안 백화점 위주로 유통망을 확대해 나갈 계획이다.

일리앤의 론칭을 이끈 박정숙 세정 주얼리 사업부장은 “최근 가성비와 가심비에 중점을 둔 주얼리를 선호하는 소비자들이 증가하는 추세”라면서 “일리앤은 12가지 컨셉으로 이루어진 주얼리 셀렉트숍으로 소비자들에게 다양한 볼거리와 선택의 폭을 제공하고자 한다”고 말했다.

▲ 20대 여성을 메인 타겟으로한 ‘일리앤(12&)’ 제품 화보. 출처=세정

LF의 자회사 제이씨랩의 주얼리 브랜드 ‘이에르 로르 코리아’(HYERES-LOR)는 2030 젊은 남성 공략에 나섰다. 세정과는 다른 접근방식인 셈이다.

‘남자들이여! 오른 손을 들어라‘라는 메시지를 전달하며 비혼자, 만혼자를 위한 남자의 오른손 반지가 주요 제품이다. 평상시에도 부담 없이 착용할 수 있는 실반지를 제안해 ’남자 실반지‘, ’류준열 반지‘ 등의 별칭을 얻으며 브랜드 시그니처 모델로 떠올랐고, 올 상반기 가장 많이 팔린 효자 아이템이 되기도 했다.

’남자의 반지=이에르로르‘라는 인식이 확산되면서 매출 신장을 뒷받침하고 있다. 현재까지 남성고객 비중이 50%에 육박할 정도다. 이는 국내에서도 다소 생소한 데미 파인 주얼리 시장을 공략한 것이 인기 요인으로 작용했다. 데미 파인(DEMI-FINE) 주얼리는 패션 주얼리와 파인 주얼리의 중간 단계로 자유롭게 소재를 활용하되 파인 주얼리 디자인 감도를 극대화한 것이 특징이다.

에이르로른 현재 현대백화점 본점, 신세계백화점 강남점, 신세계백화점 본점, 라움이스트 등 고급 백화점 및 편집매장에 포진하면서 국내에서 덩치를 키우고 있다. 지난해에는 홍콩 레인크로포드 백화점에 입점했다. 올해 초에는 프랑스 파리 봉마르셰, 쁘렝땅 백화점으로부터 입점 제의를 받아 정확한 시기를 조율하고 있다.

▲ 국내 패션 기업 LF의 자회사 주얼리 브랜드 ‘이에르 로르' 화보. 출처= 이에르 로르 코리아

김윤정 이에르로르 코리아 관계자는 “이에르로르는 세계 각지의 주얼리 크리에이터들이 합심해 지금껏 아무도 생각지 못했던 니치 주얼리 상품을 만들기 위해 설립된 연구소의 성격이 짙다”면서 “16kt 골드, 멜로우 옐로 골드, 남성 실반지를 개발하는 등 주얼리 업계의 틈새를 지속적으로 개척, 수 년 내 국내는 물론 글로벌 시장에서 인정받는 데미 파인 주얼리 브랜드로 도약할 것”이라고 말했다.

홍희정 유로모니터 연구원은 “글로벌 시장에서 K-뷰티가 여전히 강세인데 한국의 주얼리도 온라인 시장 공략과 고객의 소비패턴에 따른 전략적인 마케팅을 한다면 전 세계에서 각광받는 시장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주얼리 업계 한 관계자는 “아직까지 밀레니얼 세대들은 비싼 명품보단 합리적인 가격으로 개성을 표현할 수 있는 주얼리를 많이 찾고 있다”면서 “이러한 트렌드는 중소 주얼리 업체와 스타트업, 패션 업체 등이 시장에 합류로 이어지고 관련 패션 주얼리 시장이 더 팽창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