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최진홍 기자] 2019년 한 해는 다양한 ICT 기술개발에 대한 가능성이 타진되는 한편, 유독 업계의 신경전이 증폭된 해이기도 하다. 그 결정적인 장면 다섯 개를 살펴보자.

#한일 경제전쟁
일본은 자국에서 열린 G20을 통해 자유무역주의를 강화하자는 합의안을 발표한 직후 한국과 경제전쟁을 벌였다.

실제로 일본은 지난 7월 한국을 겨냥해 반도체 및 디스플레이 3대 소재 수출 제한 조치를 시작한 후 각의를 열어 한국을 화이트리스트에서 배제하기로 결정했다. 이어 한국이 일방적으로 국제조약을 파기했다는 주장을 내세우며 화이트리스트 확정안이 담긴 정령(한국의 시행령)을 공포, 관보에 게재했다.

세코 히로시케 일본 경제산업상은 “한국과는 신뢰할 수 없다”면서 “신뢰하며 대화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것은 한국의 책임”이라고 말했다. 한국에 대한 경제제재가 자유무역주의 부정과는 관련이 없으며, 단지 한국을 믿을 수 없으니 안보상의 이유로 경제제재에 나선다는 뜻이다.

이후로는 전면전이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등 국내 주요 CEO들이 연이어 일본으로 날아가 현지 파트너를 점검했고, 주요 기업에는 '경고등'이 들어왔다. 사실상 미국이 한일 경제전쟁에서 발을 뺀 가운데 한국 정부가 한일군사정보보호협정(지소미아) 종료를 시사하자 사태는 더욱 악화됐다. 최근까지 두 나라는 WTO에서 충돌하며 한치의 물러남도 없었다.

그러나 한국 정부가 조건부 지소미아 종료 유예를 선언하며 일부 전향적인 태세를 보였고, 미국도 지소미아 정국을 기점으로 두 나라의 충돌에 개입하며 사태는 진정세에 접어들었다. 여기에 한일 경제전쟁으로 일본 기업의 피해가 커지자 분위기가 미묘하게 돌아가기 시작했다. 일본 정부는 지난 8월 포토레지스트, 고순도 불화수소인 에칭가스 수출을 허가했으며 플루오린 폴리이미드는는 9월, 액체 불화수소인 불산액은 WTO 2차 양자협의 직전 수출 규제를 풀며 일종의 출구전략을 타진하는 모양새도 연출했다.

최근 한일통상당국은 우호적인 분위기에서 회담을 했으며, 24일 문재인 대통령과 아베 신조 일본 총리는 중국에서 정상회담을 열어 양측의 접점을 타진할 방침이다. 일본이 20일 포토레지스트를 대상으로 특별 포괄대상으로 전환한다고 전격 발표한 상태에서, 그 어느 때보다 한일 경제전쟁 종료에 대한 기대감이 높은 상태다.

#LG화학과 SK이노베이션
LG화학과 SK이노베이션의 분쟁도 점입가경이다. 2011년 12월 LG화학이 SK이노베이션을 상대로 특허침해금지 소송을 낸 후 2019년 9월 LG화학이 미 국제무역위원회 등에 SK이노베이션을 상대로 특허침해 소송을 제기하는 등 난타전이 벌어지고 있다.

지난 23일에도 두 기업은 또 충돌했다. LG화학과 SK이노베이션, 불공정수입조사국(OUII·Office of Unfair Import Investigations) 등 3대 주체가 재판부 요구에 따라 입장을 재정리한 2차 의견서를 이달 6일과 11일에 제출한 가운데 LG화학에 요청한 ‘조기 패소’에 대해 SK이노베이션이 기각을 요청하며 사단이 났다.LG화학 측은 ITC에 "SK이노베이션은 계획적이고 고의적으로 증거를 훼손·은폐했다"며 "자사의 주장이 사실이 아니라면 SK가 입증해야 하지만 SK는 입증도 하지 못했다"고 주장한 바 있다.

SK이노베이션은 "일부 증거 보존 면에서 매끄럽지 못한 부분이 있긴 했으나 고의성은 없었고, 소송이 제기된 후에는 전사적으로 증거 보존을 위해 노력했다"며 LG화학 요청을 기각해 달라는 의견을 냈다.

두 기업의 충돌은 당사자는 물론 자동차 업계에도 엄청난 파장을 미치고 있다. 그런 이유로 일각에서는 '확전을 자제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말도 나오고 있다.

#삼성과 LG의 TV 전쟁
LG전자가 지난 IFA 2019 당시 삼성전자의 QLED TV를 혹평하며 전쟁이 벌어졌다. 삼성전자는 최초 별다른 입장을 표명하지 않았으나, LG전자가 자사의 OLED TV 기능성을 강조하며 QLED TV를 비판하자 맞대응을 벌였다. 두 회사는 따로 설명회를 열어 자사 TV의 강점을 소개하는 한편 경쟁사의 TV 기능을 깎아내리는 등 전면전을 벌였다. 이 싸움은 현재 공정거래위원회까지 개입항 상태다.

LG전자 입장에서는 프리미엄 TV 시장에서 OLED TV의 기능성이 입증된 상황에서, 삼성전자의 QLED TV가 부당한 마케팅으로 시장 점유율을 높이고 있다는 불만이 가득하다. 반면 삼성전자는 LG전자의 문제제기 자체가 '말도 되지 않는다'는 입장이다. "누가 진정한 8K를 구현할 수 있는가"를 두고 시작된 전쟁이 서로를 향한 증오로까지 번지는 분위기다.

한편 삼성전자는 2025년까지 차세대 디스플레이 생산시설 구축 및 연구개발(R&D)에 총 13조1000억원을 투자하겠다고 밝히는 한편 아산1캠퍼스에 세계 최초 ‘QD 디스플레이’ 양산라인인 ‘Q1 라인’을 구축할 계획을 밝혔다. 이는 OLED의 일환으로 평가되기 때문에, 추후 두 제조사의 TV 전쟁은 OLED로 옮겨갈 것이라는 말이 나오고 있다.

#통신3사 이전투구
통신3사는 올해 세계 최초 5G 상용화를 끌어낸 후 초반 치열한 기싸움을 벌였다.

처음에는 5G 요금제를 둘러싼 난타전이 벌어졌다.

KT가 4월 2일 초강수를 뒀다. 5G 요금제를 공개하며 무제한 카드를 빼들었기 때문이다. 주인공은 슈퍼플랜이다. 베이직·스페셜·프리미엄 3종으로, 세 요금제 모두 속도제어 없이 데이터를 완전 무제한으로 제공하며 185개국에서 로밍 데이터 무제한 혜택도 제공한다. 여기에 하부 요금제로 5G 슬림이 있다. KT의 5G 요금제는 SK텔레콤과 LG유플러스와 비교해 다소 높은 편이다. 다만 정해진 데이터를 사용하면 속도제한에 걸리는 경쟁사와 달리 핵심 요금제에 무제한 데이터 제공을 전제하며 파란을 일으켰다.

KT가 의외의 한 방을 보여주자 먼저 5G 요금제를 공개한 SK텔레콤의 입장이 난감해졌다. SK텔레콤은 KT의 발표 다음날인 3일 기자회견을 열어 새로운 5G 무제한 요금제를 추가로 전격 공개하는 등 맞불을 놨다. 이는 추후 통신3사의 요금제 카피 논란으로 까지 번지며 진통이 커졌다. 나중에는 5G 요금제가 계속 바뀌며 혼란이 커졌고, 업계에서는 "5G 커버리지도 제대로 구축하지 못하면서 가입자 확보에만 매몰되고 있다"는 비판까지 나왔다.

IPTV를 둘러싼 논란도 상당히 컸다. SK텔레콤이 SK브로드밴드 옥수수를 내세워 지상파 푹과 연합하는 한편 티브로드 인수에 나서고, LG유플러스가 CJ헬로 인수에 시동을 걸며 서로를 향한 난타전이 벌어졌다. 특히 LG유플러스가 CJ헬로 인수를 준비하던 당시 알뜰폰 이슈가 부각되며 치열한 국지전이 벌어졌다. 이는 최근 공정위의 기업결합 승인이 떨어지며 일단락 되었으나, 통신사들의 전투는 지금도 햔재 진행형이다.

#아, 쏘카 VCNC여
올해 초 사회적 대타협 기구를 통해 카카오 모빌리티와 택시업계가 플랫폼 택시 로드맵에 나서면서 업계의 논란이 잦아들었으나, 택시업계가 쏘카 VCNC 타다를 불법이라 비판하며 일이 커지고 있다.

박홍근 의원실이 소위 타다 금지법, 혹은 플랫폼 택시 법제화를 추진하는 상황에서 VCNC는 이를 막아내려 안간힘을 쓰고 있다. 현 상황에서 모빌리티 업계가 택시업계와 협력하는 비즈니스 모델을 추구하는 가운데, VCNC만 외로운 싸움을 이어가는 셈이다.

VCNC는 여론전도 불사하고 있다. VCNC는 17일 법안에 반대하는 서명운동을 벌여 이용자 7만7000여 명과 드라이버 1500여 명이 동참했다고 밝혔다. 10일부터 시작된 타다 이용자 및 드라이버 대상 서명운동 결과에 따르면 지난 15일 자정까지 진행된 이용자 서명에는 총 7만7133명, 지난 13일 자정까지 진행된 드라이버 서명에는 총 1530명이 참여했다.

박재욱 VCNC 대표는 "이용자와 드라이버 분들에게 진심으로 감사드린다. 타다가 지속적으로 드라이버와 국민 편익을 만들어 갈 수 있도록 온 힘을 다해 최선을 다하겠다. 한국 사회가 더 나은 미래로 나아갈 수 있도록 현명한 판단이 이루어지길 바란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