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최동훈 기자] 디저트 시장 규모가 매년 성장해 올해 2조원에 육박할 것이란 업계 전망이 나오고 있다. 디저트 시장 성장세의 요인으로 디저트가 소비자들에게 일종의 ‘사치재’로 자리 잡은 점이 꼽힌다. 최근 소비자들이 이어지는 불황에 기본적인 의식주를 소비함에 있어 가성비를 추구하고 있다. 반면 디저트 제품을 고를 땐 가격만큼이나 차별화한 경험을 중시한다. 디저트를 단순히 요깃거리가 아닌 기분전환용 소재로 여기기 때문이다.

트렌드모니터가 지난 2018년 19~59세 소비자 1000명의 디저트 소비행태를 조사한 결과 디저트를 먹는 이유(중복응답)로 ‘기분전환’을 꼽은 비율이 42.5%(425명)로 가장 높았다. ‘식사만으로는 뭔가 아쉬운 마음을 달래기 위해’(35.7%), ‘좋은 맛을 경험해보고 싶은 마음 때문에’(32.7%), ‘소소한 대화의 시간을 즐기기 위해서’(32.3%) 등으로 그 뒤를 이었다. 소비자들이 디저트를 이용하는 주요 이유 4가지 가운데 3개는 디저트가 제공하는 무형적 가치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소비자들이 디저트를 손쉽게 접하고 이용할 수 있는 경로로 편의점이 각광받고 있다. 트렌드모니터의 같은 조사에서 디저트를 이용하는 장소(중복응답)로 커피전문점(59.5%), 대형마트(41.2%)에 이어 편의점(31.9%)이 제과점과 같은 비율로 가장 많이 꼽혔다.

편의점이 카페나 대형마트보다 좁은데다 덜 세련된 공간에 적은 수의 상품을 제공함에도 ‘디저트 맛집’으로 소문난 비결은 뭘까. 30일 BGF리테일 본사 사옥에서 양윤정 BGF리테일 상품기획자(MD)를 만나 편의점 디저트 제품의 매력과 시장 동향에 대해 들었다.

▲ 양윤정 BGF리테일 스낵식품팀 MD가 30일 BGF리테일 본사 사옥에서 인터뷰에 응하는 모습. 사진= 이코노믹리뷰 박재성 기자

양 MD는 11월 중순 편의점 CU에서 출시돼 품절 대란을 일으킨 제품 ‘쫀득한 마카롱’의 책임자다. 쫀득한 마카롱은 흔한 이름을 갖췄지만 눈부신 매출액 추이를 보였다. CU는 이날 현재까지 쫀득한 마카롱 시리즈 제품을 한달 반 가량 기간 동안 판매하고 있다. 편의점 디저트 제품이 통상 출시된 지 한 달 안 돼 단종 되는 점에 비하면 ‘장수’한 셈이다.

또 CU에 따르면 쫀득한 마카롱의 이달 일평균 매출 신장률은 전월 대비 434.8%에 달한다. 제품이 11월 판매기간 동안 매일 늘어난 매출폭보다 이달 일일 증가폭이 4배를 넘는다는 뜻이다. 두 기록 모두 쫀득한 마카롱의 인기를 방증한다.

양 MD는 쫀득한 마카롱의 인기 요인으로 ‘제품 품질’과 ‘가격’을 앞세웠다. 원론적인 두 요인은 쫀득한 마카롱의 남다른 탄생 과정에서 비롯됐다. 양 MD가 속한 BGF리테일 스낵식품팀은 사내 연구개발(R&D) 조직 상품개발연구소와 함께 디저트에 대한 고객 수요에 대해 사전 설문했다. 조사하는 과정에서 예상치 못한 고객 니즈를 파악했다. 디저트 전문점이나 카페에서 이미 포화 상태로 볼 수 있을 만큼 많이 제공하는 마카롱을 편의점에서 저렴한 가격에 먹길 원하는 고객들이 나타났다.

CU는 당시 설문 결과를 통해 깨달은 고객 니즈에 착안해 ‘저렴하지만 맛있는’ 마카롱을 개발하는데 나섰다. 설문 조사 기간을 포함해 출시하기까지 걸린 기간이 4개월로 다른 디저트 제품에 비해 많은 품을 들였다. 경쟁력 있는 중소 제조사를 발굴해 제조 부문에서 협력했다. 편의점의 폭넓은 점포망을 바탕으로 공급량을 늘려 제품 단가를 낮추기도 했다. 또 시범 제품 20여 가지를 만들어 맛, 식감 등을 비교 평가하는 등 치밀한 개발 과정을 거쳤다. 그간 디저트 단독 상품에 들인 노력으로는 양적·질적 측면에서 이례적인 행보다.

▲ 양윤정 MD가 쫀득한 마카롱 고객에 대한 감사의 뜻을 담아 쓴 손편지. 출처= BGF리테일

쫀득한 마카롱 출시 이후 다른 경쟁사들도 잇따라 유사 제품을 내놓으며 CU를 추격했다. 양 MD는 쫀득한 마카롱에 대한 고객 호응을 통해 R&D의 중요성을 새삼 깨달았다고 한다.

양 MD는 “제품 개발에 품을 들이면 들일수록 고객이 납득할 수 있는 가격과 품질을 동시에 확보할 수 있다는 점을 쫀득한 마카롱을 통해 확인했다”며 “CU는 쫀득한 마카롱의 성과를 향후 모든 상품의 개발 과정에 반영할 방침”이라고 설명했다.

쫀득한 마카롱이 입소문을 탈 수 있었던 데엔 한 유튜버의 활약도 비중을 차지했다. CU에 따르면 베이커리 전문점 제품에 대한 리뷰를 주로 영상 콘텐츠를 제작하던 해당 유튜버가 쫀득한 마카롱을 경쟁력 있는 상품으로 소개한 뒤 제품 매출이 급상승했다. CU에겐 유튜버가 ‘귀인(貴人)’인 셈이다.

양 MD는 “유통사 입장에서 최고의 홍보 전략은 소비자들의 자발적인 홍보”라며 “소비자들이 직접 제품에 대해 입소문을 내도록 하려면 결국 제품의 기본 요소에 충실 하는 수밖에 없음을 느꼈다”고 말했다.

양 MD는 앞으로 편의점이 디저트 상품의 품질·가격 경쟁력을 더욱 강화하며 베이커리, 디저트 전문점 등을 긴장시킬 것으로 예상했다. 이 과정에서 디저트 상품이 다른 제품들과 묶음 판매되거나 마케팅 요소로 활발히 쓰이는 등 주요 품목으로 자리매김할 것으로도 내다봤다.

▲ 사진= 이코노믹리뷰 박재성 기자

양 MD는 “편의점 상품에 대해서는 아직 싼 가격에 구매해 빠르게 이용할 수 있다는 소비자 인식이 강한 상황”이라며 “편의점 업체들은 최근 3~4년 간 편의점에서도 이런 상품을 만날 수 있다라는 소비자 인식을 심는 데 주력해왔다”고 설명했다.

이어 “편의점은 앞으로 웰빙, 결합 상품 등 소비 트렌드에 디저트 상품을 더 많이 활용할 것”이라며 “편의점이 향후 디저트 상품의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해 규모를 늘려 조리 공간을 확보하는 등 역량을 강화해나갈 수 있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