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정다희 기자] 지난 2009년 스팩제도가 도입된 이후 상장한 3개 기업 중 2개 꼴로는 합병에 성공한 것으로 나타났다. 합병에 성공한 스팩의 경우 평균 주가상승률은 39%로 주가가 상승한 기업이 하락한 기업보다 더 많은 것으로 집계됐다.

한국거래소가 26일 발표한 '스팩제도 도입 10년간 성과 및 시사점'에 따르면 지난 10년간 상장한 총 174개의 스팩 중 인수 기한(36개월)이 아직 남아있는 스팩을 제외한 104개사 중 합병에 성공한 기업은 70개사로 합병성공률은 67.3%로 집계됐다.

스팩(Special Purpose Acquisition Company, SPAC)은 기업 인수만을 목적으로 하는 문서상의 회사다. 투자자들로부터 자금을 모아 주식시장에 스팩을 먼저 상장한 후 비상장기업을 찾아 합병하는 방식으로 기업 인수가 이루어진다. 스팩은 상장 후 36개월 이내에 조건에 맞는 비상장사와 합병해야 하고 기한 내에 합병한 이후에는 해당 기업의 이름으로 종목명이 변경된다.

스팩은 비상장사에 신속한 상장과 자금조달 순단을 제공하고 투자자에게 위험도가 낮은 투자기회를 제공한다는 장점이 있다. 제도도입 초반에는 상장한 스팩이 조건에 맞는 비상장사를 찾는데 어려움을 겪으면서 제도 자체에 대한 우려가 제기된 바 있지만 2013년 말 하나그린스팩과 선데이토즈의 합병으로 주가가 급등하는 사례가 나타나면서 스팩 시장에 대한 관심이 크게 늘었다.

▲ 스팩 신규상장기업수 현황. 출처=한국거래소

스팩제도 도입 직후인 2010년(18개사)을 제외하고는 다음해인 2011년 1개사, 2012년에는 스팩 상장사가 전무할 정도로 외면받다가 2013년 말 선데이토즈의 합병 이후 2014년 26개사 2015년 45개사로 상장사가 크게 늘었다. 2017년 이후로는 매년 20개 이상의 스팩이 꾸준히 신규 상장하고 있다.

지난 10년간 상장한 스팩 총 174개사 중 합병에 성공한 스팩은 총 79개사다. 이중 기술특례기업이 5개사, 코넥스 이전기업이 18개사로 다수 기업이 스팩제도를 통해 코스닥시장에 상장한 것으로 나타났다.

▲ 연도별 스팩의 평균 공모규모 추이. 출처=한국거래소

스팩제도 도입 이후 10년간 1조 9000억원의 공모자금을 조달했고 이중 스팩 합병을 통해서는 약 9400억원의 자금이 기업에 유입됐다. 스펙 평균 공모규모는 제도 도입 초기 200억원을 상회하는 등 대형규모 스팩이 많았지만 지속적으로 규모가 감소하면서 최근에는 80억원 내외의 중소형 스팩 상장이 많은 것으로 집계됐다.

이에 거래소는 "대형기업의 경우 스팩보다 IPO(기업공개) 수요가 높고 소형기업은 상장요건에 맞는 기업 탐색이 어렵기 때문에 70억에서 150억원 사이의 중규모 위주 스팩이 트렌드로 정착했다"고 설명했다.

합병 대상 업종은 코스닥시장의 주요 업종과 유사한 추이를 보이며 시기별로 당시 호황인 업종들의 합병이 이뤄진 것으로 나타났다. 거래소의 집계에 따르면 업종별로는 제조업이 34%로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했고 IT업종이 32%, 바이오업종이 14%로 그 뒤를 이었다.

합병상장 후 3개월간 주가 추이 분석에서 스팩합병 후 평균 주가 상승률은 39.1%로 나타났다. 또한 분석 대상 74개사 중 주가가 상승한 기업은 56개사로 주가가 하락한 기업(18개사)보다 그 수가 더 많았다.

주관사별로는 KB증권, 하나금융투자, NH투자증권, IBK투자증권, 미래에셋대우 순으로 스팩 설립이 많았으나 최근 들어서는 스팩 규모가 중소형화하면서 IPO분야의 중형 IB인 KB증권, 하나금융투자, IBK투자증권이 상대적으로 부각되고 있다.

거래소는 "향후에도 스팩제도 활성화 노력을 통해 스팩이 우량 중소기업의 원활한 자금조달 창구로서 역할을 하면서 지속적인 제도 개선과 홍보를 통해 투자자들에게 안정적인 투자 상품을 제공할 수 있도록 노력할 예정"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