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최동훈 기자] 스타벅스코리아(대표이사 송호섭)의 김형주 송파방이DT점 부점장은 전 직장 동료들로부터 부러움을 한 몸에 사고 있다. 스타벅스의 경력단절여성(경단녀) 채용 제도 ‘리턴맘’ 덕이다. 김 부점장은 5년 전 스타벅스에 입사하기로 한 결정을 여전히 뿌듯하게 여기고 있다.

리턴맘은 스타벅스 매장에서 근무하다 그만둔 부점장급 이상 직원을 다시 고용하는 제도다. 경단녀의 재취업을 도움으로써 일과 육아를 병행할 수 있도록 하려는 취지로 도입됐다.

스타벅스는 리턴맘 제도를 도입하기 앞서 2013년 9월 여성가족부와 일·가정 양립 캠페인을 공동 전개하는 등 협력을 위한 업무협약(MOU)을 맺었다. 스타벅스는 당시 MOU를 통해 리턴맘 제도를 전격 도입하기로 했다. 스타벅스는 경단녀, 워킹맘 등이 사회적 이슈로 대두된 상황에서 리턴맘 제도를 꺼내 당국과 시장의 주목을 받았다.

스타벅스는 리턴맘 제도를 비롯한 사내 일·가정 병립 정책을 앞세워 이듬 해인 2014년 11월 정부로부터 가족친화기업으로 인증받기도 했다, 여성가족부가 2008년부터 시행해오고 있는 가족 친화 인증제도는 각 기업에서 구성원들의 일·가정 병립을 지원하기 위해 이어온 노력을 공인하는 제도다. 여성가족부는 자녀 출산·양육을 지원하고 유연근무제나 가족친화 직장 문화를 조성하는데 주력한 기업에 인증을 부여하고 있다.

여성가족부는 가족친화 인증 평가 항목 가운데 하나로 가족 친화 정책에 대한 기업·기관별 최고경영층의 관심과 의지를 두고 있다. 스타벅스가 가족친화 기업 인증을 최초로 획득한 뒤 6년째 이어오고 있는 점은 직원의 ‘일과 삶의 균형(워라밸)’을 보장하는 것에 대한 스타벅스 경영진의 꾸준한 관심을 방증한다.

2016년 당시 이석구 스타벅스 대표이사는 “리턴맘 프로그램을 통해 스타벅스의 워킹맘 여성 인재들의 능력이 사장되지 않고 육아와 병행하며 경력을 쌓아갈 수 있도록 다양한 노력을 기울이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리턴맘 제도가 지난해까지 6년여 기간 이어온 동안 리턴맘 141명이 점포로 복직했다. 스타벅스는 직접 운영하는 신규 매장을 활발히 출점함으로써 사실상 리턴맘을 비롯한 입사 지원자들의 ‘직장’ 수를 늘려왔다. 커피에 대한 우리나라 소비자들의 관심이 높아지고 스타벅스에 대한 수요도 증가함에 따라 리턴맘의 복귀도 활발히 이뤄질 수 있었다.

▲ 사진= 이코노믹리뷰 박재성 기자

김 부점장은 2014년 스타벅스에 입사한 뒤 3년 가량 근무해오다 2017년 아이를 출산하면서 육아휴직에 돌입했다. 이후 2년이 지난 올해 리턴맘으로 복직했다. 김 부점장은 리턴맘 제도에 따라 현재 평일에 하루 4시간만 근무하고 있다. 당초 풀타임(8시간)으로 근무하기 위해 서울에 사는 친정 어머니에게 아이를 맡길 계획이었다. 하지만 들쭉날쑥한 근무 스케줄에 맞춰 나이 든 친정 어머니의 도움을 바라긴 어려웠다.

스타벅스 점포 직원들의 근무 스케줄은 매주 새롭게 설정된다. 점장이 직접 스케줄을 조율하고 있다. 직원들은 개인 상황과 업무 강도 배분 등 기준에 따라 매일 다른 시간에 근무 투입될 수 있다. 스타벅스 점포들이 통상 오전 7~8시에 열려 오후 10~11시에 닫힘으로써 하루 16시간 가량 운영되고 있기 때문이다.

▲ 사진= 이코노믹리뷰 박재성 기자

김 부점장이 근무하고 있는 송파방이DT점의 경우 일주일 내내 오전 7시에 문을 열고 오후 11시에 닫는다. 김 부점장이 하루 4시간 일하더라도 오픈에 맞춰 새벽 일찍 출근하거나 밤늦게 퇴근할 수 있는 상황이다. 매장 인근에 거주지가 넓게 조성돼 있어 시간을 가리지 않고 많은 고객들이 수시로 점포를 이용한다. 효율적인 스케줄 관리 뿐 아니라 매장 구성원들과 긴밀한 업무 협조가 필요하기도 하다.

풀타임 근무를 수행하다 아이가 병치레를 하는 등 돌발 상황이 생겼을 때 다른 직원과 함께 스케줄을 다시 조율하는 것도 부담이다. 시댁 부모는 제주도에 거주하고 있어 도움을 바랄 엄두도 내지 못했다.

김 부점장과 같이 근무하는 송파방이DT점 점장은 김 부점장 근무 여건에 맞춰 너무 이르거나 늦은 시간에 출·퇴근하지 않도록 배려해주고 있다. 탄력적인 스케줄 조정은 본사에서도 권장하고 있는 사항이다.

김 부점장은 “리턴맘 복직을 지원할 당시 면접장에서 가족이나 친지로부터 아예 육아에 대한 도움을 받지 못하는 지원자도 있었다”며 “내 입장에서는 4시간씩 근무함으로써 어머니에게 급할 때만 지원 요청할 수 있는 게 다행스러운 일”이라고 말했다.

김 부점장은 스타벅스에 입사하기 전 국내 이동통신사에서 서버 운영 기술직 직원으로 근무했다. 전 직장은 높은 수준의 연봉을 지급했고 양호한 복지 제도도 갖추고 있는 회사로 이름난 곳이다. 김 부점장은 그럼에도 스타벅스에 전직하기로 결정했다. 스타벅스는 전 직장보다 낮은 급여를 주지만 김 부점장의 생활 방식에 적합한 복지제도를 갖추고 있었기 때문이다.

김 부점장은 “전직하기로 결심할 당시 기혼자였고 자녀 계획을 앞두고 있었다”며 “전 직장의 복지제도가 다양하지만 자녀 대학비 지원 등 중장기 근무자에 초점이 맞춰져 있어 혜택을 실감하긴 어려웠다”고 설명했다.

김 부점장은 또 “전 직장에서는 육아휴직을 다녀오면 기존 직책 대신 비는 자리에 배치될 가능성이 있었지만 스타벅스는 하던 일을 이어갈 것이란 보장이 있어 좋았다”며 “사실상 스타벅스라는 회사의 전반적인 요소들을 보고 전직을 결심한 것”이라고 부연했다.

가족들의 반응은 어떨까. 처음에는 리턴맘으로 복직하는데 반대했단다. 아이를 어린이집에 보내고 남는 시간에 자기 계발에 충실해 후일을 도모하는 게 낫지 않겠냐는 반응도 있었다. 김 부점장은 일단 리턴맘으로 복직했다.

결과는 모두를 만족시켰다. 김 부점장은 스타벅스에서 경력 상 불이익 걱정 없이 근무하고 있다. 건강상 병원에 자주 다니고 있는 친정 어머니는 개인 시간을 더욱 확보할 수 있어 몸조리하기 수월하다. 작년 두 돌을 치른 데다 엄마에 대한 애착이 심한 아이도 어린이집을 다녀오는 시간 외엔 엄마의 보살핌을 직접 받고 있다. 김 부점장은 이밖에 기본 급여 외 상여금, 성과급, 복리수행 혜택 등에 있어 다른 직원과 차별받지 않는다.

김 부점장은 앞으로 둘째를 가질 계획이어서 한번 더 리턴맘 제도의 수혜를 입을 예정이다. 출산 전 휴직에 돌입할 수 있고 출산한 다음 육아 휴직에 이어 복귀할 때도 조기 적응할 수 있도록 ‘워킹맘 안정화 프로그램’을 이용할 수 있다. 워킹맘 안정화 프로그램은 휴직 이후 복직한 여직원들이 업무에 적응할 수 있도록 현장에서 회사 지원을 받는 제도다.

김 부점장은 스타벅스 직원으로서 자부심을 느끼고 경력을 꾸준히 이어갈 것이란 포부를 밝혔다. 둘째 아이가 어린이집에 다닐 수 있을 정도로 크고 나면 풀타임 근무로 전환할 계획이다.

김 부점장은 “임산부에게 야근시키는 회사가 비일비재한 점을 고려하면 근무 시간을 조율해주는 스타벅스는 엄마 입장에서 최고의 직장”이라며 “커리어를 이어가는 동시에 가족과 늘 함께 있는 기분을 느끼게 해주는 스타벅스에서 커리어를 지속해 나가고 싶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