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황진중 기자] 서울아산병원이 성인 4871명 건강검진 결과 혈관 지방이 많은 중장년 남성 절반이 장 건강도 좋지 않다는 연구결과를 발표했다. 삼성서울병원과 아주대학교 의과대학 연구진이 부인암과 관련한 맞춤치료 예측 인자를 규명했다. 가톨릭대학교 서울성모병원이 50년 간 신장 이식 환자 3745명을 연구해 암 재발률을 분석한 결과 투석 환자도 신장 이식이 가능한 것으로 나타났다.

▲ 서울아산병원 소화기내과 변정식 교수가 대장선종이 있는 50대 남성 환자에게 대장내시경을 하고 있다. 출처=서울아산병원

혈관 지방 많은 중장년 남성, 장 건강도 ‘적신호’

혈관 내벽에 콜레스테롤이 축적돼 혈관이 좁아지는 질환을 ‘죽상경화’라고 부른다. 죽상경화 환자 절반이 대장암 진행 가능성이 높은 대장선종을 함께 갖고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나이가 많은 남성일수록 두 질환을 동시에 가질 확률이 큰 것으로 나타나 중장년 남성의 혈관과 장 건강에 빨간 불이 켜졌다.

29일 연구업계에 따르면 서울아산병원 소화기내과 변정식 교수 연구진은 2012년부터 2016년까지 서울아산병원 건강증진센터에서 경동맥초음파와 대장내시경 검사를 받은 40세 이상 성인 4871명의 검진결과를 분석했다.

▲ 죽상경화증. 출처=서울아산병원

분석결과 죽상경화를 보인 사람의 50.1%에서 대장암 전 단계인 선종이 발견됐다. 연구진은 젊은 층보다는 중장년층에서, 여성보다는 남성에서 죽상경화와 대장선종 발생이 많았다고 덧붙였다.

죽상경화와 대장선종을 모두 진단받은 환자를 연령별로 따져보면 40대 5.9%, 50대 12.5%, 60대 이상 26.0%로 나이가 들면서 두 질환이 함께 발병하는 비율이 높아졌다.

성별에 따른 질환별 양상 차이도 두드러졌다. 남성은 36.9%가 동맥 혈관 내벽이 비정상적으로 두꺼워 죽상경화 진단을 받았지만 여성은 18.7%만 해당됐다. 대장선종도 남성은 50.0%가 갖고 있는 반면 여성은 32.1%에 그쳤다.

이는 나이 들수록 혈관 내벽에 침전물이 쌓일 가능성이 높은데다가 남성인 경우 고지방·고열량 섭취, 흡연, 음주, 운동부족 등 혈관과 장 건강에 안 좋은 생활습관을 여성보다 더 보유하고 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 죽상경화증 동맥 내 죽상경화반 형성. 출처=서울아산병원

죽상경화는 나쁜 콜레스테롤이 동맥 혈관 벽에 침착되면서 혈관 안쪽 벽이 점점 두꺼워지고 통로가 좁아지는 질환이다. 경동맥 초음파 검사에서 혈관 내벽(내중막) 두께가 1mm 이상이거나 혈관 안에 콜레스테롤이 뭉친 덩어리인 죽상경화반이 발견되면 죽상경화로 진단된다.

이번 연구에서는 경동맥 내벽 두께가 1mm 이상인 사람 중 50.1%가 대장선종을 갖고 있던 반면 두께 1mm 이하의 정상 그룹에서는 대장선종이 발견된 비율이 37.8%에 그쳐 죽상경화와 대장선종 발생 사이의 연관성이 확인됐다.

대장암 진행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알려져 있는 고위험선종도 혈관 내벽이 두꺼운 죽상경화 환자에서 더 많이 발견됐다. 경동맥 내벽 두께가 1mm 이상일 때 고위험선종 발생률은 15.2%로, 정상인(8.8%)보다 약 1.7배 높았다.

죽상경화를 판단하는 또 다른 기준인 죽상경화반도 대장선종 발생과 상당한 관련성을 보인 것으로 나타났다.

건강검진에서 콜레스테롤로 인해 혈관 통로가 좁아져 있다는 소견을 받은 사람이라면 대장선종도 의심해볼 수 있다. 대장암 전 단계인 선종은 복통, 설사, 변비, 혈변 등과 같은 자각증상이 거의 없어 놓치기 쉽다. 이를 조기 발견해 내시경으로 절제하면 대장암 예방이 가능하다.

변정식 서울아산병원 소화기내과 교수는 “이번 연구에서 고연령 남성일수록 죽상경화와 대장선종을 함께 가지고 있을 확률이 높다는 사실이 확인됐으므로 50세 이상 남성이라면 건강검진 때 혈관초음파와 대장내시경 검사를 같이 받아볼 것을 권장한다”고 말했다.

변정식 소화기내과 교수는 또 “육류나 기름진 음식을 자주 섭취하고 음주와 흡연을 심하게 하는 습관은 죽상경화의 직접적인 원인이면서 장 건강을 해치는 요인”이라면서 “되도록 염분과 칼로리는 적고 식이섬유는 풍부한 식사를 하고 금연과 금주 습관을 가지는 것이 좋다”고 덧붙였다.

연구성과는 미국 소화기분야 SCI급 학술지 ‘다이제스티브 디지즈 앤 사이언스(Digestive Diseases and Sciences)’ 최근호에 게재됐다.

▲ 이정원 삼성서울병원 교수가 부인암과 관련해 진료를 하고 있다. 출처=삼성서울병원

부인암서 맞춤치료 시대 열려

삼성서울병원은 산부인과 이정원 교수, 신경외과 남도현 교수와 아주대 의대 이진구 교수 공동 연구진은 부인암 환자 유래 세포를 이용한 약물‧유전체 분석을 통해 개인 맞춤 치료 예측 인자를 규명했다고 밝혔다.

아직까지는 부인암 표적치료제가 어떤 환자에게 효과 있을지 미리 가려낼 수단이 마땅치 않다. 암 관련 유전체의 구조가 워낙 복잡한 데다 암이 약물을 피해 살아남는 경로 또한 변화무쌍한 탓이다.

부인암은 수술과 항암을 병행하더라도 환자 4명 중 1명꼴로 치료 6개월 만에 재발해 치료가 쉽지 않다. 이번 연구로 부인암 치료에 새로운 진전을 이뤄낼 수 있을 것으로 기대를 모으는 이유다.

연구진은 삼성서울병원에서 난소암, 자궁경부암, 자궁내막암 등 부인암 환자에서 떼어낸 암 조직 139개를 토대로 환자유래세포 라이브러리를 구축한 뒤 유전체 분석과 동시에 약물반응성을 조사했다.

연구에는 삼성서울병원이 개발한 차세대 유전체 분석 시스템 ‘캔서스캔(CancerSCAN)’이 쓰였다. 캔서스캔은 한 번에 수백개의 유전자를 분석해 맞춤 항암제의 표적으로 알려진 돌연변이가 있는지 찾을 수 있다. 연구진은 환자유래세포를 37개 분자표적 약물을 이용해 효능을 분석했다.

연구결과 종양억제유전자로 알려진 P53 유전자의 변이 여부가 최근 나온 표적항암제인 PARP 억제제의 치료 반응에 가장 중요한 인자로 밝혀졌다. PARP 억제제는 최근 여러 연구를 통해 난소암 환자의 생존율을 개선에 효과를 입증하며 주목받는 신약 중 하나다.

P53변이가 있는 경우 현재 연구 중인 후보 약물 대부분에 높은 저항성을 보인 반면, PARP 억제제에서만 높은 민감도를 보였다. 해당 약제에 암이 선택적으로 잘 반응한다는 의미다.

연구진은 또 PARP 억제제를 사용하는 난소암 환자에서 모두 다 효과적이지 않다는 면을 추가로 확인해 ID2 단백질이 약제 내성에 관여하는 주요 인자임을 규명했다.

연구진이 난소암으로 PARP 억제제를 사용한 환자 41명을 대상으로 ID2 단백질의 발현 여부에 따라 치료 효과를 비교하자 음성인 경우 8.73개월로 양성인 경우 4.03개월 보다 두 배 더 길었다.

ID2 단백질은 우리 몸의 면역체계와 관련 있는 T세포와 밀접한 관계가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연구를 주관한 이정원 삼성서울병원 부인암센터장은 “부인암에서 정밀의학 및 맞춤의료를 구현하기 위해 유전체 분석과 약물 스크리닝을 동시에 시행하는 것이 유용할 것으로 판단된다”면서 “이번 연구로 앞으로 부인암 극복에 새로운 전기가 마련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연구성과는 국제 학술지 ‘유전체 생물학(Genome Biology, 피인용지수 14점/2018년)’ 최근호에 게재됐다.

암 치료 받은 투석 환자 신장 이식 가능해져

가톨릭대학교 서울성모병원 장기이식센터 연구결과 신장 이식 전 암 치료를 받았던 환자의 암 재발률은 이식 전 암이 없던 환자의 암 발생률과 비교해 차이가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성모병원 장기이식센터 양철우, 정병하 교수(신장내과), 은평성모병원 반태현 교수 연구진은 계명대 동산의료원 한승엽, 박우영 교수 연구진과 함께 지난 50년간 신장 이식을 받은 3745명의 환자들을 대상으로 이식 전 암 치료를 받은 환자의 유병률과 이식 후 암 발생률을 조사했다.

양철우 교수 연구진은 신장 이식 환자를 연도별로 1969~1998년, 1999~2006년, 2007~2016년 세 군으로 나누고 이식 후 재발 또는 새로운 암 발생 정도를 신장 이식 전 암이 없었던 환자군과 비교했다.

▲ 신장 이식 전 암 치료를 받은 환자 비율. 출처=서울성모병원
▲ 신장 이식 전 발병한 암 종류 및 환자 수 . 출처=서울성모병원

연구결과 신장 이식 전 암을 치료한 환자는 72명(1.9%)이었다. 시기별로는 1998년까지는 신장 이식 전 암 치료를 한 환자는 없었으며 1999~2006년 1.1%, 2007~2016년 4.3%로 최근 10년 동안 증가폭이 높았다.

이식 전 발병한 암의 종류는 1999~2006년 방광암, 간암, 위암에서 2007~2016년 갑상선암 29.2%과 신장암 18.1%으로 변화했다.

이식 후 암 재발률은 이식 전 암이 없던 환자의 암 발생률과 비교했을 때 각각 4.2% 대 6.9%로 차이가 없었다.

양철우 교수는 “요즘 투석치료를 장기간 받는 말기신부전 환자가 늘면서 암 발생이 증가 추세이고 이런 환자들이 이식을 받기 위해 외래로 오는 경우가 늘고 있다”면서 “이번 연구를 통해 이식 전 암 치료를 받은 환자도 이식 후 암 재발률이 높지 않지 않다는 것을 확인한 것이 가장 큰 수확”이라고 말했다.

연구성과는 대한신장학회 공식 학술지인 ‘신장 연구 및 임상 실습(Kidney Research and Clinical Practice)’ 온라인판에 게재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