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최진홍 기자] 배달의민족을 운영하는 우아한형제들이 독일계 딜리버리히어로의 품에 안기는 한편, 김봉진 우아한형제들 대표가 두 회사의 합작사인 우아DH아시아 의장으로 활동하며 글로벌 시장을 정조준하기 시작했다. 그러나 이를 바라보는 업계의 심정은 복잡하다. 일각에서는 국내 인터넷 스타트업 업계의 쾌거라는 평가가 나오지만, 반대편에서는 많은 우려도 감지되고 있어 눈길을 끈다.

결국 프레임 싸움이다. 쟁점별로 정리할 필요가 있다.

#인터넷 스타트업 업계의 쾌거
딜리버리히어로의 우아한형제들 인수합병은 국내 인터넷 스타트업의 쾌거가 맞다. 딜리버리히어로는 우아한형제들의 기업가치를 40억달러로 평가했으며 김 대표는 물론 힐하우스캐피탈, 알토스벤처스, 골드만삭스, 세쿼이아캐피탈차이나, 싱가포르투자청(GIC) 등 투자자들은 소위 ‘대박’을 쳤다. 스타트업의 최종목표가 꼭 기업공개는 아닌 시대를 맞아 훌륭한 엑시트에 따른 자금 선순환 구조는 국내 인터넷 스타트업 업계의 고무적인 현삼으로 봐도 무방하다. 이번 합병과 엑시트를 통해 '제2의 김봉진 대표'를 꿈꾸는 스타트업 대표가 많아지는 것도 긍정적인 현상이다. 이는 업계의 자극제다.

#글로벌 진출
우아한형제들이 딜리버리히어로에 인수되는 한편, 합작사 우아DH아시아가 등장하고 의장에 김봉진 대표가 올라서는 장면도 중요하다. 이는 국내 플랫폼 업계를 제패한 인사가 더 넓은 글로벌 시장을 진출하는 첨병을 맡는다는 점에서 큰 의미가 있다. 다른 시각으로 보면 국내 인터넷 플랫폼 사업자의 능력이 국제적으로 인정받았다는 뜻도 된다. 김 대표가 딜리버리히어로의 경영진 중 개인 최대 주주가 되며, 본사에 구성된 3인 글로벌 자문위원회의 멤버가 된다는 점이 중요한 이유다.

지금까지 국내 ICT 기업이 글로벌 시장에 진출할 때는 한류열풍을 바탕으로 콘텐츠 사업에 집중하거나, 혹은 블록체인과 같은 완전히 새로운 기술로 승부를 거는 일이 잦았다. 네이버의 라인을 제외하고는 국내 ICT 플랫폼이 글로벌 시장에서 두각을 보이거나 시장 진출을 시도하는 사례는 거의 없었다. 이런 상황에서 배달앱 '플랫폼'을 운영하던 우아한형제들이 김봉진 대표라는 상징적인 인물을 바탕으로 글로벌 플레이어와 협력해 외부 아시아 시장을 노리는 장면은, 성공여부와 별도로 의미있다는 평가가 중론이다.

▲ DH가 우아한형제들을 인수한다. 출처=우아한형제들

#시장 독과점
딜리버리히어로가 우아한형제들을 인수하며 국내 배달앱 시장의 독과점이 심화될 것이라는 우려는 정당하다. 배달앱 시장의 99%를 하나의 사업체가 운영하기 때문이다. 물론 배달의민족과 요기요, 배달통은 각자 경영에 돌입하지만 사실상 한 몸이기에 역시 시장 독과점 우려는 타당성을 가진다. 추후 기업결합 심사에 나서는 공정거래위원회의 판단에 시선이 집중되는 이유다.

시장 독과점이 필연적으로 생태계 구성원들을 핍박할 수 있다는 말에도 귀를 기울일 필요가 있다. 실제로 소상공인연합회는 27일 국회에서 정의당 추혜선 의원과 함께 기자회견을 열어 "소상공인의 경제적 이익을 침해하고 소비자 선택을 저해할 것"이라고 비판했다. 일방적인 수수료 인상 및 각종 불공정 행위가 벌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우려에 대한 안전장치가 아예 없는 것은 아니다. 일단 가장 핵심적인 사안 중 하나인 수수료 인상의 경우 배달의민족은 "없을 것"이라고 선을 그었다. 김범준 부사장(차기 우아한형제들 CEO)는 지난 17일 직원과의 대화 시간인 ‘우수타’(우아한 수다 타임)에서 “독과점으로 인한 수수료 인상 우려가 있는데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질문이 나오자 “인수합병으로 인한 중개 수수료 인상은 있을 수 없고 실제 일어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한 바 있다.

그는 또“내년 4월부터 새롭게 적용될 과금 체계를 우리는 이미 발표했다”며 “중개 수수료를 업계 통상 수준의 절반도 안되는 5.8%로 낮추고 소상공인에게 부담을 주던 ‘깃발꽂기’를 3개 이하로 제한하고 요금도 동결했다”고 설명했다.

김 부사장은 이어 “낮은 수수료율이 결국 음식점주님들을 우리 플랫폼으로 모시는 원동력이 됐고, 많은 음식점을 만날 수 있으니 이용자와 주문 수도 늘었다”면서 “업주님과 이용자들이 모두 만족할 때 플랫폼은 성장할 수 있다는 점을 잘 알고 있기 때문에, 인수합병을 했다고 수수료를 올리는 경영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현 상황에서는 이 약속이 유지되기를 바랄 뿐이며 만약 이 약속이 공염불이 된다면, 배달의민족은 철퇴를 맞아 마땅하다.

크게는 배달앱 시장의 독과점 문제도 약간의 여지가 있다. 국내 배달앱 시장 규모는 3조원에 불과하며, 20조원에 달하는 전체 배달음식 시장에 비해서는 낮은 수치다. 우아한형제들을 흡수한 딜리버리히어로가 3조원의 99%를 장악하고 있으나 나머지 17조원은 무주공산이며, 이미 쿠팡이츠 등 다양한 플레이어들이 뛰고 있다는 점도 알아둘 필요가 있다.

▲ 국내 유니콘 대부분이 글로벌 자금으로 운영된다. 출처=갈무리

#글로벌 자본의 국내 유니콘 잠식
국내 스타트업인 우아한형제들이 독일계 딜리버리히어로에 넘어가자 글로벌 자본의 국내 스타트업 자본 잠식을 걱정하는 말이 나오고 있다.

우아한형제들의 외부 투자자들이 보유한 지분 80% 이상과, 김봉진 대표 등 경영진들의 잔여지분 모두 독일계 플랫폼인 딜리버리히어로로 넘어가는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이미 우아한형제들의 지분은 대부분 미국계 VC들이 가지고 있었다. 그런 이유로 미국계 자본이 독일계 자본으로 일종의 손바뀜이 일어났을 뿐이다. 만약 글로벌 자본의 국내 유니콘 잠식을 비판하고 싶었다면, 최초 유니콘들이 자본을 유치하려고 할 때 국내 VC들에게 왜 선택을 받지 못했느냐를 먼저 따지는 것이 순서다. 이제 와서 글로벌 자본 잠식을 우려하는 것은 너무 늦었고, 이미 현실이 된 사실을 새삼스럽게 비판하는 것일 뿐이다.

국내 유니콘 대부분에 글로벌 자본이 들어왔다는 점도 알아둘 필요가 있다. 실제로 비바리퍼블리카의 경우 세계적 투자사 클라이너퍼킨스, 알토스벤처스, 굿워터캐피탈, GIC, 세콰이어 차이나, 베세머벤처파트너스 등이 포진했다. 쿠팡의 대주주는 일본 손정의 회장이 이끌고 있는 소프트뱅크며 야놀자는 싱가포르투자청이 주주로 들어가 있다. 국가별로 보면 일본 자금이 많이 들어간 유니콘 기업은 쿠팡, 옐로모바일이 거론되며 크래프톤은 중국 자본이 90% 이상이다. 비바리퍼블리카는 거의 100%에 가까운 자본 출처가 미국이다. 우아한형제들이 딜리버리히어로에 인수된다고 글로벌 자본 잠식을 비판하는 것보다, 국내 11개 유니콘 대부분에 글로벌 자본 잠식이 일어나고 있다고 비판하는 것이 맞다. 토스의 비바리퍼블리카를 미국 회사라고 부르고, 쿠팡을 일본 회사라고 부를 것이 아니라면 더 근본적이고 더 넓은 범위의 문제제기가 있어야 한다는 뜻이다.

▲ 배달의민족의 배달이, 그 배달이 아닐 수도 있다. 출처=갈무리

#애국 마케팅
글로벌 자본의 국내 유니콘 잠식이 관심을 받으며 우아한형제들에 배신감을 느끼는 이들도 많아지고 있다. 그러나 거듭 강조하지만, 배신감을 느낄 것이라면 11개 유니콘 전체에 다 배신감을 느껴야 한다. 비바리퍼블리카는 천조국 민족이며 쿠팡은 닛폰의 민족이기 때문이다. 이렇게 보는 사람은 없지 않은가?

다만 우아한형제들이 배달의민족을 운영하며 강한 애국 마케팅을 활용했고, 여기에 배신감을 느끼는 것은 일정정도 이해가 될 수 있다는 말이 나온다. 실제로 우아한형제들은 다수의 광고를 통해 우리민족, 즉 배달의민족을 기반으로 둔 애국 마케팅 취향을 유독 드러낸 바 있다.

그러나 여기에도 어폐가 있는 것이 '배달의민족 마케팅이 과연 애국 마케팅인가'라는 점에는 의견이 갈린다는 점이다. 실제로 브랜드 명 자체가 '배달의민족'이기에 한민족의 감성을 살린 것은 사실이지만 여기에는 '배달음식'의 '배달'이라는 중의적인 의미도 들어간다. 또 우아한형제들이 배달의민족 광고를 하면서 유독 "대한민국 킹왕짱" "배달의민족은 신의 자손" "배달의민족은 천손이며, 한국인은 우리만 쓰세요"라는 뜨거운 감성 메시지를 던진 적도 없다.

자문해 보라. "우리가 어떤 민족입니까"라는 광고가 나올 때 드넓은 만주벌판을 호령하는 선조들의 웅비를 상상하며 짜장면을 주문했는가, 아니면 "이 배달이 그 배달은 아닐텔테'라며 피식 웃으며 짜장면을 주문했는가. 

결국 배달(倍達)과 배달(配達)의 중의적인 표현을 활용한 '힙'한 마케팅일 뿐이다. 여기에 애국 마케팅이 전혀 들어가지 않았다고 볼 수 없지만, 그렇다고 "배달의민족이 게르만민족 이었냐!"고 핏대를 올리며 불매운동까지 벌어기에는 모호한 구석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