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 제약바이오 업계가 2020년 비즈니스 동력 발굴을 위해 참가할 JP모건 헬스케어 컨퍼런스가 주목된다. 서정진 셀트리온그룹 회장이 지난 2019년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개최된 JP모건 헬스케어 컨퍼런스에서 셀트리온그룹의 신성장동력에 대해 설명을 하고 있다. 출처=셀트리온

[이코노믹리뷰=황진중 기자] 글로벌 최대 제약바이오 컨퍼런스인 ‘JP모건 헬스케어 컨퍼런스’ 개최가 눈앞으로 다가왔다. 이 행사는 2020년 1월 13일부터 16일(현지시간)까지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릴 예정이다. 다수의 한국 제약바이오 기업은 해당 컨퍼런스에 참여해 기업을 소개하고 글로벌 제약사와 미팅을 하는 등 새로운 비즈니스를 발굴하기 위해 고군분투하고 있다. 대선을 앞둔 2020년 미국 제약바이오 업계에 다양한 변화가 감지되는 가운데 이 행사에 참여하는 한국 제약바이오 기업이 주목된다.

JP모건 헬스케어 컨퍼런스, 투자와 직결되는 행사

25일 업계에 따르면 세계 각국의 제약바이오 기업이 JP모건 헬스케어 컨퍼런스에 참여하는 이유로는 기업소개(IR)와 미팅이 곧바로 투자로 직결될 수 있는 점이 꼽힌다. 이 행사는 1983년 H&Q라는 샌프란시스코 소재 투자은행이 개최한 컨퍼런스로 시작됐다. H&Q가 인수합병되면서 2000년대 초반부터 JP모건이 컨퍼런스를 주최하고 있다.

JP모건 컨퍼런스에서는 기업과 기업이 협력을 모색할 수 있고 참가 기업은 IR을 통해 투자를 유치할 수 있다. 이는 또 최고경영자(CEO)가 기술‧제품‧서비스 등에 대해 발표를 하는 것이 중심인 행사다. 대개 지난 1년 간의 비즈니스 성과가 무엇이며 당해에는 어떤 비즈니스를 어떻게 하겠다는 내용이 발표의 중심이다.

행사장 곳곳에는 기업 주가 변동을 나타내는 화면이 있다. 제약바이오 업계에서 중요한 행사 중 하나인 각종 학회와 다르게 이곳은 자본이 중심인 행사인 셈이다. 기업의 대규모 인수합병, 기술이전 등이 JP모건 컨퍼런스에서 발표될 수 있다. 이 행사는 비즈니스 미팅 현장이 되기도 한다.

올해 1월초에 열린 컨퍼런스에서는 미국 식품의약국(FDA) 스콧 고틀립 전 국장이 화상 기조연설을 통해 바이오의약품 복제약(바이오시밀러) 시장에 대한 내용과 규제 개선 계획 등을 발표하기도 했다. 업계 관계자는 “규제와 같은 내용은 향후 제약바이오 산업에 대한 투자 방향을 결정하는 데 중요한 고려 사항이다”고 설명했다.

2020년 JP모건 컨퍼런스에서 미국 제약바이오 정책 이슈와 관련해서 중요한 점은 2020년 미국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의약품 약가 인하 등 의료비용을 낮추기 위한 공약이 다수 발표될 것이라는 예상이다. 글로벌 제약사는 높은 약가를 받을 수 있는 최신 의약 기술인 유전자‧RNA‧희귀질환‧항암제‧항체 치료제 개발에 박차를 가할 수 있다.

한국 제약바이오 기업에 있어서 최신 의약 기술을 연구개발(R&D) 중인 바이오텍 등에서는 글로벌제약사로의 기술이전을 기대할 수 있다. 셀트리온, 삼성바이오에피스와 같이 시장에서 인정을 받는 바이오시밀러를 보유한 기업은 약가 인하 정책에 힘입어 미국 진출에 속도를 더할 수 있다.

키움증권 허혜민 애널리스트는 “지난 13일 차기 FDA 국장으로 스테판 한이 확정되면서 3개월 전 FDA로부터 허가 거부를 당한 사렙타의 ‘비욘디스53’이 신속 승인을 받았다”면서 “미충족 의료수요가 높은 신경계질환에서 제한적인 임상 데이터로 승인해 준 사례를 봤을 때 바이오젠의 ‘아두카누맙’ 승인에도 희망이 생겼다”고 설명했다.

JP모건 참가 한국 제약바이오 주목

한국 제약바이오 기업도 이번 JP모건 컨퍼런스에 참가해 다각도로 비즈니스 미팅을 펼칠 예정이다. 셀트리온은 주요 사업계획 및 바이오시밀러 파이프라인, 마케팅 전략 등을 공개할 것으로 보인다. 셀트리온헬스케어는 최근 싱가포르와 말레이시아 등 아시아권에서 입찰에 성공해 의약품 직판 체계를 공고히 하고 있다.

셀트리온이 2020년 홍보와 판매에 주력할 제품으로는 기존 ‘램시마(성분명 인플릭시맙)’, ‘트룩시마(성분명 리툭시맙)’, ‘허쥬마(성분명 트라스투주맙)’ 외에도 신약개발에 준하는 절차를 밟아 유럽에서 품목허가를 받은 ‘램시마SC(인플릭시맙 피하주사)’가 있다. 셀트리온헬스케어는 램시마SC를 토대로 유럽과 일부 지역에서 직판 체계 구축에 박차를 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셀트리온헬스케어 관계자는 “아시아 3개국 입찰 수주는 셀트리온헬스케어의 글로벌 직판 역량을 다시 한 번 입증하게 된 성과”라고 설명했다.

삼성바이오로직스와 삼성바이오에피스는 JP모건 컨퍼런스에서 다양한 미팅을 통해 사업 결과를 만들어낼 전망이다. 삼성바이오에피스 관계자는 “다수의 미팅이 예정돼 있어 상당히 바쁜 일정을 보낼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 2020년 JP모건 헬스케어 컨퍼런스 참가 기업과 발표 내용, 비고 등. 출처=업계

한미약품은 ‘비전 2020 R&D 전략’과 함께 비만‧당뇨, 항암, 면역질환, 희귀질환 혁신신약 등 개발 중인 파이프라인과 임상 데이터를 발표할 것으로 예상된다. 유한양행, 대웅제약, 메디톡스, 휴젤, 동아에스티도 컨퍼런스에 참여할 예정이다.

바이오텍으로는 제넥신, 에이비엘바이오, 알테오젠, 지트리비앤티, 엔지켐생명과학, 유바이오로직스, 티움바이오, 바이오솔루션, 압타바이오, 펩트론 등이 주목된다.

제넥신은 성영철 회장이 대표이사로 복귀 후 첫 공식 발표를 진행할 예정이다. 자궁경부암 치료 백신 ‘GX-188E’의 자궁경부암 임상 2상 중간결과와 주요 파이프라인인 면역항암제 ‘하이루킨-7’ 및 소아성장호르몬결핍증 ‘GX-H9’ 임상 현황을 공개할 전망이다.

에이비엘바이오는 뇌혈관장벽(BBB) 셔틀 기술이 적용된 이중항체 ‘ABL301’와 관련 기술이전을 목표로한 글로벌 제약사와의 미팅을 할 전망이다. 알테오젠은 앞서 기술이전한 인간 히알루로니다제 플랫폼 기술 ‘ALT-B4’의 추가 기술이전에 대해 글로벌 제약사와 논의할 것으로 보인다. 티움바이오는 자궁내막증 치료제 ‘TU2670’과 면역항암제 ‘TU2218’ 기술이전을 목표로 미팅을 할 전망이다.

업계 관계자는 “JP모건 컨퍼런스는 대형 제약바이오 기업 뿐만 아니라 소규모 바이오텍에도 중요한 행사”라면서 “글로벌 의약 개발 트렌드를 파악하는 것은 물론, 투자와 기술이전에 대한 미팅 경험도 쌓을 수 있다”고 말했다.

JP모건 컨퍼런스, 기업 사전 선정 후 초대 효과는?

업계에서는 JP모건 컨퍼런스가 특별한 이유로 최대 행사, 투자 목적 이외에도 주최 측의 운영 전략을 꼽았다. JP모건 컨퍼런스는 운영 전반에 걸쳐 폐쇄적인 방법을 구사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기타 행사는 기업들이 전시회와 파트너링, 발표 등을 신청해 참가하는 개방형 방식이다”면서 “JP모건 컨퍼런스는 주최 측이 발표와 파트너링에 참가할 기업을 사전에 선정하고 초대하는 폐쇄형 방식”이라고 설명했다.

▲ 김태한 삼성바이오로직스 사장이 2019 JP모건 컨퍼런스에서 발표를 하고 있다. 출처=삼성바이오로직스

인공지능(AI) 신약개발 플랫폼 바이오텍 신테카바이오는 올해 1월초에 열린 JP모건 컨퍼런스에 초청됐다. 이는 주최 측이 아직 상장하지 않은 기업이라도 기업 중요성과 기술이 주목될만한 기업들을 초청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신테카바이오는 이달 17일 코스닥 시장에 상장했다. JP모건 컨퍼런스의 특징 중 하나로는 초청된 기업이 일정 수준 이상이라는 점이 꼽힌다. 폐쇄형 컨퍼런스 방식은 참가 자체가 기업의 유망성을 보여주는 일종의 지표가 될 수 있다고 풀이된다.

업계 관계자는 “참가 기업들은 곧바로 네트워킹과 협력 기회 모색에 적극적으로 임한다”면서 “어느 정도 검증된 기업의 주요 관계자가 참석하다보니 현장에서 중요한 결정이 이뤄질 수도 있어 경쟁적으로 미팅에 참여한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