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신진영 기자] "호가가 높아지면서 하루가 다르게 집값이 올라간다" (수원시 영통구 이의동 A 공인중개업소 대표)

"서울 강남이 너무 많이 올라서 차선으로 위례를 선택하는 수요들이 몰렸다" (송파구 장지동에 위치한 I 공인중개업소 대표) 

▲ 2019년 광교신도시 아파트 매매 주간 변동률 추이(%) 출처 = 부동산114

12·16대책으로 인한 '풍선효과' 일까. 경기지역에서 민간택지 분양가 상한제(이하 '분상제') 대상 지역이 아닌 2기 신도시인 광교·위례·판교 신도시가 다시 주목받고 있다. 부동산114의 '광교신도시 아파트 매매 주간변동률 추이'를 살펴보면, 두 번의 부동산 규제 대책(11·6대책, 12·16대책)에도 매수세는 꺾이지 않고 매매 변동률이 오름세를 이어가는 것으로 나타났다.

위례신도시도 최근 저평가된 지역에서 주목받기 시작했다. 최근 위례신도시에서 분양한 단지가 1순위 청약 경쟁률이 세자릿수를 기록하는 등 관심 수요가 높아지고 있다. 강남에 몰리던 수요가 위례로 번지는 모양새다. 전문가들은 정부의 12·16대책이 오히려 서울이나 수도권 인기지역에 수요를 더 몰리게 하는 양상을 보일 것이라고 지적했다.

▲ (왼쪽) 2020년 12월에 들어올 예정인 경기도 융합타운 부지. (오른쪽) 광교중앙역. 사진 = 이코노믹리뷰 신진영 기자

신분당선 개통 이후 '준 서울', '준 강남'이 된 광교 신도시  

신분당선 광교상현역을 나오면 바로 '자연앤힐스테이트' 단지와 마주한다. 인근 공인중개업소에서 인기 단지로 손꼽히는 이유는 맞은편에 경기도청신청사 부지가 위치해 있기 때문이다. '자연앤힐스테이트'는 광교 신도시 배후 수요의 최대 수혜단지로 평가받고 있다. 

B 공인중개업소 관계자는 "'자연앤힐스테이트'는 84㎡이 11억~12억원에서 거래되다가 최근 12억5000만원까지 거래가 되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시스템을 살펴보면 '자연앤힐스테이트' 84.39㎡의 경우 10월 10억7000만~11억원에 거래가 됐고, 11월 11억4000만원에 거래됐다. 그 후 12억5000만원까지 실거래가 형성이 돼 있는 상황이다. 

수원 영통구 이의동에 위치한 A 공인중개업소 대표는 "추석 지나고 꾸준히 상승했다"며 "지금은 10억원 이하 매물은 없어서 살 시기를 놓쳤다고 본다"고 말했다. 맞은편에 위치한 C 공인중개업소 관계자도 "광교 신도시에서 시세 9억원 이상 아파트는 70%를 차지한다"며 "이 중 33평대가 9억원 이하인 건 거의 없다"고 설명했다.  

KB리브온에 따르면, 광교신도시는 광교테크노밸리와 광교비즈니스센터 등을 배후 수요로 두고 있어 중소형의 매물이 부족한 상황이다. 또한 2020년 하반기 경기도청신청사와 한국가스안전공사 등 공공기관 이전을 앞두고 있는 만큼, 이 같은 상황은 가중될 것으로 예상된다.

▲ 광교신도시 모습. 사진 = 이코노믹리뷰 신진영 기자

"서울의 초과 수요가 수도권으로 빠져 나오는 양상" 

공인중개업소 관계자들은 "실거주 시장과 투자자 시장이 반반이다"고 말했다. 업계에서는 수원시 영통구나 광교신도시는 '갭투자'가 몰리는 지역이라고 말한다. 애초에 투자자들의 관심이 존재했고 최근 관심이 늘어나 매매 변동률이 크게 상승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광교 신도시 공인중개업소 관계자들에 따르면, 전세가는 큰 변동이 없어 갭투자가 성립되지 않고 있는 상황이다.  

오히려 서울에 머무를 수 없게 된 수요가 광교 신도시로 빠져 나온다고 말했다. 광교상현역 근처에 있는 D 공인중개업소 대표는 "결국 공급과 수요 때문에 오르는 것이다"며 "광교는 이미 아파트도 다 들어와서 공급이 늘어날 수 없지만 수요자들은 계속 들어올 것이다"고 말했다. 그는 "공공기관 이전의 영향도 있지만, 서울 주요 지역에서 공급을 막아뒀으니 초과 수요가 수도권으로 빠져나오고 있는 것 같다"고 덧붙였다. 

권일 부동산인포 리서치팀장은 수도권 시장의 풍선효과에 대해 "수원시가 최근에 분양이 꽤 잘됐다"며 "수원 팔달구가 조정대상지역이기는 하나 이번에 청약한 단지가 청약경쟁률이 높게 나왔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렇게 수원지역에 투자적 측면에서 주택을 알아보는 분들의 움직임도 있는 것으로 보이고 수원 영통구와 광교가 맞물려서 호가 중심으로 가격이 오르는 양상으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다만 12.16대책 여파인지는 지켜봐야 한다고 말한다. 권 리서치팀장은 "직접적인 영향이라고 보기에는 이르다"며 "이 분위기에서 집은 적극적으로 매수할 분위기는 아니기 때문이다"고 전했다.  

▲ 지난 27일 문을 연 '개포프레지던스자이' 견본주택. 사진 = 이코노믹리뷰 신진영 기자

'강남' 수요가 위례신도시로 몰리나 

지난 27일 오픈한 개포주공4단지 재건축 '개포 프레지던스 자이' 청약 상담석에서  '호반써밋 위례ⅠⅡ' 단지에 청약을 한 수요자들을 만날 수 있었다. '개포 프레지던스 자이' 청약 상담사는 "위례에 청약을 하고 왔다는 고객들을 봤다"고 말했다. 이날 기자가 만난 방문객들도 '호반써밋 위례'에 청약을 하고 방문한 수요자들이었다.

금융결제원 아파트투유에 따르면 ‘호반써밋 송파Ⅰ’과 ‘호반써밋 송파Ⅱ’ 1순위 청약 경쟁률은 각각 평균 16.14대 1, 33.86대 1을 기록했다. '호반써밋 송파Ⅱ'는 1순위 청약에서 해당지역 405개, 기타지역에서 237개의 통장이 몰려 107대 1의 경쟁률로 가장 치열했다. 분양가는 '호반써밋 송파Ⅰ'이 3.3㎡당 평균 2205만원, '호반써밋 송파Ⅱ'가 3.3㎡당 평균 2268만원으로 평균 분양가가 9억원이 넘는다. 

높은 가격에도 인기를 끌 수 있었던 건 최소 5억원은 얻을 수 있다는 '로또 기대감' 때문이다.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시스템에 따르면, 송파구 장지동 일대에는 시세 9억원 이하 매물은 거의 없다. 강남 송파구 장지동에 위치한 I 공인중개업소 대표는 "예전부터 교통 때문에 가격이 오르지 않은 지역이었다"며 "서울 내 다른 지역이 급등하다보니 초과 수요가 몰리면서 가격이 올랐다"고 설명했다. 

다만, 12·16대책 이후부터는 매수세가 뜸해졌다. I 공인중개업소 대표는 "강화된 대출 규제로 매수 문의는 요즘 잠잠하다"고 말했다. 

▲ 광교신도시 모습. 사진 = 이코노믹리뷰 신진영 기자

전문가들은 광교와 위례신도시의 인기에 대해, '12·16 대책' 이후 서울 등 선호지역에 수요가 쏠리고 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이어 '강남 대체재' 역할로 풍선효과를 보고 있는 것이라고도 전했다.

권일 부동산인포 리서치팀장은 "12·16대책이 서울과 같은 선호지역에 쏠림을 가중시킬 수 있는 대책인 것 같다"며 "투자자들은 선택과 집중으로, 보유할 만한 가치가 있는 그런 물량은 갖고 가고 아닌 물량은 파는 형태가 될 것이다"고 말했다. 이어 권 리서치팀장은 "위례나 판교는 '우량주'로 여겨져 이 지역은 앞으로도 쉽게 떨어지지는 않을 것이다"며 "광교와 판교, 위례는 호가 중심으로 움직이는 시장으로 봐야할 것 같다"고 전망했다. 

권대중 명지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광교나 위례 지역이 관심을 받는 이유는 12·16대책 때문이라고 봐도 무방하다"며 "강남을 기준으로 하는 풍선효과라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정부가 규제 정책을 계속 이어갈 수록 서울 주요 도시의 부동산 가격은 다른 지역으로 옮긴다"며 "광교 같은 지역은 호가가 계속 오를 가능성이 높다"고 설명했다. 

권 교수는 "정부가 서울에서 늘어나는 수요를 분산해야 한다"며 "대출 규제를 하려면 9억원 이하도 규제를 해야 한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