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이가영 기자] 침체에 빠진 항공업계가 고정 비용을 줄이려 허리띠를 졸라매고 있다. 체크인 카운터 이용료를 도입하는 등 인건비 절감안을 잇달아 내놓는 동시에 무급휴직과 희망퇴직을 통해 인력감축에도 나서는 분위기다. 

업계에서는 내년도 실적 전망도 어두울 것으로 예상되면서 인력 감축 등 구조조정이 가속화될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24일 업계에 따르면 아시아나항공은 금일부터 2020년 1월 12일까지 희망퇴직 접수를 받는다. 지난 5월에 이어 올해만 두 번째다. 

이번 희망퇴직 대상자는 국내 일반과 영업, 공항서비스직 중 근속 만 15년 이상인 직원이다. 다음달 12일까지 소속 부서장의 결재 없이 인사팀에 바로 신청하면 인사팀 심의를 거쳐 희망퇴직 여부가 결정된다. 희망 퇴직자에 대해선 퇴직 위로금(월 기본급+교통보조비) 24개월분과 자녀 학자금(퇴직 후 4년 이내 최대 2년)이 지원된다. 본인이 희망할 경우 외부 전문기관의 전직‧창업 컨설팅도 제공한다. 

아시아나항공은 경영정상화 과정의 하나라는 입장이다. 하지만 업계에선 HDC현대산업개발·미래에셋 컨소시엄 매각 절차가 막바지로 접어들면서 아시아나항공이 인건비 줄이기에 나선 것으로 보고 있다. 

앞서 아시아나항공은 지난 5월에도 같은 조건으로 근속 15년 이상 직원들의 희망퇴직을 받았다. 지난 4월엔 조종사와 정비사, 케빈 승무원을 제외한 일반직 직원(2016년 이후 희망휴직 미신청자)을 대상으로 최소 15일에서 최대 2년의 무급휴직을 필수적으로 신청하도록 했다. 

항공업계의 감원 바람은 아시아나항공만의 일이 아니다. 지난 10월 창사 후 첫 단기 무급휴직을 시행한 대한항공도 2013년 이후 6년 만에 희망퇴직을 받았다. 

대한항공은 이달 12일부터 23일까지 만 50세 이상, 15년 이상 근속한 일반직, 객실 승무원 등을 대상으로 희망퇴직 신청·접수를 받았다. 희망퇴직 신청자들은 ▲법정 퇴직금 및 최대 24개월분 월급여 추가 지급 ▲퇴직 후 최대 4년간 자녀 교육 및 대학교 학자금 등의 복리후생을 지원받을 수 있다.

지난달 단행한 정기 임원 인사에서 임원 수를 20% 넘게 줄인데 이어 일반 직원까지 구조조정을 단행하는 모양새다. 인사 당시 대한항공은 인사와 관련 결재 라인 간소화와 신속한 의사결정 등을 이유로 들었지만, 업계에서는 ‘구조조정의 신호탄’이란 관측이 우세했다. 

특히, 대한항공은 조원태 회장 체제 구축과 항공업계 침체가 맞물리면서 구조조정에 더욱 속도를 낼 것으로 보인다. 내년 3월에 있을 한진 주총을 앞두고 조 회장 체제를 강화하기 위함으로 풀이된다.

실제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 또한 지난달 미국 뉴욕에서 가진 특파원 간담회에서 “미·중 무역분쟁, 한·일 관계 개선이 쉽게 안될 듯하다”면서 “국내 환경도 어수선해 내년 성수기도 걱정이다. 비용 절감을 구체적으로 보고 있다”고 언급한 바 있다.

대형항공사들(FSC)이 인원감축에 나서면서 항공업계의 구조조정 칼바람이 본격화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항공업은 비용 중에서 유류비를 제외하면 인건비 비중이 제일 커 인력 감원으로 인한 비용 절감 효과가 크다. 

이 외에도 인력 구조조정 가능성이 점쳐지는 곳들은 아시아나항공과 이스타항공 등이다. 아시아나항공의 경우 향후 HDC현대산업개발·미래에셋대우 컨소시엄과의 매각협상이 마무리되면 관련한 조직개편과 구조조정이 본격화 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여기에 애경그룹 계열사인 제주항공도 이스타항공을 인수하기로 하면서 구조 재편에 따른 감축과 구조조정을 피할 수 없을 전망이다. 제주항공은 23일 보도자료를 내고 이스타항공과의 시너지를 위해 비용 절감에 나서겠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항공업계의 인건비 절감을 위한 자구책은 보이지 않는 실적 회복 낌새에 따른 것이다. 국내 항공업계는 올 들어 보이콧 재팬 운동을 비롯한 공급 과잉 등의 문제로 인해 실적 부진을 겪고 있다. 이에 따라 올해 3분기에는 대한항공을 제외한 나머지 항공사들 역시 적자를 기록했다. 항공업계가 동남아, 괌 등으로 신규 노선 창출에 나서고 있지만 일본 노선 수요가 돌아오지 않는 경우 과거와 같은 호황은 어려울 것이라는 게 업계의 중론이다. 

실제 지난달까지 해도 국내 항공사들의 일본 노선 여객 수는 89만1851명으로 전년대비 43.7% 감소했다. 일본 불매 운동이 본격화된 지난 8월에는 22.8% 감소세에 그쳤지만 비수기에 들어서면서 감소폭이 두배 가량 늘어났다. 

4분기는 물론, 내년 실적 부진이 예상된 항공사들의 감원 칼바람이 더욱 확산될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실제 내년 신규 저비용항공사(LCC) 취항과 더불어 외항사의 국내 항공시장 확대 등으로 수요 부진 속 공급과잉이 우려되는 상황이다. 상황이 이쯤되면서 내년도 신규 채용도 올해 대비 대폭 줄어들 것이라 보는 시각이 우세하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지난해 항공계 일자리는 신규채용 등을 포함해 전년대비 23% 증가했다. 항공운송업의 경우 우리나라 전체산업 대비 평균임금이 약 1.4배 수준에 달해 취업준비생들에게 각광받는 일자리로 꼽힌다. 

한 IB업계 관계자는 “고정 비에서 인건비 지출이 차지하는 부분이 큰 점을 감안하면 인력 감축 등은 불가피한 수순”이라며 “내년도도 일본 불매 운동 장기화, 경기 침체, 신규 노석 부족, 외항사의 항공 시장 진입 확대 등 수요 둔화가 예상되는 만큼 항공사들의 인력 감축 움직임이 더 커질 수 있다. 내년도 신규 채용 계획도 보수적으로 세울 가능성이 높다”고 설명했다.