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덴마크 코펜하겐에 최근 문을 연 폐기물 에너지 발전소는 스키 슬로프나 하이킹 코스로도 이용된다.   출처= Ehrhorn Nummerston

[이코노믹리뷰=홍석윤 기자] 쓰레기 처리 문제는 온 세계가 갖고 있는 공통의 골치거리다. 세계은행에 따르면 전 세계 도시에서 매년 20억 톤의 고형 쓰레기가 발생하는데, 이는 이집트 기자의 대 피라미드(Great Pyramid of Giza)의 무게와 맞먹는 것이다.

도시 인구가 계속 증가함에 따라, 세계의 도시들은 엄청난 쓰레기를 처리하기 위한 비용 효율적 해결책을 찾기 위해 새로운 기술에 눈을 돌리고 있다고 CNN이 최근 보도했다.

얼라이드 마켓 리서치(Allied Market Research)의 보고서에 따르면, 세계 폐기물 처리 시장은 2017년 3310억 달러(390조원)에서 2025년에는 5300억 달러(620조원)로 급팽창할 것으로 예상된다.

기후변화 대처를 목적으로 하는 글로벌 도시 네트워크인 세계도시 기후정상회의(C40 Cities)의 고형 폐기물 사업부 리카르도 세페다-마퀘즈 이사는 “폐기물 문제를 조기에 해결하는 도시가 심각한 장기적 결과를 피할 수 있는 최고의 기회를 갖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폐기물이 제대로 수거되지 않으면 배수구가 막히고 도시가 침수되며 수인성 질병까지 확산될 수 있다. 매립지에 버려지는 유기 물질은 공기 부족으로 빨리 분해되지 못해 메탄가스를 생성시키며 기후 변화를 가속화한다.

쓰레기에서 에너지를 생산

덴마크 코펜하겐은 최근 인공 스키 슬로프를 갖춘 혁신적인 폐기물 에너지 발전소를 열었다. 사람들은 이곳을 코펜힐(Copenhill) 또는 아마게르 바케(Amager Bakke)라고 부른다.

화석연료 대신 쓰레기를 태우는 이 발전소는 연간 45만톤의 쓰레기를 에너지로 전환해 3만 가구에 전기를 공급하고 7만 2000가구에 난방 열을 보낸다.

아직은 연소 과정에서 이산화탄소가 배출되지만 시 당국은 소각 과정에서 배출되는 탄소를 잡는 시스템을 설치해 탄소를 저장해서 이를 상업적으로 활용할 계획이다. 이 발전소는 사용하지 않는 자원을 활용할 뿐 아니라 화석 연료에 대한 의존도를 크게 줄일 것이다.

프랭크 젠슨 코펜하겐 시장은 CNN에 보낸 이메일에서 "거대한 쓰레기 매립지에 쓰레기를 버리는 대신 쓰레기를 사용해 가장 효율적인 방법으로 난방을 위한 에너지와 전기를 생산하고 있다”고 밝혔다.

▲ 노르웨이 오슬로의 광학분류공장(optical sorting plant)에서 쓰레기가 분리되고 있다.    출처= 오슬로 페기물관리청

"효율적인 쓰레기 소각 시스템이 코펜하겐의 건물 99%에 지역난방을 공급함으로써 석탄, 석유, 석유 등으로 인한 오염을 크게 줄일 것입니다.”

에티오피아의 아디스 아바바, 중국의 선전, 베트남의 하노이 같은 도시들도 코펜하겐과 유사한 폐기물 에너지 발전소를 실험하고 있다.

그러나 C40의 세페다-마퀘즈 이사는 이 기술을 도입하기 위해서는 선결 조건이 있다고 경고했다. 도시가 이런 발전소로부터 실질적인 이익을 거두려면 사전에 견고한 기반 시설과 강력한 폐기물 수집 시스템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폐기물 관리 시스템을 제대로 갖추지 못한 많은 도시들이 소각장이나 폐기물 에너지 시설만 구축하면 모든 문제가 사라질 것으로 기대합니다. 그러나 적절한 폐기물 관리 시스템이 없다면 이런 기술은 무용지물이 될 것입니다.”

스마트 쓰레기통과 아이디어

현장의 거리에서부터 인공지능과 자동화를 이용해 재활용품을 분류하거나, 각종 센서를 사용해 버리는 쓰레기의 양을 줄이는 도시들도 있다.

싱가포르와 한국의 서울은 거리에 태양열로 작동하는 스마트 쓰레기통을 설치했다. 이 쓰레기통에는 압축기(compactor)가 장착돼 있어 더 많은 쓰레기를 담을 수 있다. 쓰레기통이 가득 차면, 센서가 쓰레기 수거업체에게 경보를 보낸다.

유엔에 따르면 2050년이 되면 세계 인구의 68%가 도시에 몰림으로써 기존의 도시 기반 시설에 부담을 주게 될 것으로 조사됐다.

▲ 필라델피아 거리에 설치된 빅벨리(BigBelly)가 개발한 스마트 쓰레기통.    출처= BigBelly

도시들은 대개 쓰레기의 종류에 따라 다른 트럭들을 보내 쓰레기를 수거한다. 예를 들어, 어느 트럭은 재활용을 위해 플라스틱만을 수거하고, 또 다른 트럭은 음식물 쓰레기만 수거한다. 하지만 이런 방식은 많은 트럭들이 필요하고, 비용도 더 들며 교통량 증가에도 기여하는 문제가 있다.

세페다-마퀘즈 이사는 "유럽의 많은 도시들은 거리가 매우 좁고, 여러 대의 쓰레기 수거 트럭이 자주 순회할 공간이 많지 않다"고 지적했다.

노르웨이의 오슬로는 이를 피하기 위해 영리한 모델을 설계했다. 2012년부터 오슬로 시민들은 여러 종류의 폐기물을 각기 다른 색 백에 담아 분리하도록 의무화했고, 쓰레기 수거 트럭은 따로 수거하지 않고 모든 백을 한꺼번에 수거해 광학분류공장(optical sorting plant)으로 가져간다.

이 공장에서 음식물 쓰레기가 들어 있는 녹색 백과 플라스틱 쓰레기가 들어있는 파란색 백은 가방 색을 감지하는 정교한 광학 판독 기술로 다른 쓰레기와 분리된다.

오슬로시는 이 같은 쓰레기 분리 인식 캠페인이 각 가정에서 버리는 쓰레기의 양을 줄이고 재사용과 재활용되는 비율이 높아지는 등 긍정적인 효과를 가져왔다고 말했다. 2018년에 가정용 쓰레기의 재활용율이 37%에 달했는데, 2004년에는 불과 10%에 그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