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양인정 기자] 회생과 손바뀜을 거듭한 남안동CC(옛 안동떼제베CC) 회원채권자들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회원들이 사실상 마지막 기회인 회생절차에서 M&A결과를 수용할 것인지 회원지주제 골프장으로 전환할 것인지 주목된다. 

30일 구조조정 업계에 따르면 매물로 나온 남안동CC의 입찰제안서 접수일 마감은 오는 1월 13일이다. 서울회생법원도 지난 10일 골프장의 회생계획안 제출시한을 이달 13일에서 이날까지 연장했다. 회생절차 M&A를 위한 조치다. 

골프장은 우선협상 대상자가 선정되는 대로 구체적인 변제 방향을 논의한다는 계획이다. 남안동CC의 매각주간사 삼정KPMG는 골프장의 최소 매각가를 600억원으로 보고 있다. 골프장 부지를 담보로 잡고 있는 채권자의 채권액은 약 241억원이고, 회원들의 입회보증금 채권액은 720억원이다. 골프장이 최저 매각가로 매각될 경우 회원들이 변제받을 수 있는 비율은 약 약 50%이다. 담보권자의 채권을 전액 우선 갚고 남는 돈을 변제했을 때 비율이다. 회계업계에 따르면 법정관리 골프장의 M&A로 회원채권자들이 보상받는 평균 변제율은 약 30%다. 

비상대책위원회(비대위) 내부에서는 출구전략을 두고 여러 의견이 나오고 있다. 비대위는 회원 지주제 골프장도 고려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회원들의 입회보증금을 주식으로 전환해 골프장의 주주가 되겠다는 것이다. 회원들은 향후 골프장을 위탁경영하고 대중제로 전환, 기업가치를 높인 후 매각한다는 계획이다. 

비대위 일각에서는 시장의 평균 변제율 30% 보다 높은 가격으로 M&A가 성사되면 M&A회생계획안에 동의하겠다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어느 경우나 M&A를 통해 골프장의 시장가치를 평가받아야 한다는 점에서는 회원들의 의견이 일치하고 있다. 

비대위 한 관계자는 “회원 지주제를 주장하는 회원들은 골프장을 운영한 후 재매각을 하겠다는 계획”이라며 “공개매각 절차에서 나온 골프장의 입찰가는 앞으로 재매각 가액을 가늠해 볼 수 있는 기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비대위는 공개매각 절차가 종료되는 시점에서 회사와 별도로 회생계획안을 제출해 회원들의 동의를 받아보겠다는 계획이다. 

자료=삼정KPMG 제공

◆ 기회는 이번뿐...“채무 더 늘어나면 매각 힘들어”

M&A 회생계획안과 회원 지주제 회생계획안 모두 결국 회원들의 결정에 달렸다. 회생계획안은 관계인 집회에서 담보채권액의 75%에 해당하는 채권자와 일반채권액의 66%에 해당하는 채권자의 동의가 있어야 통과될 수 있다. 일반 채권자인 회원 채권자들이 의견이 분산돼 66%에 이르지 못한다면 회생절차를 폐지된다. 

문제는 기회가 많지 않다는 데 있다. 구조조정 업계는 두 번째 회생절차를 밟는 남안동CC가 이번 회생절차에서 구조조정에 성공하지 못하면 다음 회생절차에서는 M&A기회를 갖기 어렵다고 보고 있다. 

구조조정 업계 한 관계자는 “골프장에 한 해에 약 15억원의 세금이 부과되는데 새 주인이 나타나지 않아 공전을 거듭하면 체납세금이 누적되고 담보채권자의 연체이자가 늘어나게 된다”며 “세금과 담보채권액은 회생절차에서 감면 없이 모두 갚아야 되는 점을 고려하면 시간이 갈수록 회원들의 변제율을 낮아지게 된다”고 말했다. 

남안동 CC 전경

 ◆ 늘어나는 영남지역 골프인구... 매물 남안동CC는 

남안동CC 대구 및 경북지역의 주요 거점 도시로부터 1시간~2시간 이내에 위치해 있다. 새로 조성되는 경북도청 신도시로부터는 30분이내의 거리에 있다. 

구조조정 업계는 남안동CC가 회생절차를 졸업하면 최근 늘어나는 영남권 골프인구로 수혜자가 될 수 있다고 평가하고 있다. 레저업계에 따르면 2018년 국내 골프장 이용객수는 3천584만명으로 2007년 이후 매년 연평균 4.7%씩 증가했다. 대중제 골프장의 급격한 성장이 원인이다. 이 가운데 영남권은 국내 이용객의 24%를 차지했다. 영남권의 경우 이용객 수가2018년 기준 8천672명으로 5년간 연평균 3.1%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골프장이 대중제로 전환되면 수익성 개선도 기대된다. 인근 경북 예천에 소재하는 한맥CC의 경우 대중제로 전환하면서 과거 3년간 평균 이익률이 15.7%로 증가했다. 부지가 넓은 남안동CC가 추가 증축으로 홀이 늘어날 경우 대중제와 접목돼 수익성 개선은 더 커진다는 것이 업계 평가다. 남안동CC의 부지는 1,046,500㎡로서 현재 18홀 골프장으로 운영되고 있으나, 회사가 보유한 유휴부지가 1,467,206㎡으로 9홀 증축이 가능한 상황이다. 

 

한국레저산업연구소 서천범 소장은 “최근 골프장 수익성이 늘어나고 자본시장에서 큰손들이 골프장을 인수하려는 추세가 지속되고 있다”며 “남안동CC와 같이 영남권 골프장은 겨울에도 영업이 가능해 중부권 골프장보다 영업일수가 두 달이 많은 점 등을 감안하면 시장 매각가는 더 높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남안동 CC는 2013년 지근거리에 대중제 골프장인 휴그린CC가 개장하면서 수익성이 악화돼 지난 2014년 한차례 법정관리에 들어갔으나 회생에 실패했다. 이후  2016년 볼트 제조업체 동아홀딩스의 100% 자회사인 디아이개발(옛 그린랜드)가 공매에 회부된 골프장을 189억원에 인수했다. 

디아이개발은 남안동CC를 인수한 뒤 대중제(퍼블릭) 골프장으로 전환을 시도했지만 기존 회원들의 입회 보증금 인수를 둘러싸고 갈등이 커졌다. 회사는 그동안 신탁공매로 사들인 체육시설은 회원권을 보장해줄 필요 없다는 판례를 근거로 입회보증금 반환을 거부해 왔다. 지난해 10월 대법원이 베네치아CC 소송에서 회원권을 보장해야 한다는 반대 판례를 내놓으면서 회사는 회원들의 입회보증금을 모두 떠안고 다시 회생에 돌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