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출처=이미지투데이

[이코노믹리뷰=권유승 기자] 성장동력을 잃은 보험업계가 돌파구를 모색하기 위해 헬스케어에 집중하고 있다. 그러나 규제 문제에 막혀 큰 힘을 쓰지 못하는 것으로 알려져, 향후 보완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실제로 해외에 비해 지지부진하던 보험사 헬스케어 시장은 소비자와 보험사 모두 윈윈할 수 있는 전략으로 꼽혀왔으나, 각종 규제에 막혀 활성화가 더디다는 지적이 나오고는 했다. 

다만 완화되고 있는 규제는 물론 디지털헬스, 유전자분석 등을 활용한 문이 열리고 있어, 보험사 헬스케어 확대를 반대하고 있는 의료계 문턱을 넘어설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 ‘윈윈’ 혁신상품 개발 절실

27일 업계에 따르면 보험사 헬스케어 시장 활성화를 위한 움직임이 꿈틀되고 있는 분위기다. 최근 ‘디지털헬스케어 생태계 조성세미나’에서 “디지털헬스 도입이 위기에 직면한 보험사들의 돌파구”라는 주장이 제기되면서 헬스케어 확대의 중요성이 부각됐다. 이번 세미나는 생명보험협회, 손해보험협회, 한국디지털헬스산업협회 등의 공동 주최로 진행됐다.

세미나에서는 △플랫폼 고도화와 건강정보 융합 △디지털 헬스 스타트업과의 협업 △근로자지원프로그램(EAP) 디지털헬스 활용 등이 보험사들의 성장동력을 일으킬 방안으로 나왔다. 디지털헬스케어로 환자들의 자가관리가 이뤄질 수 있는 보험업계의 서비스 개발을 촉구해야 한다는 요구도 제기됐다.

유전자검사를 활용할 수 있는 기회도 확대되고 있다. 소비자 직접 의뢰(DTC) 유전자 검사 서비스 검사 항목이 12개에서 56개로 늘어나게 된 것이다. DTC는 병원이 아닌 민간 유전자검사기관에서도 소비자가 혈액‧타액 등으로 유전자 검사를 직접 의뢰할 수 있는 서비스다.

국가생명윤리심의위원회는 지난 18일 3차 회의를 열고 올 2월부터 시행된 DTC 시범사업에서 검사역량을 인정받은 기업은 향후 2년간 관련 항목에 대해 유전자 제한 없이 검사를 수행할 수 있게 했다. 유전자 검사 질환을 추가 허용해야 한다는 권고에 따라 배아·태아의 유전자 검사 항목도 165종에서 189종으로 늘어날 전망이다. 이에 유전자정보를 활용하려는 보험사들의 움직임도 커질 것으로 업계는 예상하고 있다.

▲ 출처=금융감독원

헬스케어 활성화를 위한 금융당국의 규제 완화도 점차 늘어나고 있다.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은 이달 초 건강증진형 보험상품·서비스 활성화 방안을 위한 후속 조치로 보험사들의 건강관리기기 지급을 허용하기로 했다. 보험위험 감소 효과가 검증된 건강관리기기는 보험 가입시 보험사가 고객에게 제공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그간 보험 가입시 건강관리기기를 지급하는 것이 불가함에 따라 건강증진형 보험사품 개발이 제한된다는 지적이 나오곤 했다.

한 보험사 관계자는 “비록 보험사들이 제공할 수 있는 웨어러블 기기에 가격은 제한돼 있지만 건강관리기기를 허락했다는 것 자체만 두고 보면 향후 헬스케어 확대를 위한 발판에 긍정적으로 작용한다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건강관리 노력에 따른 보험위험 감소효과에 대한 기초통계를 수집‧집적할 수 있는 기간도 늘어났다. 기존 5년의 기간은 충분한 통계를 수집‧직접하기에 부족하다는 지적에, 그 기간이 최장 15년으로 확대된 것이다. 또 보험사가 금융위 승인을 받아 헬스케어 회사를 자회사로 편입할 수 있는 방안도 허용됐다.

▲ 출처=금융감독원

헬스케어 시장 활성화는 보험사들과 가입자 모두에게 윈윈전략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소비자는 건강관리를 통해 건강수명을 연장하고 의료비용‧보험료를 절감할 수 있다, 보험사는 질병·사망 등 보험사고 위험을 관리하는 한편, 헬스케어 서비스 결합을 통해 보험상품을 다양화할 수 있다. 국가적으로도 고부가가치 산업인 헬스케어를 활성화하고 의료비 부담을 절감할 수 있을 것이란 기대다.

보험업계 한 관계자는 “질병에 걸리면 보험금을 지급한다는 발상을 넘어 이제는 예방 차원으로 분위기가 바뀌고 있다”며 “정부 역시 의료비 절감 차원 등의 취지로 이를 장려하는 모습”이라고 말했다.

◇ 의료계 문턱 넘어설까

보험사들은 성장 동력을 일으킬 신시장 발굴이 절실하다. 저금리‧저출산‧고령화 등에 실적은 곤두박질치고 있으며, 포화된 보험 시장 속 혁신적인 상품 개발이 필요한 시점이기 때문이다. 실제로 생보사와 손보사 올 상반기 당기순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각각 24.3%, 29.5% 떨어졌으며 향후 부정적인 전망도 즐비한 상황이다.

보험사 헬스케어가 이를 타개할 방안 중 하나로 꼽히고 있다. 이에 보험사들은 운동량에 따라 보험료 혜택을 주는 상품들을 속속 선보이고 있다. 걸으면 보험료를 할인해 주거나 일정 운동 목표치를 달성하면 적립 포인트 등을 제공하는 식이다.

장애물은 있다. 의료계는 개인정보 유출‧악용 등을 이유로 보험사 헬스케어 확대에 부정적인 입장을 견지 중이다. 의료법에도 저촉 될 수 있다. 의료법 27조에 따르면 의료인이 아니면 누구든지 의료행위를 할 수 없다. 유전자정보도 보험에 활용하기엔 시기상조라는 지적도 나온다. 미국의 경우 유전자정보차별금지법(GINA)에 따라 유전자정보를 건강보험 활용하는 것에 제한하고 있다.

보험업계 한 관계자는 “보험업계 헬스케어 시장은 의료계의 반발이 크고, 명확히 해결해야 하는 관련 규제들도 산적해 있는 상황”이라며 “다만, 점점 규제 완화의 기류가 흐르고 있고 헬스케어를 통한 다양한 혁신 상품 개발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어, 시장 확대를 향한 현재 분위기는 나쁘지만은 않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