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 강남에 위치한 아파트 단지 전경

[이코노믹리뷰=권일구 기자]서울 아파트 전세가격이 꺾일 기미를 보이지 않으며 가파르게 상승하고 있다. 집값을 잡겠다는 정부의 강력한 메시지를 담은 12.16 부동산 대책이 오히려 전세 시장을 자극했다는 분석이다. 정부는 이번 대책에 대해 9억원 이상 고가 주택의 투기수요를 근절하고 실수요자의 요건을 강화하겠다는 취지를 밝히고, 이를 통해 투기수요가 줄고 주택시장의 안정화를 꾀할 것으로 내다봤다.

이후 서울 집값은 대책 발표 이후 25주째 오름국면에서 전주 대비 0.10%(한국감정원 자료)로 상승폭이 축소되면서 안정을 찾아 가는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전국의 전세사장은 이와 반대의 길을 걷고 있다. 특히 서울은 전주대비 큰 폭으로 상승함에 따라 아파트 매매 수요가 전세 수요로 이전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27일 한국감정원의 ‘19.12월 4주 주간아파트가격동향조사’를 살펴본 결과, 서울을 비롯해 전국의 주간 아파트 전세가격이 상승폭을 키웠다.

부동산 한 전문가는 “서울 및 전국의 전세가 상승률이 급증한 것은 정부의 부동산 대책으로 인한 대출규제와 주요 학군이나 직주근접 단지로의 전세 수요가 늘어난 것에 비해 공급 물량이 부족하기 때문이다”라고 원인을 분석했다. 

올해 신규 아파트의 입주 물량이 전년 대비 절반가량 줄어드는 것도 요인 중 하나로 지목됐다.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지난해 4분기 서울의 입주 물량은 2만1000세대 였지만, 올해는 1만2000세대로 절반 가량이 줄었다. 

서울은 지난 주 0.18%에서 0.23%로 대책 발표 이후 큰 폭으로 증가했다. 동별로는 양천구(0.56%)와 강서구(0.53%)가 가장 큰 폭의 증가율을 보였는데, 입시제도 개편으로 인해 학군수요와 직주근접 단지를 중심으로 상승폭을 키운 것으로 조사됐다. 이어 강남구(0.52%), 송파구(0.35%), 서초구(0.32%), 강동구(0.20%) 등이 뒤를 이었다.

비교적 거주 선호도가 높은 마포구는 0.19%, 서대문구 0.16% 올랐고, 노원구, 도봉구, 강북 구 역시 0.10~0.02% 오르는 등 서울의 전세가는 대부분 지역에서 상승 모드를 이어갔다.

KB부동산 리브온의 ‘주간 KB주택시장 동향’ 자료에서도 서울은 24주 연속 전세가 상승률을 기록하는 등 전세가 상승은 멈출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실제 ‘서울시 부동산 정보광장’ 전세거래 자료를 살펴보면, 4분기 기준 강남구 대치동 한보미도맨션1차 128㎡는 지난 11월 10억5000만원에서 12월 11억0000만원으로 5000만원이 올랐고, 양천구 목동 신시가지2단지 122㎡는 8억원에서 8억8000만원으로 무려 8000만원이 올랐다. 노원구 중계동 한화꿈에그린 85㎡도 4억5000만원에서 이달 4억7000만원으로 상승했다.

이 전문가는 “강남구와 양천구 목동, 노원구 중계동 등은 주로 학군 수요가 많은데 반해, 전세 공급량이 적어 전세가가 크게 올랐다”며 “일부 실수요자들도 내집마련을 접고, 전세로 이동하고 있는 추세다”라고 전했다.

공급이 모자라다 보니 전세 구하기는 하늘의 별따기이다. 성북구 장위동에 거주하고 있는 주부 김모씨(42는) “전세로 들어온지 벌써 2년이 됐는데 집주인이 거주하려 한다는 연락을 받고 급히 같은 단지의 전세를 알아봤다”며 “대출제한으로 집을 살수도 없는데 전세 마저 구하는게 쉽지 않다”고 토로했다.

이밖에도 지방에서는 세종시 2.17%, 대전 0.31%, 울산 0.16%, 경기 0.15% 등 상승세를 이어갔다.

한편, 서울과 광역시의 전세 상승은 내년에도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이다.

김은진 부동산114 리서치 팀장은 “내년 서울의 전세 시장은 올해 보다 상승, 확대될 가능성이 높은데 신규 아파트 공급이 줄면서 매매로 분산됐던 수요가 위축되고 이들이 전세 수요로 머물 것이다”라며 “매매가가 오른 것에 비해 전세가는 그동안 안정적으로 유지됐지만, 서서히 그 격차를 줄여가고 있는 상황이고, 세재나 다주택자에 대한 부담이 증가되면 이는 곧바로 세입자에게 전가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다만, 전체적으로는 입주 물량은 많을 것으로 보이는데, 이중에서도 그동안 하락세를 면치 못했던 경상권은 낙폭이 줄고, 충청권은 약세를 보일 것으로 전망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