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코노믹리뷰 황대영 기자

[이코노믹리뷰=황대영 기자] 삼성전자와 LG전자가 프리미엄 TV 8K 화질을 놓고 연일 비수를 숨겨둔 마케팅을 펼치고 있다. 막상 양사의 TV 광고를 보면 일반 소비자들은 쉽게 알아채기 힘들지 몰라도 하나씩 상대 제품의 단점을 겨냥하는 요소가 숨겨져 있다. 

마치 고대 ‘아레나(arena)’에서 전투를 벌이는 검투사같다.

삼성전자와 LG전자는 과거부터 글로벌 TV시장 주도권을 놓고 분쟁을 겪어왔다. 이런 과거의 해묵은 감정을 제외하더라도 올해 8K 화질을 놓고 정면충돌했다. 물론 일방적인 LG전자의 공격으로 시작됐지만, 삼성전자도 대응하면서 확전하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대결의 대미는 2020년 1월 8일(한국시간)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리는 세계 최대 가전박람회 CES 2020에서 벌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감정의 골은 깊다. 사실상 양사는 글로벌 TV시장에서 매출 기준 톱을 달리고 있기 때문에 한 발자국도 양보할 수 없는 입장이다. 이 때문에 상대 주력 제품에 대한 비판을 잇고 있으며, 각종 박람회 전시장에서도 충돌은 이어지고 있다. 삼성전자와 LG전자가 같이 나오는 박람회라면 어떤 건으로 양사가 서로 충돌할 지가 세간의 관심사로 등극하고 있다.

양사의 TV 전쟁은 관계사인 LG디스플레이와 삼성디스플레이에도 영향을 끼치고 있다. LG디스플레이와 삼성디스플레이는 중국발 저가 공세에 LCD(액정표시장치) 가격 하락으로 사업구조를 재편하는 과정에 있다. 재편 과정에서 수십조원에 달하는 막대한 투자가 동반되고 있다. 양사의 TV 전쟁은 단순히 QLED, OLED 성능 비교를 넘어 산업의 주도권과 기업의 생존을 위한 어쩔 수 없는 몸부림인 것이다.

TV 전쟁은 점차 글로벌로 확장되고 있다. LG전자는 CES를 개최, 주관하는 미국소비자기술협회(CTA)의 ‘8K UHD’ 인증을 2020년형 8K TV 전 제품에 받으면서 칼날을 갈고 있다. 물론 CTA는 디스플레이의 표준 규격을 정의하는 곳이 아니지만, 미국 가전 양판점에 진출하기 위해서는 8K UHD 인증 획득이 유리한 조건이 된다. LG전자는 삼성전자가 이를 획득하지 못할 시 타격 포인트로 삼을 것이다.

2020년 첫 신제품을 알리는 CES가 코앞으로 다가왔다. 올해 CES는 유독 많은 시선이 집중될 전망이다. 인공지능(AI), 5G(5세대이동통신), IoT(사물인터넷) 등 신기술과 결합한 신제품이 쏟아질 예정이기 때문이다. 그런 CES에서 삼성전자와 LG전자는 8K TV를 놓고 격돌할 가능성이 크다. 지난해 9월 열린 IFA 2019에서 벌어진 상황만 보더라도 불 보듯 뻔한 광경이다.

그래서 더욱 아쉽다. 최근 국내외 불확실성 대두로 기업들은 연일 허리띠를 졸라매는 상황이 지속되고 있다. 삼성전자와 LG전자는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기업들 중 하나다. CES뿐만 아니라 각종 박람회 전시장은 말 그대로 신제품과 새로운 기술을 알리기 위한 자리다. 동반되는 네거티브 마케팅은 관람객의 순간 관심사를 끌 수 있을지는 몰라도 지속되면 피로를 호소하기 마련이다. CES 전시장은 아레나가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