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죽이야기가 2020년에 새로 도입할 브랜드 외관 디자인(파사드). 출처= 대호가

[이코노믹리뷰=최동훈 기자] 종합외식업체 대호가의 연화식 브랜드 죽이야기가 브랜드 출범 후 17년 만에 대대적으로 새 단장했다. 현재 국내 정통 죽 시장은 종합외식업체 본아이에프의 연화식 브랜드 ‘본죽’이 주름잡고 있다. 죽이야기는 이번 리뉴얼을 통해 시장 입지를 더욱 강화하는데 박차를 가할 계획이다.

28일 외식업계에 따르면 죽이야기는 내년 1월 1일부터 새로운 브랜드 로고(CI)를 적용하고 주력 메뉴로 솥죽과 솥밥을 도입할 예정이다.

새로운 브랜드 요소들은 내년 이후 출점하는 신규 점포에 전면 도입할 계획이다. 죽이야기는 점주가 원할 경우 기존 매장에도 리뉴얼 요소를 도입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업계에서는 죽이야기의 브랜드 리뉴얼에 다소 늦은 감이 있는 것으로 분석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본죽이 앞서 폭발적인 성장을 거듭하는 동안 죽이야기가 적절히 견제하지 못했다는 관측이다.

본죽은 지난 2002년 웰빙 트렌드에 맞춰 죽 사업을 선제적으로 전개해 브랜드 인지도를 굳혀왔다. 이듬해인 2003년 본죽에 이어 죽 사업에 나선 죽이야기는 사명의 발음을 본딴 브랜드 슬로건인 ‘죽이 약(藥)이다’를 앞세우며 건강식 브랜드로서 시장에 어필해왔다. 하지만 마케팅 활동을 성공적으로 이어간 본죽에 가려 경쟁 열위에 놓였다.

본죽이 성장세를 이어오긴 했지만 죽이야기와 마찬가지로 브랜드를 대대적으로 리뉴얼하진 않았다. 대신 신메뉴를 꾸준히 출시하고 자체 개발·유통·생산 시설을 구축하는 등 내실을 다지는데 주력해 성과를 거뒀다. 죽이야기도 자체 물류·생산 인프라를 갖추는 등 본죽 못지않은 사업 역량을 확보해왔다. 사업 외연 측면에서 본죽에 밀린 것은 후발주자로서 입지와 마케팅 경쟁에서 본죽에 뒤처진 점 등이 복합 작용한 결과로 분석되고 있다.

두 브랜드의 경쟁력 차이는 최근 영업실적에서도 확인된다. 공정거래위원회 가맹사업정보제공시스템에 따르면 본죽, 죽이야기 등 두 브랜드의 전체 점포 총 매출액은 각각 2365억원, 489억원에 달한다. 본죽 가맹점에서 발생하는 매출액이 죽이야기보다 4.8배 가량 높은 셈이다. 가맹점 수에 점포 평균 매출액을 곱해 단순 산출한 전체 점포 매출액을 비교한 결과다.

업계에서는 죽이야기의 이번 변신에 대해 긍정적인 전망이 나오고 있다. 현재 죽 시장에 제조사들이 뛰어들어 간편식 제품을 내놓고 개별 시장을 넓히며 정통 죽 수요를 간섭하고 있는 것으로 풀이되고 있다. 이 같은 상황에서 본죽은 그간 많은 점포를 오픈함에 따라 추가적인 출점 전략에 다소 제동이 걸린 실정이다. 본죽에 비해 죽이야기는 아직 적은 수의 점포를 더욱 늘릴 여지를 갖추고 있다. 출점 계획에 박차를 가하는 동시에 솥 메뉴 등 차별적 요소를 내세워 신규 수요를 창출할 수 있을 것이란 예측이다.

다만 본죽이 여전히 타사 입장에서 따라잡기 힘든 브랜드 파워를 지니고 있는 점은 죽이야기에 넘기 힘든 장벽이 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또 죽이야기가 브랜드 리뉴얼을 결정한 점의 이면에도 녹록지 않은 업황 속 실적 개선에 대한 절박함이 반영됐을 것이란 추측이 나온다. 현재로선 경쟁사를 의식하기보다 스스로 발전하는데 초점을 맞추고 있는 상황일 것이란 분석이다.

창업경영 컨설팅 업체 창업피아의 이홍구 대표는 “죽이야기가 이번 리뉴얼을 통해 과거 미흡했던 프리미엄 감성을 고객에 제공할 수 있다면 지금보다 시장 입지를 더욱 확장할 수 있을 것”이라고 예측했다.

이 대표는 “다만 죽이야기가 그간 발전해올 수 있었던 데엔 본죽 주도 아래 나타난 시장 성장세의 영향이 컸다”며 “죽이야기가 앞으로 본죽의 대항마가 아닌 대안 정도로 세를 넓힐 수 있지 않을까 예상한다”고 부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