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신진영 기자] 서울 아파트 시장이 눈치보기에 돌입했다. 그러나 시장이 정부의 기대를 따라줄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정부는 투기지역·투기과열지구 시가 15억원 초고가 아파트에 주택담보대출(이하 주담대)을 완전히 막았다. 23일부터 9억원 초과 주택도 주담대 담보인정비율(LTV)가 구간별 차등화 해 9억원 이하는 40%를, 9억원 초과는 20%를 적용한다.

9억원을 초과하거나 15억원을 넘는 아파트는 강남3구와 마·용·성, 양천과 광진 등에 몰려 있다. 부동산114가 제공한 통계에 따르면, 서울 내 시세 9억원 넘는 아파트는 45만8778가구로, 36.6%에 달한다. 시세 15억원을 초과하는 아파트도 전체 가구수 대비 19만6201가구로 15%를 넘는다.

12·16대책은 고가 주택이 모여 있는 강남과 마용성 등 서울 주요 지역 부동산을 잡겠다는 의도다. 그러나 이번 대책의 최대 타깃으로 삼은 시장에서는 매매·전세 물건은 귀해지고 가격은 오르고 있는 양상이다. 전문가들은 정부의 이번 대책이 서울 전셋값을 끌어올리는 시그널이 될 것이라고 분석한다. 

▲ 강남구 삼성동에 위치한 공인중개업소. 사진 = 이코노믹리뷰 신진영 기자

23일 강남지역과 마·용·성에 위치한 공인중개업소 관계자들은 "정부가 집값을 잡겠다고 해서 각종 규제를 했지만 오히려 호가는 높아지고 매도·매수인들은 눈치를 보고 있다"고 입을 모았다. 강남구 청담동, 삼성동, 대치동은 매매와 전세 포함에서 나와 있는 물건이 거의 없어 시장이 얼어 붙었다.

한국감정원이 발표한 '12월 3주 주간 아파트 가격동향'에 따르면, 서울 아파트 전셋값 상승폭이 더욱 확대됐다. 강남4구가 눈에 띄는데, 전주 대비 강남구는 0.08%, 서초구 0.11%, 송파구 0.17%, 강동구 0.06% 추가 상승을 기록했다. 마·용·성 중 하나인 용산구는 전주 대비 무려 0.19%나 더 올랐다. 

청담동에 있는 A 공인중개업소 대표는 "'청담자이' 30평대가 전세가 12억~12억8000만원에 나와 있다"며 "전세가는 내려가진 않을 것이다"고 말했다. 해당 단지 인근에 위치한 '청담 삼익아파트'가 내년 초 이주를 하면서 시세는 더 오를 것이라는 전망이다. 부동산 업계 관계자에 따르면, 조합은 이주 총회를 열고 내년 초 이주를 진행할 예정이다. 

강남 8학군 수요를 이끌고 있는 강남구 대치동은 전세 물건이 씨가 말랐다. 대치동 학원가 쪽에 위치한 B 공인중개업소 대표는 "전세 물건이 싹 다 빠지고 없어졌다"며 "찾는 사람들은 많은데 보여줄 물건이 없다"고 답답함을 토로했다. 그에 따르면, 현재 시장에 나와 있는 '대치삼성아파트'의 전세 물건은 1개고 84㎡기준 12억원 선에서 형성돼 있다.  

대치동의 '대장주'라고 꼽히는 '래미안대치팰리스'의 전셋값은 꾸준히 오르고 있다. C 공인중개업소 관계자는 "11월 말 래미안대치팰리스 2차 30평대 전세가 14억~15억원 선에서 거래됐지만 한달 새 많이 올랐다"며 "같은 평수가 호가는 1억원이 높아졌다"고 설명했다. 

▲ 용산구 이촌동에 위치한 아파트 단지. 사진 = 이코노믹리뷰 신진영 기자

12·16대책으로 민간택지 분양가 상한제(이하 분상제) 대상 지역이 된 용산구 이촌동도 마찬가지다. 한국감정원의 '12월 3주 주간 아파트 가격 동향'에 따르면, 용산구 전셋값 상승은 이촌동 위주로 지난주 0.04%에서 이번주 0.23%로 상승폭이 확대됐다. 

용산구 이촌동 D 공인중개업소 대표는 "12·16대책 발표 전에도 전세 물건이 귀했다"고 말했다. 그런 와중 12·16대책을 맞았고, 시장에서 전세 물건이 30평대 기준으로 1억원 가량 올랐다. 그는 "12·16대책 이후에 전세 물건 가격이 엄청 뛰었다"며 "한가람아파트가 33평 전세가 7억~7억5000만원이었는데 한 달도 안돼서 8억5000만원까지 나왔다"고 말했다. 

E 공인중개업소 대표는 "전세 물건이 없다"며 "매매 물건은 조금 나오지만, 여전히 높은 금액에서 형성돼 있고 내리지 않았다"고 말했다. 그에 따르면, 몇몇 물건은 높은 시세에서 더 오른 호가로 나오고 있다. E 공인중개업소 관계자는 "공급은 열어주지 않고 규제만 하는지 답답하다"며 "서울 모든 사람들이 강남과 마용성에 사는 게 아니다"고 토로했다. 

전문가들은 이번 12·16대책으로 서울 전셋값이 계속 상승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부동산 칼럼니스트 강승우(필명 삼토시)씨는 “이번 대책으로 단기적으로 점점 조정장을 겪게 될 것이다”며 “고가 아파트는 ‘눌러도’ 전셋값은 계속 오를 것이다”고 전망했다.

양지영 R&C 연구소장은 "내년에는 서울을 포함해서 수도권에 입주 물량도 많이 줄고 시장 자체가 매수세가 전세로 눌러 앉는 상황이 있을 것이다"며 "전세 가격은 내년 중 상승할 여지가 높다"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