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공지능은 기술 대기업들의 기술 포트폴리오에 없어서는 안 될 중요한 요소다.     출처= ERE.net

[이코노믹리뷰=홍석윤 기자] 기술 대기업들이 인공지능의 뜨거운 분야에서 보조를 맞추기 위해 아낌없이 지갑을 열고 있다. 그곳은 스타트업들과 학계의 최고 아이디어와 가장 잘 나가는 인재들이 모여 있는 곳이기 때문이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이 26일(현지시간), 기술 대기업들이 작은 AI 스타트업에 눈독을 들이는 진짜 이유를 상세 보도했다.

인텔이 지난 주 이스라엘의 AI 반도체 스타트업 하바나 랩스(Habana Labs)를 20억 달러(2조 3000억원)에 인수한 것은 이 분야의 최대 거래였다. 아마존닷컴과 마이크로소프트사 등 다른 기술 대기업들도 최근 몇 년 동안, 복잡한 알고리즘을 적용하는 능력을 강화하기 위해 배달 로봇에서부터 자율주행차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AI 스타트업들을 사들였다. 시장 데이터를 제공하는 피치북 (PitchBook)에 따르면 애플은 2013년 이후 17개의 AI 스타트업을 낚아챘다.

인텔의 벤처캐피털 자회사가 투자한 랜딩닷에이아이(Landing.ai) 등 여러 개의 AI 스타트업을 창업한 인공지능 업계의 그루 앤드류 응은 "AI는 많은 산업에서 전략적으로 중요하며, 이에 올바로 대응하느냐 못하느냐가 향후 기업의 성패를 좌우할 것”이라고 말했다.

마이크로소프트의 공동 창업자 폴 앨런이 설립한 시애틀의 알렌 AI 연구소(Allen Institute for AI)의 오렌 에치오니 소장은 "기술 대기업들이 AI 스타트업들을 사들이는 이유는 그 회사들이 갖고 있는 기술이나 제품뿐 아니라 그 회사의 인재들을 원하기 때문”이라고 강조한다.

"기술 대기업들이 작은 AI 스타트업을 인수하는 이유의 절반은 그 회사에 구성되어 있는 인재팀때문입니다. 그런 인재들이야말로 이 회사가 무엇을 할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사람들이니까요"

지난 6월, 애플이 고전하고 있던 자율주행차 스타트업 드라이브닷에이아이(Drive.ai)를 인수 가격도 밝히지 않고 인수했을 때, 기술 업계에서는 애플이 드라이브닷에이의 엔지니어들을 수용하기위한 것이라는 소문이 널리 퍼졌는데, 사실 이는 기술 업계에서는 이미 잘 알려진 이야기다.  

실제로 스타트업들의 몸값이 비싼 이유는 거의 전적으로 그 회사의 인재들 때문이다.

글로벌 투자은행 RBC 캐피털 마켓(RBC Capital Markets)의 미치 스티브스 애널리스트는 "하바나 랩스는 최근에야 첫 제품을 판매하기 시작해 매출이 얼마 되지도 않는데도 인텔은 거액을 지불한 것도 그런 이유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인텔과 하바나는 하바나의 매출이 얼마인지 공개하지 않았다.

인텔의 데이터센터와 AI 사업을 총괄하는 나빈 시노이는 "우리는 이 시장에서 승자가 되기 위해서라면 어떤 투자도 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머신 러닝 애플리케이션에 적합한 칩을 전문으로 하는 하바나를 인수하는 것은, 빠르게 증가하고 있는 AI 컴퓨팅 수요에 대한 인텔의 투자 일환이라고 설명했다. 인텔은 향후 5년 내에 AI 컴퓨팅용 전용 칩 산업의 규모가 250억 달러(29조원)에 이를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앞으로도 계속 하바나의 사업을 이끌게 될 하바나의 데이비드 다한 최고경영자(CEO)는 인텔의 하바나 인수 전략을 높이 평가하며 앞으로 두 회사가 더 많은 AI 혁신을 함께 더 빨리 이루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인텔은 얼마 전부터 AI에 대한 투자를 크게 늘리고 있다. 지난 2016년에도 미국 샌디에이고에 본사를 둔 AI 칩 제조업체 너바나(Nervana)에 4억 달러를 투자했다. 2017년에는 153억 달러(18조원)를 들여 자율주행차 어플리케이션을 장착한 자동차-카메라 기술에 특화되어 있는 이스라엘 스타트업 모빌아이(Mobileye NV)를 인수했다.

스탠포드대학교 인간중심 인공지능연구소(Human-Centered Artificial Intelligence)의 보고서에 따르면, 인텔은 하바나 인수 이전인 11월까지 AI 관련 인수합병에 350억 달러를 쏟아 부었는데, 이는 2017년 320억 달러, 2018년 110억 달러에 계속 이어지는 투자 행진이다.

인공지능 인재의 높은 급여는 이 분야의 높은 수요를 그대로 반영한다. 영국 벤처캐피털 펀드 MMC 벤처스(MMC Ventures Ltd.)에 따르면 AI 엔지니어 대부분은 고급 학위를 소지하고 있고 연평균 22만 4000달러(3억 6000만원)를 받는다. 이는 미국 노동통계국의 2018년 자료에 의거한 미국의 소프트웨어 개발자 평균 연봉 10만 4480달러(1억 2000만원)의 두 배가 넘는다.

기업들은 오랫동안 학계로부터 AI 전문가를 끌어들이려고 노력해 왔다.

차량호출회사 우버 테크놀로지스는 2015년 카네기멜론 대학교의 로봇 교수들을 대거 채용해 피츠버그 연구소 근처에 자율주행 연구소를 세워 자율주행차 개발 노력을 강화했다. 우버 대변인은 회사가 학계와 상호 이익이 되는 파트너십을 구축하기 위해 노력해왔다고 밝혔다.

지난 8월 로체스터 대학교의 한 평가보고서에 따르면, 북미 지역에서 지난 15년 동안 221명의 AI 교수들이 대학을 떠나 기술 회사로 옮긴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은 전임직을 맡거나 교직과 민간 기업의 일을 겸업하기도 했다. 지난해에는 거의 40명의 대학 교수들이 민간 기업으로 진출하는 등 그 속도는 더욱 빨라진 것으로 나타났다.

스탠포드 연구소의 조사에 따르면, 지난 해 민간 기업은 AI 박사 졸업생의 60%를 유치했는데, 2004년의 20%에 비해 크게 늘어난 수치다.

최근 몇 년간 여러 개의 AI 기업을 인수한 페이스북도 유수 대학 근처에 AI 연구소를 설립하고 인재 유치에 나서고 있다. 대학 관계자들에 따르면 페이스북은 지난해 워싱턴 대학교의 AI 교수들을 채용하기 위해 스톡옵션과 기타 특혜를 포함해 교수 급여의 2배 이상의 높은 보상을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