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최지웅 기자] "인보사와 같은 것 아닌가요?"

A병원 의사가 퇴행성관절염으로 인한 무릎 통증으로 병원을 찾는 환자들에게 골관절염 치료제를 처방할 때마다 가장 많이 듣는 질문이다. 무릎에 주사를 놓는다는 점에서 골관절염 유전자치료제 인보사케이주(인보사)와 동일한 제품으로 비춰진 모양이다.

약에 대해 잘 모르는 환자들이 충분히 오해할 수 있는 부분이지만 기존 골관절염 치료제 제조사 입장에서는 그리 달갑지 않은 이야기다. 올해 초 성분 논란으로 품목허가가 취소된 인보사와 동일한 제품으로 취급되는 것만으로도 브랜드 이미지와 매출에 큰 타격을 입을 수 있기 때문이다. 자칫 환자들이 현재 처방 중인 골관절염 치료제를 인보사로 오인하고 치료를 거부하는 상황마저 발생할 수 있다. 해당 업체들은 자사의 치료제가 인보사와 동일선상에 올려지는 상황에 대해 경계심을 드러냈다. 

익명을 요구한 한 업체 관계자는 "인보사와 같은 유전자치료제나 줄기세포 성분의 치료제는 손상된 근육이나 뼈를 재생시키는데 효과적이고, 재생된 연골이 다 닳을 때까지 반영구적으로 사용할 수 있다는 점에서 주목을 받는다"면서 "이미 연구개발 과정에서 상당한 진척을 보인 줄기세포치료제와 달리 유전자치료제는 고비용과 면역반응 등 여전히 해결해야 할 과제가 많다"고 지적했다.

▲ 메디포스트가 2012년 개발한 카티스템은 세계 최초로 동종 제대혈 유래 중간엽줄기세포를 이용한 무릎 연골 결손 치료제. 출처=메디포스트

인보사와 다르다

인보사는 사람의 연골에서 추출한 동종유래 연골세포 1액과 연골세포 성장인자(TGF-β1)를 도입한 형질전환 세포가 담긴 2액으로 구성된 골관절염 유전자 치료제다. 지난 3월말 인보사 사태도 핵심 성분이 뒤바뀌면서 불거졌다. 코오롱생명과학은 인보사 허가 당시 주성분을 'TGF-β1 유전자 도입 동종연골유래연골세포'로 기재했으나 식약처 확인 결과 ‘동종연골’이 아닌 ‘신장’ 유래 세포인 것으로 드러나 품목허가가 취소되는 수모를 겪었다.

인보사 사태 이후 환자들은 골관절염 치료제에 대한 강한 의구심을 품기 시작했다. 현재 사용 중인 골관절염 치료제도 인보사와 같은 문제를 안고 있을지도 모른다는 우려 때문이다. 그런 이유로 애꿎은 골관절염 치료제만 피해를 보고 있다는 불만이 나오고 있다. 이들은 강도높은 연구개발로 다양한 가능성을 타진하고 있으나, 인보사 사태로 인해 '도매급'으로 넘겨지는 것에 크게 우려하고 있다. 

▲ 카티라이프’는 환자 본인의 관절외 연골조직으로부터 분리, 증식한 연골세포를 작은 구슬형태의 연골조직으로 만든 제품. 출처=바이오솔루션

27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현재 손상된 연골을 재생시켜 퇴행성 관절염을 근본적으로 치료하는 제품은 메디포스트의 ‘카티스템’과 바이오솔루션의 ‘카티라이프’다. 이들 치료제는 인보사와 마찬가지로 ‘골관절염의 치료’라는 동일한 목적을 갖고 있지만 성분이나 효능, 투여 대상 등에서 큰 차이를 보인다는 평가다.

특히 유전자치료제인 인보사와 본질적으로 다르다. 카티스템은 ‘제대혈 줄기세포’를, 카티라이프는 ‘자가 늑골 세포'를 이용한 치료제다.

아울러 이들 치료제는 국내 바이오의약품에 대한 믿음을 훼손한 인보사와 달리 다년간 안전성을 검증하며 신뢰를 쌓아왔다.

먼저 메디포스트가 2012년 개발한 카티스템은 세계 최초로 동종 제대혈 유래 중간엽줄기세포를 이용한 무릎 연골 결손 치료제다. 퇴행성 또는 반복적 외상에 의한 골관절염 환자 치료에 사용된다. 최근에는 치료범위를 기존 무릎 연골 결손에서 발목뼈인 거골의 연골 손상으로 확대하며 경쟁력을 강화하고 있다.

카티스템은 2012년 1월 식약처 허가를 받은 이후 1만 3000바이얼 이상 처방됐다. 국내에서 안전성과 유효성을 충분히 검증한 카티스템은 적응증 확대와 더불어 고령 인구가 많은 일본 진출을 앞두고 있다. 메디포스트는 지난 9일 일본에서 무릎 연골 결손 치료제로 '카티스템'의 임상 2상 시험계획을 승인받기도 했다.

메디포스트 관계자는 "일본 임상시험은 국내에서 시판 후 7년여 동안 검증받은 카티스템의 안전성과 유효성을 재확인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바이오솔루션의 무릎 연골 재생용 세포치료제 ‘카티라이프’는 지난 4월 식약처로부터 조건부 품목허가를 승인받았다. 최근에는 국내 임상 3상 승인을 통해 조건부를 뗄 수 있는 기회를 얻었다.

카티라이프는 환자 본인의 관절외 연골조직으로부터 분리, 증식한 연골세포를 작은 구슬형태의 연골조직으로 만든 제품이다. 연골결손 부위에 이식하면 기능을 갖는 연골층을 형성하고 증상을 개선시키는 치료 효과를 보인다.

이정선 바이오솔루션 대표는 “카티라이프는 체외에서 연골조직을 만들어서 이식한다는 점에서 단순히 증상완화뿐만이 아닌 반영구적인 연골을 형성하는 우수한 연골재생 효과를 기대할 수 있고 환자 자신의 세포만을 사용하기 때문에 안전하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