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중일 정상의 ‘향후 10년 협력 비전 선택’ 채택

지난 23일 중국 청두에서 개최된 제8차 한중일 정상회의. 문재인 대통령과 리커창 중국 국무원 총리, 아베 신조 일본 총리는 정상회의 이틀째인 24일 ‘향후 10년 협력 비전’을 채택했다. 동아시아 시대를 여는 의미 있는 결정이다.

‘향후 10년 협력 비전 선택’의 내용은 다음과 같다. 1. 지역 및 국제 문제에서 3국 소통과 조율을 강화하고, 지역 협력체를 추진한다. 2. 역내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RCEP) 조기 서명 추진과 동시에, 한중일 자유무역협정(FTA) 협상을 가속화한다. 3. 증권, 은행, 보험 및 교육, 위생, 보건, 유아, 양로 분야에서 3국이 다각도로 협력한다. 4. 청소년 교류 활성화를 실현한다. ‘향후 10년 협력 비전 선택’은 곧 실시된다.

이번 제8차 한중일 정상회의에서 체결된 ‘향후 10년 협력 비전 선택’이 의미가 있는 것은 3국 정상이 구체적인 미래 비전에 동의했다는 점이다. 결론적으로 말하자면, ‘향후 10년 협력 비전 선택’이 제대로 실시된다면, 한중일은 향후 10년 이내에 경제 공동체로 거듭나게 된다. 그 말은 16억 명의 경제인구가 하나로 묶인다는 뜻이 된다.

16억 명의 경제인구가 하나로 묶이면, 위력은 엄청나다. GDP 2위, 3위, 10위 국가가 함께 하면, 경제적 파급효과가 상상할 수 없을 정도이다. 가히 경천동지 수준이다.

한중일 3국의 경제공동체가 완성되면, 중국 역내의 대만(21위), 싱가포르(34위), 홍콩(35위)는 자연스럽게 포함된다. 그리고 인도네시아(16위), 태국(25위), 말레이시아(36위), 필리핀(38위), 베트남(45위) 등도 경제공동체에 따라붙게 된다. 이것이 바로 한중일 3국과 16개국이 참여하는 역내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RCEP)이 되는 것이다.

유럽연합을 만든 마스트리흐트조약

1991년 12월 10일, 네덜란드 마스트리흐트에서 유럽공동체(EC) 15개국 정상들이 조약을 체결했다. 유럽공동체(EC)가 시장통합을 넘어 정치경제 통합체로 진전하기 위한 기반을 마련하기 위해서였다. 그래서 체결된 것이 바로 마스트리흐트 조약.

당시 유럽공동체의 역내 인구는 3억4000만 명, GDP 규모는 2조5000억달러 수준이었다. 프랑스, 서독, 이탈리아, 벨기에, 네덜란드, 룩셈부르크(1967년 가입국), 영국, 덴마크, 아일랜드(1973년 가입국), 그리스(1981년 가입국), 스페인, 포르투갈(1986년 가입국), 스웨덴, 핀란드, 오스트리아(1991년 직전 가입국) 등으로 구성됐다.

이들 15개국 정상이 마스트리흐트 조약을 체결한 이후, 유럽에서는 놀라운 일들이 벌어졌다. 유럽중앙은행이 창설되었고, 단일통화사용을 위한 경제통화동맹이 논의되었으며, 노동조건 통일의 사회부문, 공동방위정책, 유럽시민규정 등이 공식 발효되었다.

유럽공동체(EC)를 이후 유럽연합(EU)으로 명칭을 바꾸었다. 그리고 1997년에서 2년에 걸쳐 1999년까지 단일통화를 단계적으로 도입하기 시작했다. 이와 함께, 유럽 경찰이라는 유러폴(European police intelligence agency)을 창설하기로 합의했다.

물론 문제는 있었다. 회원국들 간의 경제격차가 컸다. 그래서 유럽연합(EU)은 이것을 해소하기 위해 스페인, 포르투갈, 아일랜드, 그리스에 도로를 건설해주었고, 환경보호 등을 위한 사회간접자본 확충을 지원하기 위한 결속기금을 조성을 논의했다.

한중일 정상의 공동의 우려 북한 핵문제

제8차 한중일 정상회의는 마스트리흐트조약을 연상시킨다. 유럽의 군소국을 엮어 유럽연합이라는 거대 경제공동체로 만든 마스트리흐트조약. 제8차 한중일 정상회의도 한중일을 하나로 묶어서 유럽연합에 버금가는 거대한 경제공동체로 만들 수 있을까?

제8차 한중일 정상회의에서 ‘향후 10년 협력 비전 선택’을 채택한 한중일 3국. 문제는 없을까? 있다. 바로 북한이다. 3국 정상 모두다 북한에 대해 우려를 표명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한중일 3국은 앞으로도 한반도의 비핵화와 항구적 평화를 위해 긴밀한 소통과 협력을 계속해 나가기로 했다. 우리는 한반도 평화가 3국의 공동이익에 부합한다는 데 인식을 같이했고, 북미간 조속한 대화를 통해 비핵화와 평화가 실질적으로 진전되도록 함께 노력하기로 했다.”고 밝히며, 북한에 대한 우려를 표했다.

리커창 총리도 마찬가지였다. 리 총리는 “우리는 한반도 비핵화와 동북아의 항구적인 평화를 실현하는 것이 우리 공동 목표라는 것을 재확인했다. 우리는 모두 대화와 협상이 한반도 문제를 해결하는 유일하고도 효과적인 방법이라는 데에 동의한다”고 밝혔다. 3국이 경제 공동체로 묶이는데, 북한에 부담을 느꼈다.

아베 신조 총리는 더 단호했다. 아베 총리는 “북한의 잇따른 탄도미사일 발사는 안보리 결의 위반이며, 지역의 안전 보장에 대한 심각한 위협”이라면서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를 위해 북미 프로세스를 최대한 지원해 나가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관련된 안보리 결의의 완전한 이행과 북미 프로세스의 모멘텀을 유지해 나가는 것이 3국의 공통된 입장”이라고 덧붙였다.

당 중앙군사위원회를 주재한 김정은 위원장

지난 22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당 중앙군사위원회 7기 제3차 확대회의를 주재했다. 당 군사위원회는 북한의 군사 분야 사업을 지도하는 기관이다. 김정은 위원장은 참석자들과 ‘자위적 국방력 강화’ 문제를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트럼프 대통령에게 크리스마스 선물을 제공하겠다는 신호를 보냈던 김정은 위원장. 김정은 위원장은 당 중앙군사위원회의에서 북한이 설정한 비핵화 협상 연말 시한을 앞두고 최근 신형 미사일 엔진 실험, 초대형 방사포 발사 등과 관련된 후속 조치를 비롯해 군부 인사, 조직개편 등 군사적 차원의 대응논의가 이뤄졌을 것으로 관측된다.

조선중앙통신은 “국가방위사업 전반에서 결정적 개선을 가져오기 위한 중요한 문제들과 자위적 국방력을 계속 가속적으로 발전시키기 위한 핵심적인 문제들이 토의되었다”고 보도했다. 이어 “김정은 위원장이 조성된 복잡한 대내외 형편에 대하여 분석, 통보하셨다”고 전했다. 그렇다면 과연 크리스마스 선물에 대한 논의도 있었을까?

김정은 위원장의 크리스마스 선물은 무엇일까? 제8차 한중일 정상회의에서 확인된 중국 정서는 북한 핵문제에 대한 부담. 경제 위기설이 제기된 중국은 ‘향후 10년 협력 비전’을 채택할 정도로 절박하다. 중국은 중국 중심의 동아시대 시대를 시작했다.

따라서 이제 중국은 과거의 중국과 다르다. 납득할 수 없는 북한의 선물 공세에 대해서는 중국은 개입하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트럼프 대통령도 곧바로 북한에 대해서 받은 것보다 많은 양의 선물을 제공할 수 있기 때문이다. 김정은 위원장의 크리스마스 선물이 한반도 정세를 뒤바꾸는 변곡점이 될 수도 있다. 그런 일은 없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