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집라인(Zipline) 드론은 30분 이내에 혈액과 왁신을 목적지에 전달한다.    출처= Zipline

[이코노믹리뷰=홍석윤 기자] 세계은행에 따르면, 사하라 이남 아프리카는 세계에서 건강관리 서비스가 가장 열악한 곳이다. 이지역에서 발생하는 질병으로 인한 장해와 사망의 전세계 발생양의 거의 4분의 1을 차지하지만, 이 곳에서 사용되는 의료비는 전 세계 의료비의 1%, 이 곳에서 활동하는 보건 종사자는 전세계 보건 종사자의 3%에 불과하다.

기반시설이 워낙 열악하다 보니 가장 기본적인 의료 서비스조차도 접근이 어렵다.

그러나 다행히 드론에서부터 앱, 컴퓨터 자동판매기에 이르는 새로운 기술들이 이러한 장벽을 허물고 더 많은 사람들에게 중요한 의약품에 접근할 수 있도록 도와주고 있다고 CNN이 최근 보도했다.

의료품 공중 지원

지난 5월 남아프리카공화국 국립혈액관리국(SANBS)의 아미트 싱 국장은 드론을 이용해 아프리카 대륙의 출산 여성의 높은 사망률에 대처하겠다고 발표했다.

세계보건기구(WHO)에 따르면 2017년에 임신 출산 같은 예방 가능한 원인으로 인해 전세계적으로 약 29만 5000명의 여성이 사망했는데, 이 중 약 3분의 2가 사하라 이남 아프리카 지역에서 발생했다.

싱 국장은 CNN과의 인터뷰에서 "사망 원인의 대부분은, 거리도 먼 데다 열악한 도로 인프라 때문에 전통적인 운송 수단으로는 시간이 너무 오래 걸려 혈액이 환자에게 빨리 전달되지 못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아직 민간 항공 당국과 테스트를 진행 중이지만, 드론 서비스는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최고의 대안이다. 드론은 기상 조건을 견딜 수 있고 착륙하기 위한 공간도 5평방미터(1.5평)이면 충분하다. 헬리콥터가 필요한 면적보다도 훨씬 적다.

SANBS의 계획은, 2016년부터 르완다 외딴 지역에서 드론으로 혈액과 백신을 공급하기 시작한 캘리포니아 스타트업 집라인(Zipline)의 성공에 고무됐기 때문이다. 집라인은 올 4월에는 가나에까지 그 운영을 확대했고, 지금은 전 세계적으로 1300만 명의 사람들을 위해 봉사하고 있다.

의사들은 앱을 통해 혈액과 약품을 주문하면 집라인은 주문을 받는 즉시 중앙유통센터에 보관되어 있는 의료 제품들을 포장해 드론에 실어 보낸다. 드론은 30분 이내에 목적지에 도착해 낙하산으로 의료 제품을 땅에 떨어뜨린다.

집라인의 가나 책임자인 나아 아도코르 요손은 "우리의 신속한 드론 서비스는 며칠 또는 몇 시간이 걸리던 배달 시간을 불과 몇 분으로 단축시켰다"고 말했다.

이 스타트업은 창업 후 2억 2500만 달러(2600억원)의 자금을 조달했으며, 향후 5년 안에 아프리카 전역, 동남 아시아, 아메리카 등까지 서비스를 확대해 7억 명의 오지 인구를 도울 계획이다.

▲ 우간다의 마티바부(Matibabu) 앱은 혈액 샘플 없이 말라리아를 진단하는 장치를 개발하고 임상 실험을 하고 있다.   출처= Student Hub Uganda

원격 진료

비록 인프라는 취약하지만, 사하라 이남 아프리카의 모바일 인터넷 사용자의 수는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이동통신업계 이익단체인 GSMA에 따르면 이 지역의 스마트폰 통화는 2018년에 3억 200만 건에 달했다. GSMA는 2025년에는 7억 건으로 증가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이에 따라 원격으로 의료 자문과 진단을 할 수 있는 앱이 아프리카 대륙 전역에서 속속 등장하고 있다.

남아프리카공화국의 헬로 닥터(Hello Doctor) 앱은 월 55 랜드(3500원)에 필수적인 건강관리 정보, 원격 진료, 의사로부터의 전화 회신 등을 제공한다.

나이지리아의 오모미(Omomi) 앱은 건당 지불 또는 월정 가입을 통해 임산부와 산모들이 아이들의 건강을 모니터하고 의사들과 상담하는 것을 돕는다. 일회성 상담은 200 나이라(650원), 월 가입비는 2000 나이라(6500원)다.

우간다의 마티바부(Matibabu) 앱은 말라리아 진단을 위한 임상 실험을 테스트하고 있다. 마티바부는 혈액 샘플 없이 말라리아를 진단하는 장치도 함께 개발했다. 손가락을 이 장치에 끼우고 피부에 붉은 빛을 비추면 적혈구 안에 말라리아를 일으키는 기생충 플라스모듐(Plasmodium)이 얼마나 있는지 검출할 수 있다. 그런 다음 앱을 통해 결과를 볼 수 있다.

이 앱의 설계자 중 한 명인 브라이언 기타는 CNN과의 인터뷰에서 “혈액으로 말라리아를 검사하려면 시간도 많이 걸리고(15분 내지 30분) 대개 보건소까지 직접 가야 하지만, 마티마부는 2분이면 끝나고, 80%의 높은 정확도를 자랑한다"고 말했다.

스마트 사물함

아프리카에서 긴 대기 시간은 공공 진료소에게 가장 큰 문제 중 하나다. 2014년 결핵 진단을 받은 남아프리카공화국의 네오 후티리는 매주 금요일마다 진료소에서 처방약을 받기 위해 3시간씩 줄을 서 기다려야 했다.

그는 이런 고통 경험에서 영감을 받아 만성 질환 환자에게 약을 공급하는 스마트 락커 시스템 펠레박스(Pelebox)를 개발했다.

약이 준비되면, 환자들은 사물함을 여는 고유 코드를 문자 메시지로 받는다.

후티리는 "펠레박스는 환자들이 공공 진료소에서 몇 시간 동안 대기하는 대신 22초 면 약을 받을 수 있게 해준다"고 말했다.

그는 그것이 병원 직원들의 업무량을 줄이고 중요한 환자에 집중할 수 있게 해주기를 희망한다. 지금까지 남아프리카공화국 가우텡주(州)에만 13대의 기계가 운영되고 있는데, 후티리는 앞으로 5년 내에 50대로 늘려 1000개 마을이 혜택을 받기를 바라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