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19년 스튜디오드래곤의 마지막 기대작 드라마 '사랑의 불시착'. 출처= 스튜디오드래곤

[이코노믹리뷰=박정훈 기자] CJ그룹의 주요 계열사들이 실적 부진과 기업윤리 측면의 논란 등으로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는 가운데 자신들의 역량을 증명하면서 차근차근 성장을 이뤄내고 있는 계열사가 있다. 바로 CJ ENM의 자회사이자 드라마 콘텐츠 제작사 ‘스튜디오드래곤’이다. 

지난 11월 스튜디오드래곤은 글로벌 스트리밍 기업 넷플릭스와 콘텐츠 공동 제작, 연 7편 이상의 콘텐츠 공급 계약 등 유리한 조건이 달린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이에 따라 장기적 관점에서의 스튜디오드래곤에 대한 평가도 달라지기 시작했다. 

넷플릭스가 불리한 계약?

CJ ENM, 스튜디오드래곤 그리고 넷플릭스 등 3자는 지난 11월 21일 크게 2가지 내용으로 정리할 수 있는 계약을 체결했다. 첫 번째는 콘텐츠 사업 측면의 계약으로 CJ ENM과 스튜디오드래곤은 2020년 1월 1일부터 3년 동안 넷플릭스와 함께 공동으로 콘텐츠 제작을 하는 것, 그리고 21편 이상(연간 7편)의 작품을 넷플릭스에 공급하거나 제작에 협력한다는 내용이다. 이는 종전에 스튜디오드래곤의 드라마 <미스터 션샤인>이나 <아스달 연대기>와 같이 산발적으로 개별 작품의 방영권을 넷플릭스에 판매했던 것과는 확실한 차이가 있다. 두 번째는 지분 관계의 계약으로 스튜디오드래곤의 1대 주주인 CJ ENM은 자사가 보유하고 있는 총 71.2%의 지분 중 4.99%를 2019년 11월 21일로부터 1년 이내에 넷플릭스에 ‘판매 할 수 있는 권리(Right to Sell)’를 갖는다는 내용이다. 이에 2019년 12월 현재 넷플릭스는 CJ ENM(66.18%)에 이어 스튜디오드래곤의 2대 주주(4.99%)가 됐다. 
  
일련의 계약은 스튜디오드래곤에게 매우 유리한 조건이다. 최소 3년간 세계에서 가장 큰 콘텐츠 유통채널에 자신들의 작품들을 ‘의무적으로’ 선보일 수 있는 기회와 넷플릭스가 지원하는 제작비용으로 이전보다 규모가 큰 작품들을 선보일 수 있는 기회를 잡은 것이기 때문이다.  

넷플릭스가 이처럼 불리한 조건의 계약을 체결한 이유는 매우 명확하다. 애플TV+, 디즈니+ 그리고 HBO Max 등 OTT 경쟁이 강화되고 있는 가운데에서 경쟁력 있는 한국의 콘텐츠들을 경쟁사들보다 먼저 공급받기 위한 의도다. 

다만, 지분 관계에 있어서는 추후 스튜디오드래곤이 넷플릭스의 자회사의 역할을 하게 되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의 시선도 있다. 그러나 넷플릭스가 최근 보여준 행보에서는 디즈니, 애플 등이 선보인 경쟁 OTT와의 차별화를 추구하는 방향성이 명확하게 드러난다. 투자업계에서는 스튜디오드래곤 뿐만 아니라 JTBC의 제이콘텐트리와도 콘텐츠 공급 계약을 맺은 넷플릭스는 당장 제작사를 완전히 인수하는 것 보다는 콘텐츠 공급선을 확장하는 선에서 이뤄진 조치로 보는 것이 맞다는 의견에 힘이 실리고 있다. 

▲ 스튜디오드래곤 글로벌 전략. 출처= CJ ENM

아울러 스튜디오드래곤의 뒤에는 66%에 이르는 지분을 보유하고 있는 1대주주 CJ ENM이 버티고 있기 때문에 아무리 넷플릭스라 할지라도 스튜디오드래곤에게 필요 이상의 요구를 할 수 있을만한 권한은 없다. 

이에 대해 미래에셋대우는 “동사(스튜디오드래곤)이 가지고 있는 유동지분율과 제작 역량을 감안할 때 넷플릭스의 영향력은 최대 20% 수준으로 이 정도로는 어떤 기업을 종속시킬 수 있는 수준에는 한참 못 미친다”라는 의견을 내놓았다.  

2020년 ‘이후’가 더 기대되는 이유 

올해 스튜디오드래곤은 지난해 드라마 <미스터 션샤인>의 성공으로 많은 기대를 받은 것 치고는 저조한 실적을 기록했다. 대작으로 많은 기대를 모았던 드라마들이 당초의 기대에 한참 미치지 못한 것 때문이었다. 이는 지난해 3분기(215억원) 대비 49% 감소(109억원)한 올해 3분기 스튜디오드래곤의 영업이익으로도 나타난다. 이러한 상황에서 넷플릭스와의 협력은 스튜디오드래곤의 2020년 실적 개선까지 이어질 것이라는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그러나 넷플릭스와 스튜디오드래곤이 구체적으로 한 해 동안 무엇을 함께할지에 대한 구체적 계획은 아직 나오지 않았다. 협력으로 인한 실적 개선 등 눈에 띄는 변화는 적어도 2021년이 되어야 할 것이라는 게 업계의 중론이다. 

▲ 2019년 3분기 스튜디오드래곤 요약 실적. 출처= 스튜디오드래곤

사실 넷플릭스와의 협력으로 스튜디오드래곤이 얻는 이득은 단기간 내 실적개선에서 끝나지 않는다. 진짜 이득은 넷플릭스를 통해 전 세계에 자사의 콘텐츠들을 선보임으로 해외 진출의 반경을 확대하는 계기를 얻는 것이다. 이러한 맥락에서 2020년으로 예정된 스튜디오드래곤의 미국 법인 설립은 중요한 계기가 될 전망이다. 현재 스튜디오드래곤은 미국에서 방영될 드라마 ‘라이브’의 리메이크 작품 제작을 위한 기획을 진행하고 있다. 단순 리메이크 판권 판매가 아닌 스튜디오드래곤의 제작진의 제작 참여가 예정돼있어 미국 현지에서 드라마를 직접 제작한 경험이 남고 이는 글로벌 시장에서 강한 경쟁력이 될 수 있다. 

아울러 부가적으로, 미국 드라마 제작비의 평균은 우리나라의 최대 규모를 상회하는 수준이기에 스튜디오드래곤이 현지에서 방영될 작품의 외주제작만 맡는다고 하더라도 많은 수익을 기대할 수 있다. 

물론, 일련의 청사진은 어디까지나 스튜디오드래곤이 우수한 콘텐츠를 지속적으로 만들어 내 넷플릭스로부터 만족스러운 평가를 받는다는 전제가 깔려있다. 잘 하면 엄청난 기회가 될 것이고 여기에서 주춤하면 그간 CJ가 그룹차원에서 꾸준하게 준비해 온 콘텐츠 글로벌 확장에 오히려 리스크가 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