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이가영 기자] 가족 간 갈등으로 논란을 빚고 있는 한진그룹 일가가 불미스러운 일로 인해 많은 분들께 심려를 끼쳐드려 사죄드린다며 사과문을 냈다. 

30일 한진그룹 측은 사과문을 통해 “지난 크리스마스에 자택에서 있었던 불미스러운 일로 인해 많은 분들에게 심려를 끼쳐드린 점에 대해 깊이 사죄드린다”고 밝혔다.

앞서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은 지난 25일 오전 11시께 모친 이명희 정석기업 고문이 거주하는 서울 종로구 평창동 자택을 찾은 바 있다. 조 회장과 이 고문은 당시 그룹 경영권을 두고 언쟁을 벌였고, 이 과정에서 화병과 유리창이 깨지는 등 소동이 빚어졌다. 

이후 이 고문이 소동 과정에서 경미한 상처를 입은 사진 등이 외부로 유출되면서 가족 간 분쟁이 수면 위로 급부상했다. 공개된 사진에는 어지럽혀진 집 안 바닥과 이 고문의 상처, 깨진 유리창 등 모습이 적나라하게 담겼다. 해당 사진은 이 고문 측이 직접 촬영해 그룹 고위 경영진 등에게 보낸 사진 중 일부가 공개된 것으로 알려진다. 

한진그룹은 “조 회장은 어머니인 이 고문에게 바로 깊이 사죄를 했고, 이 고문은 이를 진심으로 수용했다”면서 “모자는 앞으로도 가족간의 화합을 통해 고(故) 조양호 회장님의 유훈을 지켜나가겠다”고 전했다.

두 모자가 전격 사과에 나선 데는 가족 간 경영권 분쟁이 수면 위로 드러나며 큰 부담감이 작용했기 때문으로 관측된다. 여론 악화는 물론이고 오너 가의 경영권에 대한 위협이 커지자 사과문을 내고 상황 수습에 나섰다는 분석이다. 

앞서 지난 23일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은 법률대리인을 통해 입장 발표를 하며 “조 회장이 공동 경영에 대한 가족 간 협의에 무성의했다”고 비난하며 향후 다양한 주주들과 협의를 진행해 나갈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그 결과 조 전 부사장의 기습적인 입장 발표에 그룹 경영권에 대한 오너 가의 합의가 충분하지 않았던 정황이 드러나며 ‘남매의 난’이 현실화될 가능성이 치솟았다.

현재 한진그룹 지주사 한진칼의 최대주주와 특수관계인의 지분율은 28.94%다. 조원태 회장(6.52%)과 조현아 전 부사장(6.49%)의 지분율은 엇비슷하다. 조현민 전무와 이명희 정석기업 고문은 각각 6.47%, 5.31%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여기에 한진칼 단독최대주주인 KCGI가 자중지란의 상황에서 영향력을 더 키울 것이란 관측도 이어졌다. 행동주의 사모펀드 KCGI는 대한항공의 지분 17.29%를 보유하고 있는 2대 주주다.

IB업계 관계자는  “최근 벌어진 임원인사 등으로 가족 간 갈등이 표면화된 걸로 안다”면서 “다만 여론 악화와 KCGI 영향력 확대 등을 우려해 다급하게 사과문을 발표한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이어 “특히 이번 이슈는 KCGI에게 긍정적인 기회가 될 수 밖에 없다”며 “확보한 지분을 통해 캐스팅보트를 쥐면서 다양한 것을 요구할 수 있다. 예컨대 배당을 크게 요구한다던지, 경영권 투명화를 위해 감사를 위한 등기이사를 요구할 수도 있을 것”이라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