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황대영 기자] 한·중·일 3국 정상회담 이후 대한민국 경제가 내년부터 대외적인 리스크로부터 벗어날 것이라는 낙관적인 전망이 흐르고 있다. 경색된 중국, 일본과 국가간 관계가 톱다운 외교로 정상화 조짐을 보이기 때문이다.

올해 대한민국 경제는 불황의 한파 속에서 견뎠다. 내수시장보다 수출 주도적인 산업군은 대외적인 리스크에 취약했다. 지난 2017년 사드(THH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로 불거진 중국과의 관계 악화는 ‘한한령’을 불러왔다. 문서화하지 않고 구두로 내려진 한한령은 2년 이상 유통, 관광, 콘텐츠 등 여러 산업 전반에 걸쳐 부정적인 영향을 줬다.

일본과도 최악의 관계를 거듭했다. 대법원의 강제징용 판결과 화해치유의 재단 해산, WTO 판결까지 외교와 국제 정세가 맞물려 일본과 관계는 험로를 걸어왔다. 일본은 지난 7월 반도체 3대 소재인 고순도 불화수소(에칭가스), 플루오린 폴리이미드, EUV(극자외선) 포토레지스트 등 반도체 핵심 소재 3개 품목에 대한 수출 규제를 발표했다. 또 화이트리스트에서 대한민국을 전격 배제했다.

게다가 미국과 중국의 무역전쟁으로 불확실성은 더욱 커졌다. 수출주도 국가인 대한민국은 어느 쪽에도 편승할 수 없는 상황에 다다랐다. 최대 시장인 미국과 중국 양쪽 모두 절실히 필요한 입장이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기업들은 외부적인 요인에 보다 민감하게 반응했다. 각 기업들의 총수까지 해당 국가의 현장을 누비며 이런 요인의 영향을 줄이는데 주력했지만 궁극적인 해결까지는 요원했다. 이 때문에 재계에서는 외교적인 해결 요구를 촉구했다.

사그라지는 한·중·일 불화의 불씨

지난 24일 중국 청두에서 열린 한·중·일 3국 정상회담 이후 점차 외교적인 리스크가 해소되는 신호를 내고 있다. 3국의 경제 단체들도 역내 포괄적 경제동반자 협정(RCEP) 최종 타결을 위한 공통된 목소리를 내며 정상화에 힘을 싣고 있다. 이에 따라 내년 대한민국 경제계에서는 양대 장벽인 한한령, 일본 수출규제가 해소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중국보다 먼저 신호를 보낸 곳은 일본이다. 물론 지소미아 종료 연기 등 우리 정부의 유화적인 제스처도 동반됐지만, 일본은 지난 20일까지 약 5개월 간 줄곧 원론적인 입장만 고수해왔다. 하지만 20일 일본은 3대 수출 규제 품목 중 하나인 포토레지스트에 대한 수출규제 정책을 변경했다. 사실상 수출규제를 해소한 것이다. 남은 2개 소재에 대한 수출규제도 한일 관계 복원에 따라 낙관적인 전망이 우세하다.

앞서 일본은 한국과의 관계를 단절에 가까운 조치를 취했다. 일본의 수출규제로 주요 산업인 반도체, 디스플레이 분야에서 앓는 소리가 이어졌다. 산업계에서는 정부가 소재 국산화를 강력하게 추진함에도 불구하고 당장의 사용할 소재 확보에 비상이 걸렸다. 국내에서는 지소미아 종료와 일본산 제품 불매운동, 후쿠시마 방사능 안전성까지 민관이 합심해 역공을 펼치기도 했다. 지정학적인 요소까지 가미돼 일본의 수출규제는 반년을 지속하지 못하고 해소될 징조를 보이고 있다.

중국 한한령 역시 마찬가지다. 3국 정상회담 이후 청와대는 공식 발표를 통해 시진핑 중국 국가 주석이 내년 상반기 방한한다고 밝혔다. 경제계에서는 시진핑 주석의 방한을 기점으로 한한령 해소에 대한 분수령이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또 내년 리커창 중국 총리까지 방한할 것으로 알려졌다. 물론 여러 변수가 남아있지만 중국과의 관계 회복은 속도를 내고 있다. 이에 따라 한한령도 점차 해소될 가능성이 크다.

그간 중국은 사드 배치를 이유로 2년 이상 중국 단체 관광객 방한을 제한하고, 한류 문화 콘텐츠의 중국 진입을 막아온 것으로 알려졌다. 또 중국에 진출한 유통 기업에 대한 규제로 피해가 축적돼 왔다. 중국의 한한령은 중국 정부가 표면적으로 없다고 밝히지만, 진출한 기업들의 피해는 지속적으로 존재했다. 한한령 해소 시 유통, 엔터테인먼트, 게임, 관광 산업이 최대 수혜가 될 것이 분명하다.

한편 정치적인 실타래가 얽힌 미중 무역협상 1단계 합의도 낙관적으로 해석 가능하다. 미·중 무역전쟁으로 중국 경제는 강한 하방 압력을 받고 있다. 인접한 우리나라는 중국의 경제와 상당히 밀착돼 있다. 점진적인 휴전 성격을 띠는 미·중 무역협상 1단계 합의는 추후 원만한 관계로 흐를 경우, 중국 경기 부활로 우리나라에 또다시 수혜로 다가올 전망이다. 물론 무역합의는 미국과 중국의 정치적인 요소로 인해 번복될 가능성도 남아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