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강서구에 사는 이미숙(45) 씨는 이번에 고등학교에 올라가는 둘째아이의 신학기 비용을 정리하며 마음이 무거워졌다. 교복 한벌의 값이 작년보다 올라 바지, 셔츠, 조끼, 재킷 한 세트에 23만 4000원의 비용을 지불했다. 바지와 셔츠 한 벌을 추가하자 11만원이 붙었다. 체육복을 추가하니 금새 40만원이다. 바람막이용 방풍기능이 있는 N브랜드의 봄 신상재킷 25만원, 역시 같은 브랜드 신발 13만 5000원, 가방 10만8000원까지 입학선물을 구입하고 보니 88만원가량이 나온다. 교과서 비용이 포함된 입학금 60만원을 포함하니 약 150만원의 비용이 들어갔다. 교복 바지가 닳아 한벌 더 사야한다고 조르는 첫째 아이의 말에 그저 한숨부터 나온다.

최근 교복업체들이 일제히 교복값을 10~20% 정도 올려 언론의 뭇매를 맞고 있다. 그러지 않아도 물가인상에 허리가 휘는데 학생들의 필수품인 교복마저 가격을 올리느냐는 곱지 않은 시선이 교복업체들의 담합의혹까지 낳고 있다.

학부모 “교복값 급등 해도 너무 해”
서울 양천구에 위치한 K여고 앞 교복판매 대리점. 스쿨룩스와 엘리트, 아이비클럽 등 대표적인 교복매장이 한 곳에 몰려있다. K여고에 물어 공동구매를 진행하는 엘리트매장에 가보니 학생들로 발 디딜 틈이 없다. 교복 한벌 비용을 물어보니 21만 5000원이라고 한다. 한벌 세트는 치마(바지), 블라우스(셔츠), 조끼, 재킷, 타이로 구성돼 있다. 원래 가격은 27만원. 공동구매로 저렴해진 가격이다. 그러나 같은 학교 2학년 자녀를 두었다는 학부모의 말을 들어보니 지난해 같은 업체에서 진행된 공동구매 가격은 한벌에 18만 2000원이었다고 한다. 약 18% 오른 가격이다.

주변 다른 매장에 같은 학교의 교복비를 물어보니 엘리트의 공동구매 가격과 큰 차이가 없었다. 교복 한 세트에 스쿨룩스 23만 4000원, 아이비클럽이 22만원이었다. 지난해 20만~23만원대에 비해 올해 22만~27만원대까지 10~20% 가격이 훌쩍 뛴 것이다.


매장마다 5000원에서 만원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보통 재킷은 12만원, 셔츠와 블라우스 4만8000원, 바지와 치마가 6만5000원 정도였다. 여기에 가디건 (5만9000원~6만5000원)과 체육복 (3만원) 등 여벌복을 추가하면 비용은 금새 33만원에 이른다.

그러나 이것은 기본 한 세트비용에 불과하다. 현장에서 만난 학부모들은 기본으로 바지(치마)와 셔츠(블라우스) 등은 여벌로 한 벌씩은 추가해 구입하고 있었다. 현실적으로 한참 클 중-고생들이 바지 한벌과 셔츠 한벌로 3년을 보낼 수 없기 때문이다. 교복매장에서 만난 주부 김영실(47)씨는 “ 남학생들은 바지가 금방 닳아 평균 1~2벌의 여유 옷은 구매해야 하는데 고등학생과 달리 중학생들은 활동량이 더 많아 1년에 보통 바지 3벌을 입힌다” 고 말한다.

물론 이것은 하복을 포함해서다. 학부모들은 여름이 되면 하복을 또 추가로 약 10만원 정도에 구입해야 한다. 게다가 요즘 교복 트렌드가 몸에 딱 맞게 입는 것이 유행이다 보니 아이들이 절대 옷을 크게 맞추지 않는다” 고 설명한다. 결국 바지(치마), 셔츠 등은 최소 한벌 이상은 매년 구매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녀의 말대로라면 엄마들은 교복비용으로 평균 교복 한 세트 23만 4000원에 바지한벌 (6만5000원), 과 셔츠(4만8000원), 그리고 필수품인 체육복(3만원)까지 합해 신학기에 약 37만7000원의 교복비용을 지불하는 셈이다. 중학생 교복비용도 재질과 디자인면에서 고등학생과 다를 게 없으니 더 저렴할 것이 없다. 되레 여벌로 한 두벌 더 구매해야 한다.


물론 이월상품도 있다. 신상품 가격보다 5만~7만원 가량 저렴하다. 그러나 대부분 사이즈가 없어 간신히 치마 한벌, 자킷 한벌 등 낱개상품으로만 구매할 수 있다. 공동구매와 이월상품을 통해 교복을 저렴하게 구매한다는 말은 현실적으로는 별로 효용성이 없어 보였다.

교복업체들, “원가올라 어쩔 수 없다”
보통 교복 가격은 본사에서 출고가를 결정해 각 대리점에 고지를 하면 각 대리점별로 운영비와(인건비, 임차비용, 유통수수료, 카드 수수료 등) 마진을 붙여 가격을 결정하게 된다. 교복비용은 각 학교의 교복디자인과 재질이 다르기 때문에 제작단가와 판매가격은 학교별, 구매형태(자율구매·공동구매·일괄구매), 지역별로 다르다.

매년 학교별로 교복비에 대한 부담을 덜기 위해 교복 공동구매가 확산되고 있지만 질 좋은 교복을 저렴한 비용에 구매한다는 구매 취지가 잘 살지 못하고 있는 것도 현실이다. 보통 학교의 어머니회에서 교복업체를 정해 공동구매를 하게 되면 그 업체의 가격에 맞춰 주변 다른 대리점들이 가격을 비슷하게 맞추거나 저가정책을 써 교복 공동구매를 무력화하고 있기 때문이다.

교복업체들은 교복 가격이 오른 것에 대해 “울 가격이 폭등하는 등 원자재 가격이 올라 교복값을 올리는 것이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다. 학교마다 교복이 다르다보니 공장에서 대량생산을 할 수 없는 다품종 소량생산 시스템이라 원가를 낮추는데 한계가 있다는 것이다.

초등학교 입학자녀를둔 학부모들은 14만~ 20만원대에 이르는 책가방 세트는 물론 백화점 키즈브랜드에서 한벌에 20만~30만원 하는 옷과 구두를 입학선물로 구입한다. 초등학교 입학하는 자녀에게 드는 비용은 약 100만원에 이른다.


담합의혹 중 하나인 교복업체간의 가격이 비슷한 이유에 대해서도 “업체는 다양하지만 원단생산 공장 등 교복을 생산, 제작하는 공장들의 수가 적어 같은 공장에서 생산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가격이 비슷해질 수 밖에 없다”고 해명했다. 되레 원단값이 올랐음에도 그 동안 물가안정을 고려해 최근 2년동안 가격을 동결했다고 억울한 반응이었다.

원자재상승으로 진퇴양난인 교복업체들에 대해 학부모들은 “자재비와 인건비 상승은 올해만의 문제가 아닌데도 일제히 교복값을 올린 것은 담합이라고 밖에 생각할 수 없다” 는 반응이다. 이러한 의혹으로 공정위에서 현재 교복업체들의 담합여부를 조사 중에 있다. 학부모들이 이처럼 교복비용에 민감한 이유는 신학기에 들어 그들이 지불해야 할 비용이 교복에서 끝나지 않기 때문이다. 인문계 일반 고등학교 자녀를 둔 학부모의 예를 들어보겠다.

평균 교복 한 세트 23만 4000원에 현실적으로 필요한 바지 한벌 (6만5000원), 과 셔츠(4만8000원), 그리고 필수품인 체육복(3만원)까지 합해 신학기에 약 37만7000원이 들었다. 여기에 아직은 쌀쌀한 봄 기운을 막아줄 바람막이 재킷이 필요하다. 제 2의 교복인 N브랜드의 봄신상 재킷은 필수다.

아이들한테 기죽지 않을 정도의 가격대인 25만원대를 골랐다. 신학기라 가방과 신발은 사줘야 하겠기에 요즘 한창 유행하고 있는 백팩과 일상용 신발을 같은 브랜드에서 구매했더니 신발 13만 5000원, 가방 10만8000원의 비용이 추가로 들었다. 아이 의복비에만 87만원이 소요됐다. 아직 기본으로 지불해야할 입학금이 남았다.

일반 사립고등학교 다니는 자녀의 입학금 고지서에는 총 60만800원의 비용이 청구돼 있었다. 등록금 46만800원, 급식비 3월분 중식 6만 4000만원, 교과서비 7만6000원(출판사와 일반계, 자연계에 따라 7만~10만원대)이 내역서다. 물론 수업료는 1분기 내역서다. 신학기에 들어가는 교복과 그에 따른 의복비와 입학금 등이 총 147만 800원으로 약 150만원의 비용이 든 셈이다. 여기에 참고서 및 교통비, 학원비, 휴대폰 통신비가 앞으로 그녀가 부담해야 할 비용이다.

초등학생 입학준비 “기본이 100만원”
유치원에 다니던 사랑스런 아이가 초등학교에 입학하게 되면 부모들은 드디어 ‘학부모’가 된다는 설레임에 아이보다 더 들뜬다. 그런데 초등학교 학부모들이 신학기에 가장 많이 구매하는 브랜드매장의 신학기 가방가격을 보니 보통 14만~20만원대에 달해 ‘30만원대 교복 세트 가격 논란’이라는 얘기가 오히려 민망할 정도다.

백화점에 진열된 초등학생의 책가방과 신발주머니 세트는 보통 14만~20만원대에 판매되고 있었다. 최근 아이들에게 가장 인기가 높다는 휠라코리아의 범블비 백팩’은 가방이 14만9000원, 신발 주머니까지 합치면 18만원이다. 트랜스포머의 범블비 디자인을 본딴 디자인으로 아이들의 사랑을 받고 있는 범블리 백팩의 생산업체인 휠라코리아는 시장 점유율 선두권 업체다.

프리미엄 아동복을 지향하는 브랜드 제품은 더 비싸다. 제일모직의 빈폴키즈는 29만7000원,LG패션의 닥스키즈는 24만6000원짜리 ‘프리미엄’ 가방 세트를 올해 신상품으로 내놓았다. 빈폴키즈의 프리미엄 백팩은 한정판으로 나온 상품으로 출시된 지 얼마 안 돼 모두 판매가 됐고 현재 매장에서는 가방과 신발주머니 세트로 16만~18만7000원 가격대가 판매되고 있었다. 닥스키즈 역시 24만6000원의 스쿨백세트를 비롯 14만 6000원~18만 1000원대의 가방세트를 판매하고 있었다.

그 밖에도 강아지 전판 프린트가 대표적인 아동복 ‘블루독’의 가방과 신발주머니 세트는 15만원~17만6000원대를 형성하고 있었고. 베네통은 아웃도어 소재의 기능성 원단으로 만든 가방세트를 14만원대 판매하고 있었다. 아동복브랜드 ‘프랜치캣’ 가방세트 역시 18만~19만원대였다.

스포츠 브랜드는 가격이 그보단 낮은 편이다. 프로스펙스의 아동가방 가격대는 5만9000원~7만원9000원으로 신발주머니 포함한 세트 역시 7만~9만원대를 형성한다. 르까프의 아동가방은 7만9000원~9만9000원으로 가방세트는 9만~13만원대다.
초등학교 1학년의 경우 가방 단품보다 신발주머니까지 포함한 가방세트를 구입하는 경향을 볼 때 아이책가방 가격만 적게는 7만원에서 많게는 20만원대의 비용을 투자하고 있는 셈이다.

대부분의 학부모들은 아이들에게 좋은 것을 사 주고 싶은 것이 학부모 마음을 이용해 캐릭터 그림을 넣거나 기능성을 추구하며 값을 올리는 가방업체들의 상술이 씁쓸하다는 반응이다. 때문에 마트의 가방기획전을 활용한다. 현재 롯데마트에서는 2월 2일부터 3월 7일까지 3만9000원대부터 6만9000원대의 캐릭터가방을 판매하고 있다.

그러나 학부모들은 마트의 3만~4만원짜리 가방은 처음으로 학교에 입학하는 아이에게 선물하기 내심 내키지 않는다는 반응이다. 서울 신길동에 사는 주부 권수진씨(37)는 최근 초등학교 2학년에 올라가는 첫째아이는 대형마트에서 3만원짜리 캐릭터 가방을, 이번에 1학년 신입생이 되는 막내에게는 백화점에서 18만원짜리 거액의 가방세트를 사줬다.

“아이들이 가방을 험하게 써서 매년 비싼 브랜드를 구입해 주긴 힘들어요. 게다가 신발주머니는 1년에 두번 이상 잃어버리니 마트에서 구입하는 것이 현명하죠. 그나마 5학년 정도가 되면 중학생들이 사용하는 10만원대의 노스페이스나 16만원정도의 키플링 가방을 찾기 때문에 2~3학년때는 마트 캐릭터 가방이면 충분해요.

하지만 이번에 초등학교 들어가는 막내의 또래 친구들을 보니 모두 비싼 브랜드를 선물받았길래 혹시 아이가 주눅들까봐 막내 입학선물은 특별히 큰 맘먹고 백화점에서 구입했어요” 특히 1학년때는 학부모들이 아이들에게 가장 좋은 가방과 옷을 사주고 은근히 비교를 하기 때문에 마트브랜드는 망설여진다는 것이 그녀의 설명이다.

관련업계에 따르면 초등학생 가방 시장규모는 약 2000억~3000억원으로 추정된다. 이 사업부문에서 전체 매출의 2% 내외를 기록하고 있는 휠라코리아가 선두업체로 인정받고 있고, 케이스위스와 르까프가 뒤를 잇고 있다.

여기에 프리미엄 브랜드로 제일모직의 빈폴키즈과 LG패션의 닥스키즈도 고급브랜드 시장을 형성하고 있다. 가방업체들은 매년 새 제품을 낼 때마다 가격을 10~20% 가까이 올려왔다. 휠라코리아 가방세트는 2008년 9만4000∼10만9000원에서 2009년에는 12만원, 2010년 10만~14만3000원, 올해 13만~18만원대로 매년 상승했다.

가방뿐이 아니다. 입학식 때 입힐 옷 한 벌을 구입하려면 브랜드 매장에서 원피스 한벌 27만원, 봄재킷 약 31만원 정도의 비용이 소요된다. 구두는 11만원대다. 원피스 한 벌( 27만5000원)과 더블여밈코트( 31만 5000), 그리고 닥스키즈에서 11만 8000원짜리 구두를 구매하고 보니 가방(18만7000)을 포함해 89만5000원의 의복비용이 계산이 나온다.

게다가 공책, 크레파스 등의 문구류와 참고서 등 신학기 필수품 준비에만 20만원 정도의 비용이 든다. 의무교육이라 입학금 부담은 없지만 문구류와 가방, 의복비 만으로도 109만5000의 비용이 드는 것이다.

많은 기업들이 매년 새로운 상품을 쏟아내고 기능과 디자인에 좀 더 많은 신경을 쓰며 매년 10~20%씩 가격을 올리고 있다. 그러나 “내 아이가 주눅들까 걱정돼 울며 겨자먹기로 남들이 사용하는 비싼 브랜드 상품을 구입한다.”라고 말하는 학부모들의 한숨은 날로 깊어지고 있다.

최원영 기자 uni354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