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황대영 기자] 문재인 대통령과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가 약 15개월 만에 공식 회담을 가지면서 경색된 한일 관계에 훈풍이 불고 있다. 특히 수출 규제부터 불매운동까지 직접적인 영향을 받은 경제계에서는 한일 정상회담에 더욱 기대를 걸고 있다.

문 대통령과 아베 총리는 24일 오후 중국 쓰촨성 청두의 한 호텔에서 정상회담을 가졌다. 정상회담에서는 그간 양국이 각을 세운 입장과 달리, 비교적 온화한 말이 오갔다. 오히려 서로 ‘중요한 이웃’임을 강조했다. 실제 한일 경제 분야는 서로 밀접한 관련성을 띠고 있다. 소재 강국인 일본과 제조 고도화를 거친 한국과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이기 때문이다.

아베 총리는 한일 정상회담 모두 발언을 통해 “중요한 한일 관계를 개선하고 싶다. 오늘 아주 솔직한 의견을 교환할 수 있으면 한다”며 “문 대통령과 올해도 몇 번 국제회의에서 만났지만, 오랜만에 회담을 갖게 됐다. 일한 양국은 서로에게 중요 이웃”이라고 말했다.

이에 문 대통령은 “오늘 (아베) 총리와의 회담이 많은 관심을 받고 있다. 양국 간 현안을 해결하려면 직접 만나서 솔직한 대화를 나누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한다”라며 “일본과 한국은 역사적, 문화적으로 가장 가까운 이웃이자 교역과 인적 교류에 있어서도 더욱 중요한 동반자다. 잠시 불편함이 있어도 결코 멀어질 수 있는 사이가 아니다”라고 화답했다.

한일 정상은 이번 회담에서 고순도 불화수소(에칭가스), 플루오린 폴리이미드, EUV(극자외선) 포토레지스트 등 반도체 핵심 소재 3개 품목에 대한 일본의 수출 규제 조치 철회 부분과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지소미아)의 연장 여부 등을 논의할 것으로 보인다. 수출 규제는 그간 일본 총리실에서 주도적으로 시행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같은 수출 규제는 톱다운 외교 외 풀 수 있는 방법이 극히 낮다는 게 경제계의 전언이다.

정상 회담 앞서 3국 경제단체 공동 성명까지 발표

▲ 박용만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이 24일 중국 쓰촨성 청두에서 대한상공회의소, 일본경제단체연합회, 중국국제무역촉진위원회(CCPIT)와 공동으로 개최한 ‘한·일·중 비즈니스 서밋’에서 개회사를 하고 있다. 출처=대한상공회의소

경제계는 한일 양국 정상이 공식적인 회담을 갖게 됨에 따라 기대를 걸고 있다. 이에 앞서 한중일 3국 경제단체는 공동 성명을 채택하는 등 톱다운 외교의 성공적인 흐름을 잇기 위해 강구하고 있다. 3국 대표 기업인들은 자유무역 수호, 내년 역내 포괄적 경제동반자 협정(RCEP) 최종 타결, 한중일 FTA 조속 타결 등 한중일 정부의 지속적인 노력을 요청했다.

또한 한중일 경제단체는 공동 성명을 통해 혁신성장을 위한 기술협력을 강조하는 한편, 각국의 국민들의 삶의 질 향상을 위해 공동 대처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경제단체는 각국이 보다 개방적, 공정·투명한 관계를 만들고 혁신 요소의 국가간 이동 저해 요소를 철폐할 것을 당부했다. 또 환경·고령화 문제에 공동 대처를 통해 자원 굥유와 민관 파트너십 강화를 요청했다.

박용만 대한상의 회장은 “3국 협력을 위한 제도적 틀의 필요성에 대해서는 폭 넓은 공감대가 형성되어 있다”며 “한중 FTA 2차 협상이 원활히 마무리 되고, 한일 정상회담이 양국 협력 복원에 진전을 이루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밝혔다. 이어 그는 “3국 정상회담 합의사항에 대한 후속 조치를 위해 3국 경제단체가 중심이 돼 협력 플랫폼 관련 이야기를 나눠 볼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