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최진홍 기자] KT 이사회가 27일 구현모 KT 커스터머 & 미디어부문장(사장)을 차기 CEO로 확정한 가운데, 업계에서는 기대와 우려가 공존하는 분위기가 연출되고 있다.

구 사장이 5G 통신은 물론 가상현실 및 증강현실 등 다양한 ICT 로드맵에 능한 전략통이자 KT에서만 32년을 보낸 정통 KT맨이라는 점에서 기대가 크지만, 황창규 회장 시절 초고속 승진을 거듭했다는 이유로 KT 새노조를 중심으로 비판받는 대목과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로 검찰에 송치되어 있다는 대목은 우려가 나온다.

▲ 구현모 사장의 행보에 시선이 집중된다. 출처=KT

정통 KT맨, 전략통
김종구 KT 이사회 의장은 구 사장을 차기 CEO로 낙점했다고 밝히며 “ICT 분야에 대한 전문성과 통찰력을 갖췄으며, 4차 산업혁명 등 급변하는 경영환경에 민첩한 대응이 가능하고, 확실한 비전과 구체적인 전략을 제시해 KT의 기업가치를 성장시킬 최적의 적임자라고 판단했다”고 말한 바 있다.

실제로 구 사장은 전략기획 분야에서 두각을 보였으며, 향후 거대 기업 KT를 원만하게 이끌 수 있는 비전을 가진 것으로 평가된다. 최소한 전문성 측면에서는 이견이 없는 셈이다. KT 사정에 밝은 업계 관계자는 28일 <이코노믹리뷰>와의 통화에서 "구 사장은 사내에서 전략기획통으로 정평이 난 인물"이라면서 "특히 가상현실 및 증강현실 등 앞으로 KT의 5G 콘텐츠 서비스 전략에 꼭 필요한 분야의 전문성이 탁월하기 때문에 내부적으로 기대가 크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황창규 회장의 경우 국내 최고 수준의 반도체 전문가지만, 다른 측면으로 보면 통신 전문가라고 보기는 모호한 구석이 있었다"면서 "구 사장의 차기 CEO행은 통신 전문가가 KT의 수장이 된다는 점에서 높은 의미를 가지고 있다"고 말했다.

구 사장이 32년간 KT에서만 일했다는 점도 높은 평가를 받고 있다.

KT는 2002년 민영화됐으나 남중수 CEO를 제외하고는 KT 출신 CEO를 경험하지 못했다. 정권의 전리품으로 전락하며 정치권의 낙하산들이 대거 경영진 자리를 꿰차는 것이 당연해 보일 지경이었다. 그런 이유로 KT 내부에서는 "이번에야 말로 내부 인사가 KT CEO를 맡아야 한다"는 공감대가 널리 퍼진 바 있다.

구 사장의 등장이 고무적인 이유다. 그는 1987년 KT에 선임연구원으로 입사해 경영전략담당 T&C 운영총괄 전무를 거치는 등 줄곧 KT에서만 32년 근무했다. 어수선해진 조직을 추스리고 새로운 비전을 제시해야 하는 CEO가 정통 KT맨이라는 점은 그 자체로 시사하는 바가 크다. 최소한 조직 장악의 측면에서 구 사장은 다양한 카드를 쥐고있는 셈이다.

구 사장의 등장과 함께 회장 직함을 없애는 등 제왕적 이미지를 바꾸는 것도 높은 점수를 받고 있다. KT는 “회장이라는 직함은 국민기업인 KT에 적합하지 않다는 의견이 있어, ‘대표이사 회장’ 제도를 ‘대표이사 사장’ 제도로 변경하고, 급여 등의 처우도 이사회가 정하는 수준으로 낮춘다”고 설명했다.

▲ KT의 행보에 시선이 집중된다. 출처=갈무리

우려도 있다
구 사장의 등장을 두고 KT 내외부에서는 일단 만족하는 분위기다. 다만 리스크도 있다.

구 사장이 소위 상품권 쪼개기 논란에 휘말려,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로 검찰에 송치됐다는 점은 불안요소다. 이는 장기적 관점에서 구 사장의 미래 행보에 걸림돌이 될 수 있다는 말이 나온다. KT 이사회가 차기 CEO를 발표하며 CEO 임기 중, 법령이나 정관을 위반한 중대한 과실 또는 부정행위가 사실로 밝혀질 경우 이사회의 사임 요청을 받아들인다는 점을 명시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는 평가다.

구 사장이 황창규 회장의 첫 비서실장 출신이자 소위 황의 남자로 분류된다는 점도 눈길을 끈다. 그런 이유로 KT 새노조는 26일 구 사장의 CEO 발탁을 두고 “황창규 회장의 적폐경영 후계자를 선임하기 위한 것 아니냐는 세간의 의혹을 불식시키지 못했다”면서 “과거와 달리 정치권의 외풍이 별로 없는 상황이 오히려 적폐 경영의 후계구도를 만드는 것으로 귀결되었다는 점에서 우리는 심각한 우려를 제기하지 않을 수 없다”고 지적했다.

다만 이와 관련해서는 다양한 해석이 나온다. 구 사장이 영원한 황의 남자라는 말도 있지만, 일각에서는 구 사장과 황 회장의 사이가 틀어졌기 때문에 구 사장의 행보를 다양한 측면에서 해석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있다.

구 사장의 등장으로 KT가 정권의 전리품이 아닌, 진정한 민영화의 길을 걷기 시작했다는 찬사가 나오면서도 '앞으로 더 폐쇄적인 조직이 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는 점에도 집중할 필요가 있다. 실제로 KT 새노조는 "지금의 기업지배구조 하에서, 셀프 추천 이사들로 만들어진 이사회에 의한 기업지배구조 하에서 CEO 선임 과정에 정치적 외풍이 없고 절차적 투명성이 보장된다 하더라도 그것이 오히려 경영 적폐를 재생산하고 결과적으로 KT의 리스크를 증폭시킬 수 있음이 확인 되었다는 점에서 차제에 KT 기업지배구조에 대한 전면적 비판이 불거지리라는 우려를 심각하게 않을 수 없다"고 비판하기도 했다.

소수의 목소리지만, 일각에서는 구 사장이 KT의 산적한 난제를 풀어가기에 중량감이 떨어진다는 말도 나온다.

현재 KT는 유료방송 합산규제, 인터넷전문은행 이슈 등 많은 난제를 가지고 있다. 이는 KT 내부에서도 풀어가야 하지만 외부의 도움이 필요한 측면도 있다는 분석이다. 이 지점에서 대관적 의미에서 관료 출신의 경우 난제를 쉽게 풀어갈 수 있는 여지가 있으나, 아무래도 정통 KT맨인 구 사장은 운신의 폭이 좁다는 지적도 나온다. 그가 정통 KT맨이라는 점은 조직 장악의 측면에서 강점이지만, 다른 측면에서는 약점일 수 있다는 뜻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