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내 PC 게임 시장 규모. 출처=2019 대한민국 게임백서

[이코노믹리뷰=전현수 기자] 계속해서 줄던 국내 PC 게임 시장 규모가 4년만에 다시 늘었다. ‘배틀그라운드’ ‘로스트아크’ ‘피파온라인4’ 등 주요 PC온라인 게임 신작 출시에 따른 영향이다. PC 게임 수요가 여전히 존재한다는 게 확인된 셈이다. 이 가운데 크로스 플랫폼 확산으로 PC-모바일 간 경계가 무너지고 있어 플랫폼별 시장 규모 양분이 차츰 무의미해지고 있다는 평도 나온다. 

한국콘텐츠진흥원이 지난 24일 발간한 2019 대한민국 게임백서에 따르면 지난 2018년 국내 PC 게임 시장은 전년 대비 10.6% 증가한 5조236억원을 기록했다. 국내 PC 게임 시장이 최근 몇 년간 지속적으로 감소한 걸 감안하면 눈에 띄는 반등이다.

국내 PC 게임 시장은 지난 2014년 5조5761억원에서 2015년 4.6% 줄어든 5조3182억원으로 줄었고, 2016년엔 12% 급감한 4조6736억원으로 집계됐다. 이듬해에도 하락폭이 이어져 4조5409억원을 기록했다. 그러나 지난해 4년만에 반등한 모양새다. 한국콘텐츠진흥원은 2019년에도 성장세가 이어져 시장 규모는 5조1929억원을 기록할 것으로 내다봤다.

주요 PC 신작 출시로 반등…’수요 여전’

▲ 배틀그라운드. 출처=펍지

PC 게임 시장 규모 증가를 견인한 건 배틀그라운드, 피파온라인4, 로스트아크 등 주요 신작이었다. 우선, 2017년 말 출시된 펍지의 배틀그라운드는 지난해 PC방을 휩쓸며 돌풍을 일으켰다. 특히 상반기엔 PC방 점유율이 40%대에 달했다. 배틀그라운드는 모바일 버전으로도 출시됐지만 PC 플랫폼의 매출 비중이 80%에 달하는 것으로 파악된다.

넥슨이 서비스하는 피파온라인 시리즈의 최신 버전인 피파온라인4 또한 시장에 활기를 불어넣었다. 2018년 5월 출시된 피파온라인4는 전작의 높은 인기를 기반으로 시장에 정착했다. 전작인 ‘피파온라인3’는 전체 계정수 1300만여 개, 동시 접속자 최대 86만명 등 기록을 세운 타이틀이다. 피파온라인3 유저는 자연스럽게 피파온라인4로 이동하며 피파온라인 시리즈의 인기는 이어졌다.

스마일게이트가 2018년 11월 출시한 로스트아크는 PC MMORPG 돌풍을 일으켰다. 로스트아크는 출시 전부터 높은 기대감을 받으며 ‘PC MMORPG의 희망’으로 평가받았고 그 기대는 성과로도 이어졌다. 출시 초기 동시접속자수는 35만명을 돌파했고 연일 서버 대기열이 이어지는 현상이 나타나기도 했다. 로스트아크는 출시 이후 한 달만에 약 400억원 내외 매출을 올린 것으로 파악된다. 

던전앤파이터의 중국 매출 증가도 국내 PC 게임 시장 규모 증가에 영향을 미쳤다. 넥슨은 지난해 매출 2537억엔, 영업이익 984억엔, 순이익 1077억엔을 기록했는데, 이는 전년 대비 매출액과 영업이익이 각각 8%, 9% 늘어난 수치다. 이는 중국내 던전앤파이터 매출이 크게 늘은 덕이다. 한국콘텐츠진흥원은 기본적으로 국내 게임사가 수출을 통해 올린 매출도 국내 게임 시장 매출에 포함시킨다.

기존 장수 PC 게임에도 유저 몰렸다

▲ 리니지 리마스터 그래픽. 출처=엔씨소프트

올해도 성장은 이어졌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렇다 할 PC 신작은 눈에 띄지 않았지만 기존 인기 게임의 리마스터와 주요 업데이트 등이 호응을 얻었다. 대표적으로 엔씨소프트의 대표작 ‘리니지’가 지난 3월 리마스터로 새단장했다. 리마스터를 통해 진화된 풀HD 그래픽과 해상도, 전용 모바일 애플리케이션 예티 출시, 고도화된 자동사냥 시스템 탑재 등 변화가 생겼다. 이와 함께 엔씨소프트는 리니지의 기존 월 요금제를 없애고 부분유료화로 전환했다.

결과적으로 매출액은 더욱 늘었다. 엔씨소프트에 따르면 리니지는 지난 1분기 207억원의 매출을 올렸지만 그 다음 분기인 2분기엔 매출은 두 배 이상 늘어난 501억원을, 3분기엔 518억원을 기록했다.

카카오게임즈가 지난 6월 국내 서비스를 시작한 패스오브엑자일(POE)도 PC 게임 시장에 힘을 실었다. POE는 출시 된지 5년이 넘은 게임임에도 안정적인 게임성을 바탕으로 국내 유저들의 호응을 얻는데 성공했고 출시 직후 PC방 점유율 톱 10에 진입했다. 현재까지도 매 시즌마다 업데이트가 진행되면 사용시간이 급증하고 있다.

오래된 PC게임의 인기가 다시 불붙은 사례는 또 있다. 블리자드엔터테인먼트의 월드오브워크래프트(WOW)가 그 예다. 블리자드는 지난 8월 WOW의 출시 초창기 모습(2006년 적용된 전장의 북소리 1.12.0 패치)를 재구현한 WOW 클래식을 출시했다. 과거 WOW를 즐겼던 유저를 중심으로 WOW 클래식에 몰리며 연일 서버 대기열이 발생하는 등 게임의 인기는 뜨거웠다.

이처럼 PC 게임 시장이 유명 지식재산권(IP) 기반 게임을 기반으로 명맥을 유지하는 가운데 온라인게임 결제한도가 폐지된 점도 큰 변수다. 문화체육관광부는 지난 6월 PC온라인 게임에 적용되던 1인당 결제한도 50만원 제한을 폐지했다. 이는 PC게임 시장 규모 증가에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 결제한도 폐지에 따른 올해 PC온라인 게임 시장 규모 변화는 내년 주요 게임사들의 올해 4분기 실적 발표가 나오면 어느 정도 드러날 것으로 예상된다. 

플랫폼 매출 구분 무의미해진다? 크로스 플랫폼 점차 늘어

▲ V4가 PC와 모바일의 크로스 플레이를 지원한다. 출처=넥슨

현재 게임사는 매출을 모바일과 PC로 무리없이 양분하고 있지만, 이 같은 경계가 점차 사리질 가능성도 나온다. 주요 게임사를 중심으로 플랫폼의 경계를 뛰어 넘는 크로스 플레이가 차츰 영역을 넓혀가고 있기 때문이다.

엔씨소프트가 지난 11월 출시한 모바일 게임 ‘리니지2M’은 게임의 정체성은 모바일에 있지만 실상 PC와의 크로스 플레이가 가능하다. ‘퍼플’을 이용하면 PC에 최적화된 환경에서 게임을 즐길 수 있다. 넥슨이 같은달 출시한 ‘V4’ 역시 PC와의 크로스 플레이가 가능하도록 PC용 베타버전이 출시됐다. 중국 게임사 미호요의 모바일 게임 붕괴3rd의 PC버전 출시 또한 PC와 모바일의 경계가 희미해지고 있는 사례다.

이 같은 흐름은 계속 확산될 것으로 전망된다. 모바일 게임에서도 PC 조작감을 원하는 유저들이 많기 때문이다. 

한국콘텐츠진흥원 관계자는 “크로스 플레이가 가능한 게임에 대해서는 앞으로 새로운 기준을 다시 만들거나 게임사에 자체적으로 분류를 요청하는 방법으로 진행해야할 거 같다”면서 “다만 콘텐츠산업 통계는 (플랫폼별 매출 보다는)전체 산업 매출을 집계하는 게 1차적 목표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