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최진홍 기자] 세계 최고의 도박사들이 미국 라스베가스에 집결한다. 이들이 도박의 도시 라스베가스에 모여 배팅하는 것은 일확천금이 아닌, 짜릿한 미래로 펼쳐지는 글로벌 가전업계의 미래다. 그 결정적 관전 포인트를 짚어보자.

▲ CES 2019에서 OLED TV가 전시되고 있다. 출처=LG

#신기술의 향연 

CES의 왕자는 누구일까? 전통적으로 TV를 중심으로 하는 가전기기가 핵심 라인업으로 활동하는 가운데 오랫동안 ‘CES=미래 생활가전’이라는 공식이 성립된 바 있다. 그러나 최근 몇 년간 자동차를 중심으로 라인업이 확장되며 CES는 단순한 가전업계의 축제에서 벗어나 새로운 전자 ICT의 향연으로 그 개념을 넓혔다.

CES 2020은 확장된 전자 ICT의 향연 분위기를 여전히 고수하면서도 다시 ‘가전의 재발견’이라는 트렌드가 강해질 전망이다. 메인 테마 중 하나로 여전히 TV가 CES 2020의 별이 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삼성전자와 LG전자를 중심으로 8KTV의 기술발전이 눈길을 끌 전망이다. 두 기업은 한 때 화질 및 화소수 분쟁을 거치며 격렬하게 충돌했으나, CES 2020에서는 서로를 향한 공격을 멈추기로 합의했다는 말이 나온다. 지난해 IFA 2019처럼 노골적인 ‘디스전’은 없을 것이라는 뜻이며, 일각에서는 CES 2020을 기점으로 극적인 화해무드가 점쳐진다.

삼성전자는 QLED 8KTV와 LCD 패널 중심의 8KTV를 선보이고 마이크로 LED의 기술적 진화를 꾀할 가능성이 높다. 일각에서는 제로 베젤 TV를 공개할 수 있다는 말도 나온다. 앞서 삼성전자는 올 10월 유럽특허청(EUIPO)에 베젤을 없앤 TV를 지칭하는 것으로 추측되는 '제로베젤' 상표권을 출원한 바 있다.

LG전자는 OLED 8KTV를 메인으로 삼아 CTA의 8K UHD(초고화질) 인증을 받은 라인업이 다수 공개될 전망이다.

여기에 중국 제조사들의 TV는 물론, LG전자를 중심으로 롤러블 OLED TV 등이 등판하며 다양한 볼거리를 제공할 가능성이 높다.

CES 2020이 가전을 중심으로 다양한 존재감을 보여줄 가능성이 높은 가운데, 인공지능 및 클라우드 등 기반 인프라에서 작동하는 스마트홈도 화두로 부상하고 있다. 스마트홈이라는 화두는 근 몇 년간 CES를 강타한 키워드지만, CES 2020부터는 일상생활로 스며든 진정한 의미의 스마트홈 플랫폼이 대중화 전철을 밟을 것으로 보인다.

단순한 연결을 통해 가전제품이 연동되는 것을 넘어 초연결, 즉 레이턴시(지연성)가 없는 즉각적이고 스마트한 연결을 모색하려는 다양한 시도가 타진될 가능성이 높다. 여기에 인공지능 기술력이 일종의 두뇌로 작동하고, 클라우드 기반 인프라가 거의 모든 가전의 작동을 책임지는 ‘눈에 보이지 않는 플랫폼’으로 활동할 전망이다.

한편 스마트홈 공개에 따른 다양한 폼팩터 전략도 눈길을 끈다. 삼성전자의 갤럭시폴드와 화웨이의 메이트X 등 다양한 폴더블 스마트폰이 모습을 드러낼 전망이다. 다만 이들 제조사들의 2세대 폴더블 스마트폰은 MWC 2020 공개가 유력하다.

▲ 삼성전자 8KTV가 보인다. 출처=삼성

#5G 대중화 원년 

2019년이 5G 원년이라면 2020년은 5G 대중화 원년으로 봐도 무방하다. 진정한 의미의 스마트홈 로드맵이 펼쳐지려면 필연적으로 빠른 통신 네트워크가 마련되어야 하며, 또 대중화되어야 하기 때문이다.

그런 이유로 CES 2020에서는 ‘5G 네트워크가 대중화 전철을 밟으면 어떤 일이 벌어질 수 있는가’를 잘 살펴볼 수 있는 기회로 여겨진다. 또 클라우드와 함께 전시장 곳곳을 책임지는 ‘눈에 보이지 않는 기간 인프라’의 역할을 수행할 것으로 보여, 업계의 관심이 커지고 있다.

#디지털 치료, 웨어러블 

CES 2020의 핵심 키워드 중 하나가 바로 디지털 치료 분야다. 이는 웨어러블 시장의 성장세와 관련이 있으며 내년 가전업계의 흐름을 빠르게 파악할 수 있는 바로미터로 평가된다.

현재 글로벌 웨어러블 시장은 애플을 중심으로 공격적인 영역확장을 거듭하고 있다. 그 연장선에서 빅데이터를 확보하고 이를 클라우드에 올려 처리 및 운용하는 한편, 의미있는 디지털 치료 분야에 활용하려는 다양한 시도가 벌어지고 있다. 그 선봉에 웨어러블이 일종의 빅데이터 확보 전선에 서있기 때문에, CES 2020에서는 이와 관련된 다양한 기술발전 로드맵을 확인할 수 있을 전망이다.

#더 넓어진 영역 

CES가 단순히 가전업계의 축제에서 벗어나 현존하는 모든 ICT 전자업계의 축제로 발전한 상태에서, 그 영역은 지금도 계속 확장되는 추세다. 이런 과정에서 장점과 단점도 명확해지고 있다는 평가다.

업계에서는 비단 가전을 넘어, 가전을 허브로 삼는 초연결 생태계를 CES 2020에서 한 눈에 살펴볼 수 있다는 점에 일단 높은 평가를 내리고 있다. 인공지능과 클라우드 및 초연결 사물인터넷 등이 기반 인프라로 작동하며 일상생활의 가전에 뿌리를 내리는 장면은, 독립된 가전 라인업이 단순한 사용자 인터페이스를 높이는 것과 차원이 다른 혜택을 제공하기 때문이다. 결국 스마트홈의 실질적인 비즈니스 모델 창출이 가까워지고 있다는 뜻이다. 이런 측면에서는 CES 2020이 세계 최대 가전업계 박람회가 아닌, 가전 및 통신과 ICT 전반을 관통하는 큰 축제로 자리매김하는데 성공했다는 분석이다.

다만 CES가 관장하는 영역이 지나치게 넓어지며 핵심 라인업을 현장에서 바로 보기 어려워졌다는 말도 나온다. 퀄컴의 경우 CES 2020에서 본관에 전시장을 마련하지 않고 온전히 자동차와 관련된 전시장에만 부스를 낸다. 이는 5G 전략과 칩 경쟁력을 여실히 발휘하기 위한 선택과 집중이며, 자동차를 통한 미래 플랫폼 개척이지만 참관객 입장에서는 ‘내밀한 기술 경쟁력’을 현장에서 확인하기에는 다소 어려운 상황이 됐다.

#중국, 어떻게 나올까 

중국 기업은 CES 2019에 1211개사가 참가, 전년(1551개)보다 감소한 경향을 보였다. 이는 미중 무역전쟁이 벌어지며 두 나라의 관계가 소원해졌기 때문으로 보인다. 무엇보다 중국 기업 입장에서 미국 시장의 문이 굳게 닫혀버렸기 때문에 굳이 CES에 등판할 동기도 희박해졌다는 말이 나온다.

CES 2020에서도 비슷한 장면이 연출될 것으로 보인다. 업계 트렌드를 설명할 기조연설자 중에서도 중국기업 인사가 없을 정도며, 중국과 관련된 전시관의 규모는 나날이 축소될 것이 확실시된다. 다만 미국과 중국의 무역합의가 1단계를 넘어가는 가운데, CES 2020에 참여하는 중국 기업들이 당장 외연을 확장하지는 못해도 내실있는 라인업 공개를 꾀하고 있다는 말은 나오고 있다.

#한국 대표 경영인들, CES로 

CES 2020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는 가운데 국내 간판기업 삼성전자에서는 3대 사업부문장이 총출동한다. 김기남 DS부문장 부회장, 김현석 CE부문장 사장, 고동진 IM부문장 사장이 현장에 모습을 드러낸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김 사장은 2017년 10월 CE부문장 취임 이후 3번째 CES에서 처음으로 기조연설을 맡을 전망이다.

삼성전자의 TV 사업을 총괄하는 영상디스플레이사업부 수장인 한종희 사장도 현장에서 글로벌 비즈니스 파트너들과 스킨십을 강화할 것으로 보인다. 또 김동훈 삼성디스플레이 사장, 이윤태 삼성전기 사장도 라스베거스행 비행기에 몸을 실을 전망이다.

LG에서는 권봉석 LG전자 사장과 정호영 LG디스플레이 사장이 등판한다. 특히 권 사장의 경우 최근 인사로 LG전자의 새로운 CEO가 되었기 때문에, CES 2020에서 TV와 생활가전은 물론 스마트폰까지 아우르는 다양한 LG전자의 비전을 공유할 가능성이 높다.

하현회 LG유플러스 부회장도 등판한다. 현장에 부스를 내는 것은 아니지만, CES 2020를 찾아 디지털 시대의 고객과 기술 변화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한 제품 및 서비스의 가치를 혁신하기 위해 전사적으로 추진중인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 전략을 점검할 계획이다. 페이스북, 티모바일 등 글로벌 ICT기업들을 만나 각 사가 추진 중인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 현황을 공유할 계획이다

▲ 하현회 부회장이 전시장을 관람하고 있다. 출처=LG

CES 2019에 이어 CES 2020에 등판하는 SK의 행보도 시선이 집중된다. 이석희 SK하이닉스 사장, 박정호 SK텔레콤 사장, 김준 SK이노베이션 사장, 이완재 SKC 사장 등 주요 계열사 CEO는 물론 최신원 SK네트웍스 회장, 최재원 SK그룹 수석부회장 등 총수일가도 현장을 찾을 전망이다.

SK는 CES 2020을 통해 미래 모빌리티 전략을 공개한다는 방침이다. SK이노베이션은 CES 2020에서 전기차 배터리와 관련 소재, 차세대 윤활유 제품 등을 소비자들에게 선보이며 SK텔레콤은 CES에 참가하는 유일한 국내 이동통신사로서 5G 기반 모빌리티와 미디어 서비스를 관람객들에게 선보일 예정이다.

SK하이닉스는 ‘메모리 중심의 세상(Memory Centric World)’을 주제로 인공지능, 증강현실(AR)∙가상현실(VR), 오토모티브(Automotive), 사물인터넷, 빅데이터, 5G 등 6개 사업분야에 사용되는 D램, 낸드플래시, 이미지센서 등 반도체 솔루션을 전시한다. SK이노베이션과 SKC는 미래의 플렉서블(Flexible), 폴더블(Foldable), 롤러블(Rollable) 디스플레이를 가능케 하는 투명 폴리이미드(PI)필름도 선보인다는 방침이다.

▲ SK의 CES 2020 행보에 시선이 집중된다. 출처=SK

CES 2019에 불참했던 정의선 현대차그룹 수석부회장도 CES 2020에는 참석할 가능성이 높으며 대한상공회의소를 이끌고 있는 박용만 회장도 현장에 모습을 드러낼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