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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약품, 이대로 괜찮을까…신약 개발 잇단 '적신호'기술반환부터 임상 결과 미충족까지 계속되는 역풍

[이코노믹리뷰=최지웅 기자] 한미약품의 신약 개발이 곳곳에서 암초를 만나며 진통을 겪고 있다.

이 회사는 올해 1월과 7월 두 차례나 글로벌 제약사에 기술수출했던 신약 후보물질의 권리가 반환되는 굴욕을 맛봤다. 또 파트너사인 사노피가 당뇨병 치료제 '에페글레나타이드'의 판권을 다른 기업에 넘길 계획이라고 밝히면서 제품에 대한 불확실성이 높아졌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지난 27일 오전에는 기대를 모았던 항암 신약 '포지오티닙'의 임상 2상 일부 결과가 목표 달성에 실패하면서 한미약품의 신약 R&D 모멘텀에 적신호를 켰다. 올 한해 처음과 끝을 매끄럽게 마무리 짓지 못해 큰 아쉬움을 남겼다.

▲연이은 대규모 수출 계약을 바탕으로 성공가도를 달리던 한미약품이 올해 유난히 역풍에 시달렸다. 출처=뉴시스

기술반환으로 새해 맞이

한미약품은 올해 시작부터 좋지 않았다. 지난 1월 일라이릴리가 기술도입 계약을 했던 류머티즘관절염 치료제(HM71224)의 권리를 반환한 것이다. HM71224는 한미약품이 2015년 7억6500만달러 규모로 일라이릴리에 기술수출한 신약 후보물질이다. 이미 수령한 계약금 5300만달러는 반환 의무가 없었지만 국내에서 최다 기술수출 계약을 성사시켰던 한미약품의 명성에 오점을 남겼다.

게다가 기술반환 악몽은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한미약품은 약 6개월 뒤 얀센으로부터 GLP-1 기반 비만 당뇨치료제(HM12525A)의 권리반환 통보를 받았다. 연이은 기술반환 소식에 한미약품의 신약 파이프라인에 대해 의문 부호가 붙기도 했다.

그러나 두 차례의 기술반환에도 한미약품의 신약 R&D 모멘텀은 여전히 견고했다. 사노피, 제넨텍, 스펙트럼, 아테넥스 등과 체결한 6건의 기술수출 계약이 남아있기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는 "올해 두 차례의 기술반환은 아쉬움이 남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미약품은 국내에서 가장 많은 신약 파이프라인을 보유한 기업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고 말했다.

▲ 사노피의 에페글레나타이드 임상3상 5건. 출처=미래에셋대우

가시밭길 걷는 신약 기대주 '에페글레나타이드'

한미약품의 당뇨병 신약 기대주 에페글레나타이드의 개발 과정도 순탄치 않다.

에페글레나타이드는 2015년 한미약품이 사노피에 기술수출한 GLP-1 계열 당뇨병 치료제다. 한미약품이 자체 개발한 '랩스커버리' 플랫폼 기술을 적용해 투여주기를 주 1회에서 최장 월 1회까지 늘린 것이 강점이다.

에페글레나타이드는 기술수출 이후 임상시험이 지연되고, 계약 내용이 수정되는 등 숱한 우여곡절을 겪어왔다. 지난 2017년 말 임상 3상이 개시되면서 개발에 탄력이 붙는 듯했으나 사노피의 갑작스런 전략 수정으로 기대감이 한풀 꺾였다.

사노피는 향후 에페글레나타이드 글로벌 임상 3상 5건을 완료한 뒤 글로벌 판매를 담당할 파트너사를 물색할 예정이다. 천만다행으로 계약 내용이 바뀌는 건 없다. 글로벌 시장에서 에페글레나타이드를 판매할 파트너사가 사노피에서 다른 기업으로 바뀌는 것뿐이다. 현재 중인 에페글레나타이드 임상 3상은 사노피가 계속 책임진다.

사노피 측은 "한미약품과 공고한 파트너십을 유지하면서 에페글레나타이드의 성공적인 상용화를 위한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다만 연간 10조원 이상의 매출을 올리던 당뇨병 치료제 '란투스'로 다져진 사노피의 영업마케팅 조직을 활용할 수 없다는 점은 아쉬움으로 남는다. 관련 업계도 당뇨병 치료제 시장에서 마케팅 영향력이 사노피보다 높거나 비슷한 파트너사를 찾기 어려울 것이라고 전망했다. 또 GLP-1 작용제 최초로 경구용으로 허가를 받은 '리벨서스'의 등장도 상당한 부담감으로 작용하고 있다. 제품 출시 전부터 강력한 상대를 맞닥뜨리게 됐다. 에페글레나타이드의 출시까지 험난한 가시밭길이 예상된다.

▲ 포지오티닙 예상 매출액 및 한미약품의 배분 수익(추정). 출처=KB증권

낙관할 수만 없는 항암신약 '포지오티닙' 임상 2상

한미약품이 미국 스펙트럼에 기술수출한 항암 신약 ‘포지오티닙’의 임상 2상 일부 결과도 만족스럽지 못했다.

27일 스펙트럼은 포지오티닙의 코호트1 시험에서 객관적 반응률(ORR·종양이 감소한 환자비율)이 14.8%로 확인됐다고 밝혔다. 코호트1의 1차 평가지표인 ORR의 목표는 17%였다.

코호트1 임상은 115명의 엑손20 삽입 변이 비소세포폐암 환자를 대상으로 진행됐다. 엑손은 유전자 염기 배열 중 단백질 합성 정보를 가진 부분을 칭한다. 현재 포지오티닙은 임상 2상을 7개 코호트로 나눠 진행 중이다.

일부 전문가들은 예상치를 밑돈 포지오티닙의 코호트1 시험 결과를 바탕으로 향후 발표 예정인 임상 결과도 낙관할 수 없다는 전망을 내놨다. 이태영 KB증권 연구원은 "코호트1의 주요 평가변수인 객관적 반응률이 14.8%에 불과했다"면서 "이는 총 44명의 환자를 대상으로 진행한 지난 시험의 ORR인 43% 대비 낮은 수준"이라고 주장했다.

반면 스펙트럼은 포지오티닙의 코호트1 시험이 1차 평가변수 목표에 도달하진 못했으나 일부 긍정적인 결과를 확인했다고 평가했다. 스펙트럼은 이번 코호트 임상에 대한 세부 데이터를 면밀히 분석한 뒤 나머지 6개 코호트 임상에 집중할 계획이다.

▲ 한미약품 R&D 모멘텀. 출처=하나금융투자

일희일비할 필요 없어

흔히 신약 개발에서 실패는 '병가지상사'와 같다고 말한다. 성공확률이 낮은 만큼 실패가 비일비재하다는 의미다.

연이은 대규모 수출 계약을 바탕으로 성공가도를 달리던 한미약품이 올해 유난히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지만 일희일비할 필요는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미약품은 여전히 국내에서 가장 많은 신약 파이프라인을 보유한 기업이다. 향후 기술수출이나 혁신신약 개발을 통해 얼마든지 분위기 반전을 이끌어낼 만한 역량을 갖추고 있다.

실제로 한미약품은 호중구감소증 치료제 '롤론티스'와 경구용 항암제 '오락솔' 등 2개 신약의 상업화를 목전에 두고 있다.

먼저 '오락솔'은 한미약품이 지난 2011년 미국 아테넥스에 기술수출한 합성신약이다. 주사용 항암제를 경구용으로 전환하는 한미약품의 플랫폼 기술인 ‘오라스커버리’가 적용됐다. 아테넥스는 최근 국제학회에서 전이성 유방암 환자 대상의 오락솔 임상 3상 세부 결과를 공개하고 내년 초 미국식품의약품국(FDA) 신약허가신청(NDA) 추진 의사를 밝혔다.

한미약품이 개발해 미국 스펙트럼에 기술수출한 장기지속형 호중구감소증 치료제 '롤론티스'도 미 FDA 바이오의약품 시판허가(BLA) 절차에 들어갔다. 지난 10월 스펙트럼이 자진철회했던 롤론티스 허가를 재신청하면서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다. 스펙트럼은 내년 하반기 FDA로부터 롤론티스의 판매허가를 받은 뒤 제품 출시에 나설 계획이다. 롤론티스가 FDA 허가를 획득할 경우 한미약품은 기술료 외에 매출 관련 로열티 수익을 기대할 수 있다.

한미약품은 올해 초 입장문을 통해 “실패는 신약 개발 과정에서 빈번히 있을 수 있는 일”이라면서 "개발 과정의 어려움 하나하나에 일희일비하지 않고 대한민국 최초의 글로벌 혁신신약 창출에 매진해 나가겠다"고 밝힌 바 있다.

최지웅 기자  |  jway0910@econovill.com  |  승인 2019.12.29  11:3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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