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최진홍 기자] IT 기술의 발전으로 우리 생활은 투명해졌고, 또 투명해졌으며 역시 투명해졌다. 문제는 우리의 일거수 일투족이 너무 자세하게 투명해지고 공개되고 있다는 점. 이러다 유리판 위에서 사는 것도 망상은 아닐터. 그런데 조선의 유부남들은 상위 포식자로부터 무언가를 감추는 것에 특화된 종족이 아니었던가. 이런 측면에서 세상 살기가 참 팍팍해졌다.

그래서 준비했다. IT 기술의 발전으로 비밀이 사라진 유부남들이여. 이제 맞서 싸우자. 판도라의 상자를 열어보자.

#비자금은 어디에? 예로부터 이 땅의 유부남들은 비상시에 사용할 돈을 은밀히 모아 숨겨두는 유구한 전통을 자랑하고 있다. 그 방식도 나날이 발전하여 책이나 쇼파 구석에 고이 비상금을 모셔두는 방식을 넘어, 이제는 온라인 계좌에 숨겨두는 새로운 전통이 자리잡고 있다. 이제 아내님이 느닷없이 대청소를 하자며 매의 눈으로 집 구석구석을 노려볼 때 덜덜덜 떨며 어떻게든 피같은 비상금을 지키려고 안절부절하지 않아도 된다.

그러나 사악한(?) IT 기술은 이 땅의 유부남들을 또 한 번 공포로 밀어넣고 있으니, 그 단적인 사례가 바로 오픈뱅킹이다.

최근 본격적으로 시작된 오픈뱅킹은 국내 테크핀 사업의 획기적인 발전을 끌어내는 한편 다양한 가능성을 타진하는 것은 모르겠고, 일단 내 비상금부터 숨겨야 겠다. 오픈뱅킹이 시작되며 주거래 은행계좌 하나로 모든 은행 계좌를 확인할 수 있는 끔찍한 일을 저지르다니 이 정책을 입안한 사람들은 분명 여성일 가능성이 농후하다. 혹은 유부남들의 비상금을 양지로 끌어올려 유통시키면서 국내 금융 활성화를 시도하려는 비밀세력의 책동일 가능성도 있다.

금융위원회에 따르면 지난달 말까지 오픈뱅킹 계좌를 개설한 이용자 수는 239만 명에 이른다. 그 수와 비례해 이 땅의 유부남들의 고통과 원성도 높아지고 있다. 여기에 대항할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 있다.

스텔스(stealth) 계좌라는 것이 있다. 말 그대로 온라인에서는 '보이지 않는' 계좌며 오픈뱅킹에도 노출되지 않는다. 최근 오픈뱅킹 시대가 열리며 스텔스 계좌의 숫자가 20만개를 넘겼다는데, 역시 현명하다. 비상금은 이렇게 지켜야 한다. 스텔스 계좌의 종류는 전자금융거래 자체를 차단하는 보안 계좌와 온라인에서 계좌가 보이지 않도록 하는 계좌 감추기가 있으니 입맛에 맞게 사용하자.

각 테크핀 플레이어들도 유부남들의 걱정을 인지하고 있어 다행이다. 출금 및 조회 온·오프(ON/OFF) 기능을 지원한다. 역시 적극 활용하도록 하자. 오픈뱅킹 시대가 열렸다면서 슬퍼하지 말고 발 빠르게 역습에 들어가야 한다는 뜻이다. 분명히 길은 있다.

그런데 만약, 비상금을 스텔스 계좌에 숨기지도 못하고 테크핀 플레이어들의 '배려'도 인지하지 못해 결국 비상금을 들켰다면? 그럴 때 부드럽게 웃으며 "서프라이즈 선물하려고 모아둔 비상금인데, 이렇게 들통이 났네? 에코"하면서 혀를 삐죽 내밀고 귀엽게 웃어라. 속아줄 아내님은 없겠지만 최소한 10대 맞을 거 9대 정도로 그치지 않을까. 또 가정의 평화를 위해 헌신하는 아내님의 주머니에 비상금이 들어간다고 너무 슬퍼하지는 말도록. 너무 슬퍼하는 티 내면 사태는 더욱 꼬인다. 쿨하게 가자.

#넷플릭스, 너 마저 OTT 전성시대다. 특히 넷플릭스의 경우 성인용 콘텐츠가 다수 지원되어 유부남들의 흐뭇한 취미생활이 되어주는데, 간혹 시청이력이 공유되는 경향이 있어 문제다.

일반적으로 넷플릭스에 가입하면 계정을 여러개 사용할 수 있고, 유부남들도 하나의 계정을 하사받는 일이 생기는데 여기서 사단이 날 수 있다. 사례가 있다. 어느 경제지의 기자는 모두가 잠든 야심한 밤, EBS 교육 프로그램을 통해 자발적으로 육아 팁을 습득하고 '아내가 최고, 아내를 모시자'는 혁명적인 프로그램을 통해 가정의 평화를 위한 주입식 교육을 받고 있었다. 그러던 차에 리모컨에 고양이가 올라와 누르는 바람에 정말 의도하지 않았으며 너무나 보기 싫었던 청불 딱지가 붙은 명품 영화 '등산의 목*'을 보고 마는 대참사가 벌어졌다. 이 사실을 잊고있던 모 경제지 기자는 다음날 아내님과 함께 TV로 넷플릭스를 열었고, 아내가 "자기는 요새 뭘 봐? 재미있는것 있어?"라며 경제지 기자의 계정에 들어가 이어보기 목록을 보다 얼굴이 굳어 버리는 끔찍한 참극이 벌어졌다. 

이러한 참상을 미연에 방지하는 방안은 꽤 있다. 그러나 넷플릭스 계정을 여러개 받는 것이 당연해졌고, 이 상황에서 무엇보다 원천적인 방안을 고민해야 한다. 방법은 없을까? 있다. 아예 시청목록을 지워버려라. 상단의 아이콘을 클릭해 시청기록을 삭제하는 기능에 접속하면 끝이다. 아무것도 아닌 것 같지만, 꼭 해야 한다.

#내 스마트폰은 공공재? 내 모든 삶이 스마트폰 하나에 담겨있는 시대다. 그러나 유부남들은, 필연적으로 자신의 스마트폰이 공공재가 되어 버리는 경험을 하게 된다. 전지전능하신 아내님이 내 스마트폰 심심해서 한 번 슬쩍 보겠다는데 그걸 왜 말릴까? 사실 말릴 수 없다...

대신 최소한의 방어전략은 가동할 수 있다. 내가 스마트폰을 볼 때 만이라도 옆에 보이지 않도록 하면 된다. 디스플레이 밝기를 최대한 줄이는 것도 방법이지만 침침한 노안이 걱정이라면 관련 기능이 들어있는 커버를 사는 것도 방법이다.

알약M의 스크린커버도 유부남들에게 도움을 줄 수 있다. 스크린커버 기능을 사용하면 화면 불투명도를 조절할 수 있고 시크릿 모드도 쉽게 작동시킬 수 있다. 테마를 선택하면 자유로운 터치가 가능하고 스크린커버 영역을 조절할 수 있기 때문에 매우 편리하다. 만약 아내님이 "왜 이런 걸 했어?"라고 물으면 "눈을 보호하려고"라 답하라. 실제 눈 보호모드 기능도 있다. 대충 '퉁 치는 전략'이다.

#네이버 영수증 리뷰 지금까지의 위기와 대응은, 사실 이제부터 논할 것들과 비교하면 아이들 장난 수준이다. 이제 진짜 공포가 시작된다.

생각해보자. 네이버 맛집을 검색할 때 '돈을 받고 쓰는 무방문 리뷰'가 차고 넘치는 상황에서, 만약 이용자가 실제로 맛집에 방문했다는 증거를 남기고 리뷰를 남긴다면 어떨까? 말 그대로 생생한 체험형 리뷰가 되는 셈이다. 스몰 비즈니스를 강화하는 네이버는 여기에 착안해 이용자들이 실제로 사용한 영수증 인증 리뷰를 남기면 네이버페이 포인트를 충전해주는 서비스를 가동하는 중이다.

상당히 훌륭한 서비스지만, 안타깝게도 일부 유부남들에게는 고통이 될 수 있다. 신용카드 결제문자를 앱으로 돌려 그 내역이 아내님에게 공개되는 것을 원천봉쇄까지 했으나, 이제는 아내님이 네이버 리뷰에 영수증을 올리는 맛에 "어서 당신의 영수증을 내놔"라고 압박할 수 있기 때문이다.

당신은 어젯밤 오랜만에 고향친구들을 만나 '기분에 취해' 수십 만원을 결제하는 어리석은(!) 행동을 했다. 돈도 돈이지만 다음날 네이버 영수증 리뷰를 위해 아내님이 "당신 어제 술 먹었지? 영수증 줘 봐"라고 말하면 무어라 답 할 것인가?

피해갈 수 있는 방법은 있다. 아예 영수증을 받지 않고 귀가하는 것. 깜빡 잊고 영수증을 챙기지 못했다고 말하면 된다. 그러나 이 방법도 위험한 것이 "내가 저번에 꼭 챙겨오라고 했잖아. 술을 그렇게 먹으니 저러지"라는 공격과, "그래? 그런데 얼마나 썼는데? 내역 한 번 보자"라는 공격으로 이어질 수 있어 대비가 필요하다.

#카카오톡 위치공유 끝판왕이다.

사실 누군가의 위치를 무단으로 추적하는 것은 불법이다. 실제로 위치정보의 보호 및 이용 등에 관한 법률 제 15조 1항에 따르면 '누구든지 개인위치정보주체의 동의를 받지 아니하고 해당 개인위치정보를 수집, 이용 또는 제공하여서는 아니된다'고 적시되어 있다. 만약 이를 위반하면 위치정보의 보호 및 이용 등에 관한 법률 제 40조 4호에 따라 3년 이하의 징역, 혹은 3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진다. 다만 서로 동의를 한다면 위치정보를 공유할 수 있다. 또 위치정보의 보호 및 이용 등에 관한 법률 제 29조에 따르면 '급박한 위험으로부터 생명, 신체를 보호하기 위해'라면 위치정도가 공유될 수 있는 길도 열린다.

유부남들의 삶에 해당 법안을 투영시키면, 자문해 보라. 위치정보를 공유하자는 아내님의 말에 동의하지 않을 자신이 있는가? 여기에서 사단이 난다.

물론 방법은 있다. 위치정보를 공유하는 다양한 앱이 있으나 이는 지우면 되고, 나중에 "어? 이것이 왜 지워졌지?"라고 의뭉스럽게 대하라. 구글지도에서도 비슷한 기능이 있는데 "방법을 잘 모르겠네"라고 역시 뭉치면 된다.

문제는 카카오톡 위치공유다. 하루에도 몇 번씩 쓰는 카카오톡을 실수로 지울리 만무하고, 위치공유는 매우 간단하다. 그러면서 디테일하다. 시간을 설정해 서로의 위치를 생활밀착형 플랫폼인 카카오톡에서 공유하는 기능은 말 그대로 '꼼짝마라'다. 참고로 이와 관련된 개인정보는 카카오톡이 즉각 파기한다고 하니 걱정할 필요는 없다.

자. 다시 본론으로 돌아와서 이를 회피할 수 있는 방안은 있을까? 없다. 괜히 끝판왕이 아니다. 받아들여라.

#마지막 제안 사실 IT 기능을 재미있게 설명하기 위해 유부남의 사례를 들었으나, 지금 말한 모든 기능들은 비단 유부남을 넘어 전 연령과 전 세대의 고민이자 '비결'일 수 있다. IT 기술은 나날이 발전하고 있으며, 우리는 이를 통해 스마트한 생활을 추구하면 끝이다. 그러니 재미있게 읽으면서 '이런 기능도 있구나'라고 생각하면 좋겠다.

마지막으로 유부남들이여, 아내님에게 잘 해야 한다. 무엇하러 평생의 반려자에게 그리 숨기고 도망치는가. 떳떳하게 행동하는 것이 가장 좋은 방법이다. 원래 마무리는 이렇게 하는 것이다. 훈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